■ 대전지방법원 어 수 용 부장판사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 거주하는 인구가 증가하면서 아파트에 살면서 발생하는 분쟁들 또한 매년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대전지방법원에서는 입주자대표회의를 중심으로 구성한 ‘아파트 주민들의 분쟁예방을 위한 길잡이’라는 책자를 발간해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법원에서 자체적으로 이 같은 책자를 발간한 것은 처음이어서 큰 관심을 모았다. 그동안 아파트 관련 분쟁이 꾸준히 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뚜렷한 방법은 사실상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이러한 책자를 통해 아파트에서 발생하는 분쟁이 모두 해소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 같은 법원의 시도는 아파트 분쟁을 사전에 최소화하는데 어느 정도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책자 발간을 주도적으로 한 대전지법 어수용 부장판사는 “이번에 발간한 책자를 통해 현재 다양한 문제를 안고 있는 아파트 입주민들이 해결책을 찾을 수 있길 바란다”고 전한다. 
  
 
 

 대전지법 ‘아파트 주민들의 분쟁예방을 위한 길잡이’ 발간

 아파트 관리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봐야 할 책. 대전지법에서 발간한 ‘아파트 주민들의 분쟁예방을 위한 길잡이’라는 책은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서 발생하는 고유의 법률문제에 대한 해설서로 공동주택 관련 법규에 대한 해석과 함께 대법원 판례와 하급심 판결례 등을 수록하고 있다. 공동주택의 개념, 입주자대표회의의 구성, 입대의의 해산 및 동별 대표자 해임, 공동주택의 관리업무, 공동주택과 관련한 쟁송방법 등 5장으로 구성돼 있으며, 총 149페이지 분량이다.

 


 입주민 스스로 해결가능 사안 ‘상당수’

 법원에서는 기본적으로 사건 및 분쟁이 발생한 후에 개입해서 법적 분쟁을 판단한다. 그렇다고 해서 법원에서 예방적 기능을 하는 것이 그 역할에서 벗어나는 것은 결코 아닐 것이다.
 어 부장판사는 오히려 사후적인 재판을 함으로써 갖게 되는 다양한 경험들이 예방적 기능을 하는데 적절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또한 최근 대전지법 관내에서 아파트 관련 분쟁이 타 지역에 비해 빈발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어 부장판사는 “분쟁의 양상을 들여다보면 조금만 법규를 잘 해석하면 법원에 오지 않고 입주민들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상당수 있었다”면서 “이에 관련 법규를 해석하는데 참고가 될 만한 지침서를 만들어 분쟁예방에 도움을 주기 위해 책자를 발간하게 됐다”고 한다.
 특히 공신력 있는 법원에서 책자를 발간한 만큼 분쟁이 발생했지만 아직 법원에 오기 전의 단계에 있는 아파트 등에서 이 책을 통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대전지법은 이 책을 대전지법 관내인 대전시와 충청남도에 있는 50가구 이상인 아파트 단지에 2권씩 2,500부 이상을 무료로 배포했다. 한 권은 관리사무소에, 한 권은 입대의에 비치해 공용으로 사용하도록 함으로써 입주민들이 해당 아파트에 요청하면 책을 열람해 활용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그리고 다른 지역의 아파트에서 요청이 들어올 경우 배포여부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검토 중이다.   
 
 

 분쟁 중 동대표 선출 및 해임 건 ‘다수’

 대전지법에는 지난해 20여건에 이르는 아파트 관련 분쟁이 접수돼 처리됐거나 계류 중이다. 어 부장판사는 “이러한 분쟁은 하나의 사건이라도 다수의 입주민들이 관여하는 것이 보통이고 법원에까지는 오지 않더라도 내부적으로 심각하게 분쟁을 하는 경우는 더 많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분쟁의 유형은 입대의 구성과 관련해 동별 대표자의 선출이나 해임, 입대의 해산 등에 관한 것이 가장 많은 편이라고 한다. 이밖에 아파트 관리와 관련해 의사결정의 적법성, 위탁관리업체나 공사업자의 선정문제, 부녀회와 입대의와의 알뜰장터로 인한 다툼 등이 차지하고 있다.
 
 

 잘못된 법령 해석이 분쟁 키워

 그렇다면 이러한 분쟁의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어 부장판사는 “관련 법령에 대한 해석을 잘 하지 못해서 발생하는 경우가 다수를 차지하기 때문에 견강부회 식으로만 하지 않는다면 법원에서 발간한 이 책이 참고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아울러 “다수의 입주민이 거주하는 공동주택은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 대표자를 선출하고 입주민들이 자율적으로 규칙을 정해 관리하도록 정하고 있다”면서 “그런데 집단 간에 패를 가르거나 사적 감정이나 이해관계로 말미암아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고 언급한다. 이제 과거의 폐습을 버리고, 이 책자를 참고삼아 입주민 스스로 합리적인 방안을 도출해내고, 갈등을 슬기롭게 해결할 수 있기를 어 부장판사는 기대한다. 
 
 

 입주민 의사 반영 위한 주택법령 정비 필요

 아파트에서 발생하고 있는 다양한 유형의 분쟁들.
 이는 일차적으로 집단 및 단체가 형성되면서 이권과 관련돼 있기 때문에 발생한다.
 어 부장판사는 “많은 입주민을 대표하면서 순수하게 봉사하는 마음으로 임해야 하는데 이러한 부분이 부족한 것 같다”고 지적한다. 뿐만 아니라 법규 해석에 있어서 난점이 많다며 관련 법 정비의 필요성도 제기한다. “본래 권리는 소유권을 기초로 해 형성되기 마련인데 주택법령의 경우 ‘입주자 등’에 사용자도 포함돼 있는 구조여서 소유자 위주로 돼 있는 법인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과의 상관성에 있어서 해석상 난점이 있다”며 이런 부분에 대해 법령이 정비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어 부장판사의 판단이다. 구체적인 예로 사용자와 소유자의 영역을 분류해서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어 부장판사는 “입주민들의 의사를 가장 잘 반영하도록 법령이나 실제 관행이 이뤄지고 있는가를 꼼꼼히 짚어봐야 한다”며 “현재 입주민들의 정확한 의사반영이 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돼 있는지 의문”이라고 표한다. 형식적인 의사의 확인이 아닌 실질적으로 입주민들의 의사를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의 법 또는 제도의 정비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제3의 공적 지원기구 설치해야 

 어 부장판사는 현재 각 지방자치단체에 공동주택 관리 분쟁조정위원회를 설치하도록 돼 있지만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도 의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지금으로선 기존의 공동주택 관리 분쟁조정위원회는 실효성이 없어 있으나마나 한 기구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전문성이 부족한 입대의나 입주자들을 지원해줄 수 있는 제3의 공적 기구 및 지원센터가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끝으로 차후 상가건물에 대해서도 심층적으로 연구를 해보고 싶다는 어 부장판사는 앞으로 더 나아가 아파트 생활법률에 관한 해설서가 나오기를 기대하면서 본지에 대해서는 아파트 입주민들이 안고 있는 문제들을 잘 살피고 문제를 원만히 해결할 수 있도록 가교 역할을 담당해주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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