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이 태 원 책임연구원

 

 올해 겨울은 유난히 눈도 많이 오고 춥다. 자연스레 보일러 온도조절기로 손이 가기 마련. 하지만 난방비 걱정에 주춤하게 된다. 아파트 입주민들의 겨울철 난방비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장치가 개발됐다고 해 화제다. 아파트 입주민들에게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최근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기존의 실내온도조절기보다 난방에 필요한 온수의 운반비를 절반 가까이 줄여 전체 난방비의 약 15% 정도를 줄일 수 있는 새로운 난방장치인 ‘통합형 세대 난방복합기’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 장치는 지난 3일 국가녹색기술대상을 수여한 바 있다.
 이번 장치의 개발을 주도한 건기연 건축도시연구본부 설비플랜트연구실 이태원 책임연구원을 만나 통합형 세대 난방복합기의 장점에 대해 들어봤다.
 
  

난방 사용량 따라 제어방식 선택 가능 


 
 
 개발된 통합형 세대 난방복합기
 중앙집중난방방식에 한해 설치

 
 아파트에서 세대 내 난방을 하기 위해서는 물을 사용한다. 이 물을 만드는 방법에 있어서 가스를 각 집에 배관해 그 가스로 개별적으로 온수를 만드는 것이 개별난방방식이며 기계실에서 온수를 만들어 배관을 통해 각 가정으로 보내는 것을 중앙난방방식이라고 한다. 또 지역난방방식은 발전하고 남은 폐열을 이용해 난방수를 공급받는 것으로 중앙난방과 지역난방을 합쳐 중앙집중난방방식이라고 일컫는다.
 통합형 세대 난방복합기는 중앙집중난방방식에 한해 설치하는 장치다.
 
 
 
 개폐식 제어, 유럽식 기술
 한국식 난방에는 적합하지 않아

 
 아파트 각 세대 내에는 난방의 온도조절을 위해 실내온도조절기가 부착돼 있다. 그러나 적절한 유량제어를 수행하지 못해 에너지가 낭비되거나, 과다한 유량 통과로 밸브 등에서 소음이 발생해 입주민들이 불편을 겪는 경우가 많다.
 보통 설치되는 실내온도조절기의 제어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실내온도에 따라 주택 내부로 순환하는 난방수를 공급겶榻洑求?개폐식(On-Off) 제어방법, 실내온도에 비례해 난방수의 유량을 조절하는 비례식(Linear) 제어방법이다.
 개폐식 제어방법은 국내에서 가장 보편적인 것으로 동일한 난방수의 양으로 수송할 수 있는 열량이 비례식 제어방법의 절반수준에 불과하다. 또 방안의 온도를 높이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순환펌프의 용량이 커야 하며 이 펌프가 켜졌다, 꺼졌다를 반복하는 상태가 지속됨에 따라 펌프 구동을 위한 에너지가 지속적으로 증가한다.
 이에 대해 이 연구원은 “우리나라 대부분의 중앙집중난방방식에 설치된 제어방법은 개폐식 제어방법으로 사실 이 기술은 유럽식”이라며 “방바닥을 가열해 공기를 데우는 한국식 난방에서는 적합하지 않고 우리의 기술이 부족했을 때 이 같은 기술을 도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개폐식 제어방법은 열량 손실이 많고 온수를 공급하는 펌프를 구동하는데 에너지가 많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입식생활을 하는 유럽 등 서구에 적합한 장치를 난방방식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대안이 없어 사용해 왔다는 것이다.
 
 
 
 비례식 제어, 비싸고 내구성 낮아
 난방수요 큰 경우 낭비적 요소 많아

 
 그럼 비례식 제어방법은 어떨까? 비례식 제어방법은 주거공간의 온도에 따라 밸브의 입구를 조절해 연속적으로 난방수 유량을 변화시킨다. 이로 인해 제어기의 구조가 매우 복잡하고 가격도 비싸다. 구조가 복잡하니 유지관리도 어렵다. 특히 난방수요가 감소하는 계절에는 공급되는 순환수 유량이 지나치게 감소해 낭비적 요소가 많고 소음이 발생해 오히려 비효율적이다.
 이 연구원은 “그래도 개폐식 제어방법보다는 비례식 제어방법이 우리나라 난방방식에 더 적합하긴 하나 비싸고 내구성이 떨어져 설치하지 못했고 또 난방수요의 변화가 심한 경우 단점도 발생해 새로운 기술이 필요했다”고 전했다.
 
 
 
 개폐식, 비례식 장점만 모아 개발한
 ‘통합형 세대 난방복합기’

 
 우리나라의 실정에 맞게 개폐식과 비례식의 장점만을 통합해 개발한 것이 ‘통합형 세대 난방복합기’다. 이 장치는 겨울 난방수요가 많을 때는 비례식 제어를, 봄, 가을에는 개폐식 제어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
 이 연구원은 “아파트에 의무적으로 설치되는 난방계량기에서 측정한 정보를 실내온도제어에 활용함으로써 기존 장치보다 더 간단한 구조로 정밀한 제어를 수행하는 기술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며 “개발된 기술은 바닥에 축열하는 온돌을 사용하는 국내의 난방방식에 적합한 최적의 난방제어장치”라고 말했다.
 이 장치는 세대별 난방수행 이력, 기간별 소비량 등의 정보제공을 비롯해 난방계량기와 난방용 자동온도조절기의 통합에 따른 상호 정보교환을 통한 기기고장 자가진단 기능도 갖고 있다.
 그는 “난방수행 이력 분석을 통한 합리적 난방운전 및 난방에너지 절약의식 고취, 고장의 조기진단을 통한 난방계량기 및 난방용 자동온도조절기 유지관리 성능 향상 등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난방온수 소비량 40% 절감
 난방에너지 8% 절약 가능해

 
 건기연 실험 결과에 따르면 난방순환수 소비동력 40%, 난방에너지는 8% 이상 절약할 수 있다. 이 장치는 연간 난방비가 80만원인 가정에 적용하면 12만원을 절약할 수 있고 국가적으로 3,000억원 이상의 에너지 비용 절감이 예상된다. 또 연간 100만Toe의 난방에너지를 절감하고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83만톤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연구원은 “이 기술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정밀도가 높은 난방계량기가 필요한데 이미 국내 실정에 적합한 난방계량기를 개발해 지식경제부의 신기술 인증을 받았고 전문기업에 기술이전을 마친 상태”라고 덧붙였다.
 올 겨울 서울 지역 내 600가구, 경기 분당 지역 1,000가구 단지에 시범사업을 실시할 예정이다.
 통합형 세대 난방복합기는 신축 아파트를 비롯해 기존 아파트에도 설치할 수 있다. 신축 아파트 85㎡ 면적의 경우 기존 난방 설치비의 60% 정도면(방별로 제어하지 않는다는 가정) 가능하다. 기존 아파트의 경우 가구 내 여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나 중복되는 기능을 통합해 오히려 저렴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한편 이 연구원은 중앙난방방식 아파트에서 개별난방방식으로 변경하는 현 상황에 대해서도 일침을 놨다. 그는 “개별난방방식에 대해서는 깊게 생각해야 할 부분”이라며 “개별난방방식의 경우 효율이 높아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으나 개인을 위해서는 좋을지 몰라도 국가 전체를 위해서는 낭비되는 에너지가 너무 많다”고 꼬집었다. 이어 “녹색성장을 추진하고 있는 정부가 나서야 하겠지만 정부 또한 손 놓고 있는 상황으로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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