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립대학교 건축학부 박 철 수 교수


 

 우리나라 국민의 반수 이상이 아파트에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파트는 사회문화적으로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에서 다른 곳으로 이주를 할 때도 대다수 사람들이 다시 아파트를 선택한다. 이러한 가운데 서울시립대학교 건축학부 박철수 교수는 최근 ‘대중소설에 묘사된 아파트의 부정적 속성에 대한 건축학적 해석’이라는 논문을 대한건축학회지를 통해 발표했다. 박 교수는 “지금보다 더 좋은 환경에 가급적이면 전용면적을 더 넓혀 가려는 욕심 때문에 계속해서 아파트를 선호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파트에 대한 찬사는 없다”며 “한국적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고 전한다.
 
 
◀서울시립대학교 건축학과와 동대학 대학원 박사과정을 마친 박철수 교수는 대한주택공사 주택도시연구원의 연구위원을 거쳐 지난 2002년부터 서울시립대학교 건축학부 건축학전공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대통령 자문기구인 건설기술건축문화선진화위원을 역임했으며, 대한건축학회, 한국주거학회, 한국도시설계학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MA와 하우징 디자인>, <아파트의 문화사>, <한국공동주택계획의 역사>, <소설 속 공간산책 1, 2, 3>, <주거단지계획> 등을 출간했으며, 공동주택연구회 회원으로서 주거문화와 관련한 다양한 잡문과 논문을 발표하고 있다.
 
 
 
 
 
 
 
 아파트는 ‘욕망의 바벨탑’
 
 대중소설 속에 비춰진 아파트의 부정적인 모습은 어떠할까. 우영창 작가가 쓴 「하늘다리」의 ‘뭉툭한 직사각형의 콘크리트 입체물’, 대중매체인 주간동아 2009년 11월 10일자 커버스토리에는 한국의 아파트를 ‘10억짜리 욕망의 바벨탑’ 등으로 표현하고 있다. 
 현재 아파트를 둘러싼 문제해결의 상당부분이 건축학적으로 귀책사유가 있는 것처럼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건축학적으로 어떠한 문제들이 있는지를 찾는 것이 선결과제로 이뤄져야 해결책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박 교수는 아파트를 부정적으로 묘사하고 있는 70여편의 소설을 분석했다. 박 교수는 “단독주택도 콘크리트로 짓는데도 불구하고 유독 아파트에 대해서만 콘크리트 덩어리나 콘크리트관으로 비유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아파트를 둘러싼 문제
 건축에 떠넘기기 잘못

 
 박 교수는 사람들이 아파트에 살면서도 아파트를 비난하는 이유가 과연 무엇인지 속속들이 들여다보고 싶었다.
 이에 우선 사회의 문화적 현상을 일종의 픽션으로 구성해내는 작가들의 글에는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의 생각을 100% 대변했다고 전제하고 많은 소설 중 아파트에 대해 비난하고 있는 소설만을 뽑았다. “아파트를 긍정적으로 표현한 것은 수천 권의 소설 중 고작 2권 정도에 불과했다”는 박 교수의 지적을 통해 아파트의 부정적인 속성이 어느 정도의 수준인지를 가늠케 한다.
 박 교수는 아파트를 부정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부분을 체계적으로 정리해보면 건축하는 이들이 해결해야 할 구체적인 과제가 있을 것이라고 판단, 부정적으로 묘사됐던 소설들을 분류 및 유형화해 분석했다. 그 결과 건축분야에서 책임져야 할 사항이 결코 아니라는 결론을 얻어냈다.
 박 교수는 “아파트를 ‘욕망의 바벨탑’으로 묘사하듯 즉, 아파트를 통해 불로소득을 창출했던 경험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면서 “결국은 한국사회에서 욕망의 대상이 아파트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꼬집는다. 또한 “이러한 내용이 소설 속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고 있는데 이러한 문제는 건축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덧붙인다. 이는 우리나라가 앞으로 어떠한 방향으로 나가야 하는지 진지한 논의 속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 중의 하나이지 지금의 아파트에 대해 건축가들한테 책임을 전가시키는 태도는 잘못됐다는 것이다.
 
 
 
 아파트와 견줄 주택유형 없어
 한국적 아이러니 계속 존재

 
 인간 본연은 기본적으로 서로 다름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사는 주거공간인 아파트는 똑같다는 문제점을 갖고 있다. 박 교수는 “한국사회의 아파트를 매개로 한 자본증식의 문제, 경관의 부조화, 건축형태로서의 단순화, 획일화 등의 문제들이 아파트에 집중적으로 돼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물론 건축적으로 획일적인 집을 짓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는 측면은 있지만 결국에는 아파트의 여러 가지 문제를 아파트로 해결하려고만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현재까지 동일한 비용으로 집으로서의 안락함, 편리함, 쾌적함을 고려하면 아파트와 견줄만한 주택유형은 없다. 그래서 아파트를 지속적으로 공급하면서도 계속 아파트가 문제라고 하는 아이러니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편향적 주택공급시스템 지양해야
 
 “사회문화적으로 아파트는 정점에 와 있다고 판단한다”는 박 교수. 그는 “아파트에 견줄만한 상대적 주택유형을 우리사회가 만들어내야 아파트를 둘러싼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거듭 강조한다. 그렇게 된다면 아파트에 대해 비난을 하기보다는 선택에 의해 주택유형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에서 정책적으로 사람들의 차이를 인정한다면 그들의 삶의 모습도 차이가 있어야 하는 것이 기본적인 원칙이다. 그러나 주택분야에서는 철저하게 외면되거나 무시되고 있는 실정이다. 박 교수는 “아파트로의 단독주택지 재개발에 대한 최근의 정책방향에 대해 하나의 주택유형으로 공급해가는 편향적인 공급시스템도 문제”라고 비판한다.
 
 

 ‘거대한 침묵의 조형물’
 가장 인상적인 표현

 
 박 교수는 분석한 소설 중 아파트에 대해 표현한 가장 인상적이었던 표현으로 이경자 작가의 소설 「그 매듭은 누가 풀까」의 ‘거대한 침묵의 조형물’과 한수영 작가의 소설 「공허의 1/4」의 ‘잔뜩 발기한 거대한 난수표’라는 문구를 꼽는다. 한국의 아파트를 드라마틱하게 보여준 문구로 우리가 아파트에 사는 실상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준 표현이라는 점에서다.
 아파트의 문제를 아파트로 해결하려고 하지 말아야 한다는 철학을 갖고 있는 박 교수는 “아파트에 견줄만한 주택유형이 등장해야만 아파트를 향한 욕망도 와해될 것”이라고 말한다.
 
 
 
 딱딱한 건축, 소설로 친숙하게
 
 박 교수는 궁극적으로 품격 있는 건축을 위해 건축을 전공하는 학생들에 대한 교육뿐만 아니라 하우렉쳐(HAU-Housing, Architecture &Urbanism LECTURE)를 통해 건축 관련 필드에서 일하는 이들과 지식을 공유하는 자리를 마련, 강의를 진행해오고 있다. 특히 「소설 속 공간산책」이라는 책을 발간하는 등 소설에 주목하는 이유는 소설은 누구나 쉽게 읽는 반면 건축은 딱딱하다고 여기기 때문에 소설을 통해 일반 대중들이 건축에 조금 더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뿐만 아니라 주부 등을 대상으로 한 여러 강좌 등을 통해 황폐화된 주거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오고 있다.
 끝으로 미래의 주거환경에 대해 박 교수는 “그동안 아파트 주거유형을 중심으로 양적 확대를 계속 해왔다면 앞으로는 주택유형의 다양화를 통해 균등하게 주택재고를 구성해야 하고 이를 통해 대한민국 국민들이 자기가 원하는 삶의 모습을 담고 싶은 주택유형을 선택할 수 있길 바란다”고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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