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립환경과학원 실내환경연구팀 장 성 기 팀장


 최근 국립환경과학원은 ‘주거공간별 실내공기질 관리방안 연구’의 일환으로 아파트 100가구에 대해 세균, 곰팡이 등 50여종의 오염물질 농도를 조사했다. 그 결과 세균, 곰팡이, 집먼지 진드기 등이 권고기준을 초과했으며 특히 미세먼지는 건축된 지 11년 이상인 아파트와 작은 면적의 아파트에서 농도가 높게 나타났다. 특히 포자가 많이 번식하는 봄철에 곰팡이가 많이 발견됐으며 저층 아파트일수록 곰팡이 농도가 높게 측정됐다. 호흡기·알레르기성 질환을 일으킬 수 있는 이른바 ‘헌집증후군’이 우려된다는 얘기다. 또한 신축 공동주택에서 발생하는 포름알데히드와 휘발성 유기화합물이 실내공기를 오염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연구를 진행한 국립환경과학원 실내환경연구팀 장성기 팀장은 “현대인들은 하루 중 실내에서 20시간 이상을 생활하고 그 중 14시간 이상을 주택 내에서 생활하고 있으며 특히 아이들의 경우 어른보다 세균, 곰팡이 등에 더 취약할 수 있고 포름알데히드, 휘발성 유기화합물 등으로 인한 실내공기질의 오염으로 아토피, 천식 등의 질환에 노출되는 등 실내 오염물질 관리가 절실하다”고 말한다. 장 팀장을 만나 헌집증후군과 새집증후군 등의 저감방법에 대해 알아보고 앞으로 실내공기 오염물질 저감을 위한 방안에 대해 들어본다.
 
 
 
 실내 오염물질 농도 높아 헌집증후군 노출 
 
 헌집증후군은 오래된 집의 구석에 숨어 있는 곰팡이와 세균, 배수관 악취, 유해곤충의 알레르겐 등 오염물질로 인한 피부질환, 호흡기 질환, 알레르기성 질환, 피로감 등의 건강 이상 증상을 일으킬 수 있어 주의해야 하지만 각 가정에서 관리를 해야 하기 때문에 정부에서는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동안 정부가 신축 공동주택의 새집증후군을 예방하고 관리하기 위해 오염물질을 다량 배출하는 건축자재를 사용금지 하는 등의 규제를 통해 실내공기질의 오염도가 많이 저감되는 등 제도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지만 정작 헌집증후군에 대해서는 뚜렷한 대책이 없다”면서 “헌집증후군으로 인한 오염도를 측정하고 대책 마련을 위해 연구를 진행하게 됐다”고 장 팀장은 말한다.
 연구결과는 예상했던 것보다 놀라웠다. 수도권 아파트 100가구 가운데 67가구가 실내 세균수 기준을 초과했고 22가구에서는 권고기준보다 많은 양의 곰팡이가 발견됐다. 피부질환의 원인이 되는 집먼지 진드기 역시 국제기준인 1g당 100마리를 넘어선 집이 23%에 달했으며 미세먼지는 주로 건축된 지 11년 이상 된 아파트와 85㎡ 이하의 아파트에서 농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파트 세균이나 곰팡이 등의 오염물질 농도가 헌집일수록 기준치를 초과해 높게 나타난다는 것이 확인된 셈이다.
 장 팀장은 “온도와 습도가 높아 유기물이 부패하기 쉬운 여름철과 빨래를 자주 하지 않고 세탁물을 오래 쌓아 두는 세대일수록 세균 농도가 높았다”면서 “하지만 이런 결과는 거주자의 생활습관과 패턴에 따라 조금씩 그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입주자 스스로가 이에 대한 심각성을 인식하고 감염관리를 시작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포름알데히드, 온도 올라가면 더 많이 방출
 
 정부는 그동안 새집증후군 예방을 위해 신물질 개발에 나서고 ‘다중이용시설 등의 실내공기질 관리법’시행은 물론 공기정화식물 적용 등의 대책 마련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장 팀장은 “포름알데히드나 휘발성 유기화합물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미해명된 부분이 많지만, 이들 물질에 장기간 노출될 경우 건강에 영향을 준다는 것은 실례를 통해 이미 알려져 있는 상황”이라고 말한다. 
 이에 지난해 12월 국립환경과학원은 새집증후군의 주요 원인물질 50여종의 실내공기 오염도 변화를 파악하기 위해 전국 신축아파트 72가구를 대상으로 입주 전부터 입주 후 36개월까지 3개월 간격으로 추적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신축 아파트의 실내공기 중 대부분의 오염물질은 입주 전보다 입주 후 2개월까지 농도가 증가했다가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입주 전보다 입주 후 오염물질 농도가 증가하는 원인은 입주 시 입주자들의 약 50% 이상이 실내 개조와 새 가구나 생활용품을 구입한 것이 원인”이라고 장 팀장은 설명한다.
 휘발성 유기화합물은 입주 7개월 경과 후 최고농도의 약 50%가 감소했으며, 28개월 이후부터 약 80% 이상 감소해 안정화됐다. 이와 달리 포름알데히드는 입주 19개월 경과 후 최고농도의 약 50% 이하로 감소했으며, 31개월 이후부터 약 60% 정도로 감소하는 등 감소 속도가 가장 느린 특성을 보여 장기간 실내공기를 오염시키는 주요 원인임을 재확인했다.
 장 팀장은 “온도가 올라가면 휘발성 유기화합물과 같이 휘발성이 있는 것은 더 방출되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휘발된다”며 “하지만 큰 목재가구의 경우 덩치 자체가 커 휘발되는데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고 말한다.
 아울러 장 팀장은 “이러한 새집증후군이 최근에 더욱 문제시되고 있는 이유는 주택의 기밀성과 밀집한 관계를 갖고 있다”면서 “특히 최근에 새로 지은 아파트의 경우 에너지절약이나 미관 등을 고려한 ‘기밀시공’으로 시스템창호나 이중창을 사용하고 있는데 일부러 창문을 열어 외부공기를 실내로 끌어들이지 않는 한 실외의 신선한 공기를 끌어들이는 자연환기가 거의 없어 오염에는 더 취약할 수 있다”면서 자연환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입주자 스스로 실내 오염원 줄여야
 
 장 팀장은 “아파트의 실내공기질은 건물의 특성, 생활습관, 실내환경 등 다양한 인자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면서 “헌집증후군 예방을 위해서는 온·습도 조절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습기가 많은 주방이나 싱크대 주변과 발코니, 화장실을 자주 청소하고, 번거롭더라도 하루 4번 이상 환기를 하고 실내온도를 봄철에는 20도, 여름철에는 25도, 습도는 60% 이하로 유지하면 곰팡이와 집먼지 진드기를 더욱 줄일 수 있다.
 “건물이 오래되면 휘발성과 함께 건물의 부식으로 인해 먼지 등 입자상 물질이 많이 생기고 세균이나 곰팡이가 살 수 있는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각 가정에서 주기적인 환기와 청소, 적정 온·습도 유지 등의 올바른 생활습관과 관심을 갖고 실내 오염원을 줄이는데 노력을 해야 한다”고 장 팀장은 강조한다.
 이와 더불어 새집증후군 예방을 위해서는 입주할 때까지 태양광선이 충분히 입사되도록 하고, 겨울에는 난방을 해 실내온도를 높여 오염물질의 휘발을 촉진시키고 실내의 가구나 수납장의 문을 모두 열어 두는 방법도 제시한다.
 아울러 장 팀장은 “현재 국내에서는 쾌적하고 건강한 실내환경 창출과 오염물질의 방출이 적은 건축자재의 개발 및 생산을 유도하기 위해 각종 건축자재로부터 방출되는 오염물질의 정도에 따라 인증등급을 부여하는 친환경 건축자재 품질인증제를 시행하고 있다”면서 “입주자들의 노력과 더불어 시공사는 공인된 기관의 인증을 획득한 환경친화적 건축자재의 사용이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실내공기질 관리방안 마련
 
 쾌적한 실내공기 환경의 확보를 위해서는 거주자의 지속적인 관심과 대처방법도 중요하지만 이보다 선행돼야 할 것은 쾌적하고 안전한 실내공기 환경조성을 위한 해결책이다.
 우선 새집증후군 예방을 위해서는 실내공기중의 포름알데히드와 휘발성 유기화합물의 주 방출원인인 건축자재에서 방출되는 오염물질을 희석하거나 제거해 실내공기 중의 오염물질 농도를 줄일 수 있는 환기설비에 대한 제어가 설계 및 시공단계에서부터 고려돼야 할 것이다.
 장 팀장은 “그러나 막연히 실내공기 중의 오염물질의 농도를 낮춘다는 접근보다는 구체적으로 목표로 하는 오염물질의 농도를 정하고 현재 오염 대상물질의 기준을 합리화해 새로운 물질을 추가하거나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 물질들에 대한 연구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법상에서의 가이드라인을 재정비할 때”라고 강조한다.
 또한 이와 더불어 정부에서도 거주자 스스로가 거주공간의 실내공기질을 관리할 수 있도록 교육과 함께 홍보 책자를 만들어 배포하는 등의 노력을 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장 팀장은 “앞으로 실내환경에 쓰이는 건축자재를 거주자들이 직접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건축자재 오염물방출 표시제’의 법제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표시제가 시행되면 건축자재에서의 유해물질이 얼마나 배출되는지를 거주자들이 직접 보고 확인할 수 있어 실내공기 오염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한편 “아파트 등 공동주택뿐만 아니라 단독주택과 다세대·연립주택 등 주택형태별로 실내 오염물질 종류와 농도조사를 통해 주거공간에서의 실내공기질 관리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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