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한국장애인문화진흥회 방 귀 희 회장

 
 
 필자는 대학교 재학시절 사회복지학 관련 교양강의를 접한 경험이 있다. 당시 강의를 맡은 교수는 ‘비장애인’이란 용어 대신 ‘일반인’이란 표현을 쓰고 있었고, 그런 그에게 과연 교수의 자질이 있는가란 의문을 품게 됐다. 이로 인해 강의가 진행되는 시종일관 자리 잡고 있던 미간의 주름이 타 학생들에게는 향학열에 불타는 지성인쯤으로 비춰졌을지도 모르겠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장애인에 대해 무심할 것이다. 아니 무심한 것은 그나마 낫고 외면하지 않는 것이 다행일 것이다. 그렇다면 자신 혹은 측근이 장애에 직면해 있다고 가정해보자. 물론 상상하기 꺼려지는 것이 인지상정이겠지만 역지사지로 생각해본다면 장애인이라는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지 못함으로써 그들이 겪었을 고통이 무척 컸음을 깨닫게 되지 않을까.
 이러한 상념을 갖고 만난 (사)한국장애인문화진흥회 방귀희 회장은 휠체어에 의존하는 지체장애1급 장애인이다. 아울러 방송작가, MC, 교수 등으로 활동하며 비장애인 못지않은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탓인지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장애인 편의시설의 문제점과 장애인의 입장을 잘 대변하고 있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필자에게 예전과는 다른 의미의 주름을 미간에 만들어준 방 회장을 만나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장애인 편의시설에 관해 들어본다.
 
 
 

·1981~現  KBS 작가, MC
·1991~現  솟대문학 발행인
·1992~現  도서출판 솟대 대표
·2004~現  경향신문, 에이블뉴스 칼럼니스트
·2006~現  복지TV 칼럼니스트
·2007~現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겸임교수
·2007~現  국가인권위원회 정책자문위원
·2008~現  우송대학교 의료사회복지학과 겸임교수
·2009~現  재단법인 한국장애인개발원 이사
·2009~現  (사) 한국장애인문화진흥회 회장
 
 
 
 
 
 
 
 
 
 
 


 

형식만 갖춘 장애인 편의시설


 “대부분의 아파트가 장애인 편의시설을 갖췄지만 설치규격을 준수하지 못한 아파트가 많다”
 아파트에서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보장에 관한 법률’에서 정한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기준을 따르지 않는 경우가 있느냐는 질문에 대한 방 회장의 대답이다. 이어 방 회장은 ‘열린케어 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지난해 10월 광주광역시 소재 200가구 이상 아파트 500여 곳을 대상으로 이뤄진 장애인 편의시설 실태조사 결과를 거론한다.
 장애인들을 포함한 조사단이 직접 나섰기에 신빙성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이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아파트의 장애인전용 주차구역 설치율은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과 ‘주차장법’ 개정 이후 좋아졌지만 아직도 설치가 미흡한 구역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장애인전용 주차구역뿐만 아니라 아파트의 주출입구 경사로의 각도가 규격에 맞지 않는 경우 또는 갖추긴 했지만 어디에 있는지 모르게 만든 편의시설이 많아 정작 장애인 본인들은 편의시설의 편리함을 체감하지 못한다”고 전하는 방 회장은 아파트 시공과정에서 주요 업무를 담당하는 자들이 장애인 편의시설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점에 우려를 나타낸다.
 실제로 한 지자체에서 장애인 등에게 편리한 주거환경을 조성하고자 운영한 국민임대주택 편의시설 상설점검반의 활동에 나선 관계자가 “그동안 장애인 편의시설을 제대로 알고 있지 못했다”고 밝힌 일화는 이 같은 방 회장의 우려를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주차구역이든 경사로든 있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한 나머지 세부규정을 염두에 두지 않고 만든 편의시설은 장애인에게 그림의 떡일 뿐”이라고 일침을 가하는 방 회장은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와 관련된 법의 의무조항이나 설치규정이 형식에 불과해선 안 된다고 주장한다.
 
 
 

가구內 장애인 편의시설도 신경 써야


 자립생활을 하는 장애인들이 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아파트의 장애인 편의시설 미비로 인한 애로점을 토로하는 이들이 상당수라는 방 회장은 장애인들이 겪는 불편사항에 관해 이야기한다. “규정을 따르지 않은 편의시설뿐만 아니라 아예 갖추지도 않은 아파트도 있다. 주출입구에 경사로가 없어 혼자 힘으로 아파트 내부에 들어갈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장애인도 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장애인전용 주차구역에 비장애인이 주차하는 행태는 차치하더라도 규격에 맞지 않는 주차구역의 면적으로 인해 장애인들이 난감함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는 것. 주차를 해본 사람이라면 옆에 주차된 차량과의 간격이 좁아 불편함을 느낀 경우가 있을 것이다. 이렇듯 비장애인도 종종 협소함을 느끼는 주차구역에 장애인 마크 하나 그려놓고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원활히 하차하길 기대하는 곳이 부지기수란 말이다.
 방 회장은 입주자 가구 내 시설에 대해서도 언급하며 “얼마 전 몇몇 건설사에서 장애인 입주 시 개개인이 필요로 하는 편의시설을 무료로 설치해준다는 소식을 접했다. 이같이 장애인을 배려하는 건설사들의 움직임은 무척 바람직한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러한 아파트에 입주하지 못하는 장애인들은 편안함을 느껴야 할 공간에서 생리적인 현상의 해결도 힘에 부쳐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1층에 살 때는 화장실 이용을 위해 바닥을 팠다. 현재 사는 아파트는 6층이라 바닥을 팔 수 없어 좌변기에 다가서기 위한 경사로를 만들었다”며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는 방 회장은 아파트에 거주하는 장애인이 비장애인 못지않게 편리한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아파트 단지 내 장애인 편의시설만큼이나 입주자 가구 내 장애인 편의시설에도 신경을 써야할 시기가 도래했다고 피력한다.
 
 
 

건설사 인식변화+제도적 장치 마련


 “아파트 광고를 보고 있으면 건설사들이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여러 종류의 시설을 만들어 편의를 제공하려는 노력이 대단하다는 것을 느끼지만 정작 장애인을 위한 시설은 없다”고 꼬집는 방 회장은 장애인도 그들 아파트의 고객이 될 수 있다고 인식하지 못한 채 장애인은 가난하기 때문에 입주는 엄두도 내지 못할 것이라고 치부하는 건설사들에게 씁쓸함을 느끼는 듯하다. 모든 건설사들이 장애인에게 갖는 인식이 변화해 장애인과 눈높이를 맞춘다면 자발적으로 설치할 수 있는 것이 장애인 편의시설일 텐데 말이다.
 방 회장은 또 장애인 편의시설 우수 아파트를 선정해 시상하는 사례가 있다는 것이 한편으론 가슴 아프게 다가온다면서 “대부분의 아파트가 장애인 편의시설을 얼마나 미비하게 갖추고 있었으면 이런 시상식이 있겠냐”며 “우리나라의 모든 아파트가 장애인 편의시설을 제대로 갖추고 있는 것이 당연시되는 날을 앞당기기 위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역설한다.
 방 회장에 따르면 정부가 시행하는 장애인 편의시설 관련 정책이 공공시설에서 주거시설로 옮겨가야 한다. 공공시설의 장애인 편의시설은 아직도 모자란 면이 있긴 하지만 잘 갖춰지고 있는 추세다. 이러한 공공시설처럼 주거시설에 대해서도 ‘그곳에 사는 당사자들이 알아서 하세요’라는 식으로 외면하지 말고 정부가 적극적으로 관여해야 한다는 얘기다.
 방 회장은 “여닫이문을 미닫이문으로 교체해야 하는 장애인이 있고, 높낮이 조절이 가능한 세면기가 필요한 장애인도 있다”며 “이러한 장애인이 아파트에 입주할 경우 입주자 가구 내 시설을 장애인이 겪고 있는 장애에 따라 알맞게 설치해주는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한다.
 
 
 

장애인 바라보는 시각 변화해야


 “통합사회를 만들기 위한 국가적인 노력이 부단하다. 이러한 통합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지역사회의 통합이 선행돼야 할 것이고, 그 이전에 통합을 이뤄야 할 곳이 오늘날 대표적인 주거형태로 자리잡아가는 아파트 등의 주거공간”이라고 운을 띄운 방 회장은 장애인도 비장애인들과 어울려 아파트에서 살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며 이솝우화 ‘여우와 두루미의 만찬’ 이야기를 꺼낸다. 방 회장이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상대편의 입장을 이해하고 바라본다면 그것이 진정한 배려가 된다는 것이다. “서로가 융화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진정한 배려를 한다는 마음가짐을 갖고 아파트에 함께 거주하는 장애인을 바라보는 비장애인의 시각이 바뀌어야 한다. 내가 사는 아파트에 장애인이 함께 살고 있다는 것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지양해달라”고 주문한다.
 이어 방 회장은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서 장애인과 관련된 문제도 폭넓은 안목으로 접근해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모든 입주민들이 어우러져 화합할 수 있는 아파트 문화가 뿌리내릴 수 있는 밑거름 역할을 톡톡히 해줄 신문사가 되길 바란다”고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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