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녹색연합 이 유 진 기후에너지국장

 
 세계 최대의 석유산지인 사우디아라비아에는 “내 아버지는 낙타를 타고 다녔다. 나는 차를 몰고 다닌다. 내 아들은 제트기를 타고 다닌다. 내 아들의 아들은 다시 낙타를 타고 다닐 것이다”란 격언이 있다. 유머러스하면서도 씁쓸함을 불러일으키는 이 격언은 석유소비 증가에 따라 가까운 미래에 다가올 석유고갈의 문제점에 대해 역설하고 있다.
 TV 안에서 쏟아져 나오는 사금융 대출광고와 빈번하게 날아드는 불법 스팸문자 만큼이나 근래에 우리들의 귓전을 자주 때리는 말들이 바로 ‘북극해의 빙하가 급속도로 사라지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가 심각하다’, ‘인류 생명체에 위험이 닥쳐온다’ 등이 아닐까.
 최근 이러한 자원 위기와 환경 위기에 대처하고자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 전 세계적인 움직임이며 우리나라 역시 저탄소 녹색성장을 외치며 다방면에 걸쳐 녹색사업을 전개하는 등 녹색사회 구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녹색성장이 이렇게까지 화두가 돼 극성스러워지기 이전부터 자연과 인간의 하나된 삶의 영위를 위해 다방면에서 꾸준히 녹색운동을 펼쳐온 녹색연합 이유진 기후에너지국장을 만나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 녹색 깃발을 꽂을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해본다.
 
 
 
 작은 발견에서 시작되는 녹색생활
 
 “대한주택관리사협회의 공모전은 작아 보이지만 내실 있는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
 이 국장이 본지에 소개된 대주관의 녹색관리 우수추진사례와 온실가스 저감실적에 관한 공모전 관련기사를 보고 내뱉은 말이다. 이어 이 국장은 영국의 ‘베네제드’를 거론하며 앞으로 우리나라의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도 이러한 방식이 적용돼야 하지 않겠냐고 전한다.
 영국의 베네제드란 에너지 소비 최소화를 위해 만든 주택단지로 난방을 해결하는 열교환기가 달린 환기구, 가스 사용량을 체크하는 계량기, 두께 30㎝의 벽, 삼중창 등이 설치돼 화석연료 없이 난방을 해결하고 태양광 발전기와 태양열 온수기가 에너지를 생산한다.
 “영국 정부는 베네제드를 지어 놓고 나 몰라라 하는 것이 아니라 거주자들의 교통수단과 실내 난방, 음식물쓰레기 등을 모니터링해 재생이 가능한 에너지시설 자체보다는 생활습관의 변화를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이 국장은 현 정부가 절약에 대한 대책 없이 짓겠다고 선언한 ‘그린홈’에 대해 우려를 나타낸다. 에너지 절감의 측면에서는 재생 가능한 에너지를 사용하는 것 못지않게 에너지를 아껴 쓰는 것도 중요한데 지붕 위에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해주는 사업은 깨끗한 공짜 에너지를 제공하는 방식일 뿐 근본적으로 에너지를 절약하는 방법에 관련된 방안은 아무것도 마련된 것이 없다는 것이다.
 “만약 주민들이 값싼 전기를 펑펑 쓰게 된다면 이를 과연 그린홈이라고 부를 수 있겠는가?”라고 꼬집는 이 국장은 현 정부의 그린홈 정책보다 작지만 대주관 등의 단체에서 진행하는 공모전과 같은 이벤트가 펼쳐지는 양상을 더욱 가치 있는 움직임으로 평가한다.
 
 
 
 에너지절약 생활습관 변화가 우선
 
 녹색연합에서 추진하고 있는 녹색아파트 5년 계획이란 전기에너지 전년 대비 20% 절감, 자전거 이용 가구 늘리기, 에너지 절감과 녹색생활을 실천하는 씨앗모임 만들기 등의 단기목표와 에너지 20% 절감을 통한 CO₂ 10% 감량, 녹색교통, 로컬 푸드 등의 녹색생활 습관화를 목표로 한 중장기 목표를 갖고 지속적으로 저탄소 녹색생활을 실천해 나가는 방안이다.
 현재 광주광역시 북구 신안동 소재 모아아파트는 녹색아파트 5년 계획의 첫 모델로서 올해로 3년차에 접어 들었으며, 지렁이 퇴비화 정착 및 분양자 확대, 자전거 마일리지, 가가호호 에너지 진단, 탐방 등을 통한 주민 공동체 교육, 녹색아파트 리모델링 등을 추진 중이다.
 특히 지렁이를 활용한 음식물쓰레기 퇴비화를 음식물쓰레기 줄이기 운동으로 발전시켰으며 광주광역시에서 실시한 음식물쓰레기 감량평가에서 우수 단지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 국장은 “아파트 입주민을 비롯해 광주전남녹색연합, 북구청, 광주드림, 한국가스공사 등 민·관·기업·NGO·언론 등이 함께 거버넌스의 성공적 모델을 만들 것”이라고 전망한다.
 아파트의 특징을 파악하고 입주자대표회의, 부녀회, 관리사무소 등의 반응을 살피는 등의 과정을 거쳐 선정된 이 아파트의 호응도에 관해 묻는 질문에 “밥도 한꺼번에 많이 먹으면 체하기 마련이다. 처음부터 크고 거창한 것으로 진행하려 한 것이 아니라 에너지 현황판을 만들거나 작은 이벤트를 마련하는 등 소소하면서도 입주민이 마음을 열고 서서히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통해 참여를 유도했다”고 밝힌다.
 이 아파트에서 한 가지 더 주목할 만한 것은 1년간의 사업을 평가하고 에너지 축제를 개최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에너지절약왕, 작은음악회, 전시회, 장기자랑, 에너지절약 부스 등의 행사를 여는 것은 녹색아파트에 대한 인식을 향상시키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취지다. 
 
 
 
 “에너지절약이 곧 에너지 생산이다”
 
 “사실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곳 중 하나가 도시다. 이 도시 안에서도 오늘날 대표적인 주거형태로 자리 잡은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서 녹색성장의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 국장은 아파트를 실질적으로 움직이는 인물들이 어떤 마인드를 갖고 움직이느냐에 따라 녹색아파트 만들기도 달라진다고 말한다.
 실례로 그저 시각적인 즐거움을 위한다는 이유로 주경이나 야경을 고려한다며 아파트 상층부 등에 설치하는 경관조명보다는 태양광 시설에 숨어 있는 가치를 봐 달라는 것이다.
 즉 우리가 지향하는 가치의 문제이자 관점의 문제라고 생각한다는 이 국장은 “온통 에너지소비 문제 때문에 지구 환경이 악화된다고 야단인 시점에 아파트를 오로지 미관상 보기 좋게 한다는 까닭으로 경관조명을 설치해 에너지를 낭비하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며 “에너지절약과 환경적인 측면에서도 경관조명보다는 에너지를 생산하면서 비용 절감에도 효과가 탁월한 태양광 시설이 더 낫지 않겠느냐”고 비판한다.
 이 국장은 또 영국의 베네제드는 우리나라가 아파트 등을 건설할 경우 참고할만한 모델이라면 일본의 절전소는 이미 건축된 아파트 등에 적용할만한 가치를 충분히 내포하고 있다고 조언한다.
 절전소란 단순히 특정 장소를 일컫는 말이 아니라 ‘절전’과 ‘발전’이란 단어를 조합해 파생된 것으로 ‘내가 아낀 에너지를 다른 누군가가 쓴다’는 뜻이다. 달리 말하면 남이 쓸 수 있는 에너지를 나 자신이 생산한다는 개념으로 ‘에너지절약이 곧 에너지 생산’이라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 전기 사용량을 20% 줄인 아파트 등이 있다면 절전소를 상징하는 마크를 걸어줘 입주민들이 자부심을 느끼게끔 한다”며 “우리나라도 대기전력을 생각해 멀티탭을 사용하는 등 생활 속의 작은 실천도 중요하지만 ‘집안의 창을 바꾸면 열효율이 얼마나 올라가고 난방비는 얼마나 절약될까’라는 생각으로 에너지절약을 실천해 나간다면 초기에는 적잖은 비용이 들겠지만 나중에는 결국 비용 절감으로 상쇄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녹색 깃발이 펄럭이는 아파트 


 이 국장이 아파트 입주민들 간 소통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아파트라고 하면 흔히들 삭막함, 단절, 성냥갑, 재산증식의 수단 등 어두운 단어를 떠올리는 것 같다. 아파트 내에도 입주민들이 공동체 의식을 함양할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을 마련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입주민들 사이의 단절 등을 극복할 수 있다는 이로움도 있지만 이것이 곧 아파트가 녹색생활로 가는 내비게이션 역할을 톡톡히 해줄 것이란 연유에서다.
 “아파트에 녹색생활을 홍보할 때 가장 많이 듣게 되는 말이 ‘우리한테 뭐가 돌아오느냐’다. 현재 서울시에서 시행하는 탄소마일리지제도에 대해서도 대다수의 사람들은 상품권 등을 받는다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고 탄식한다.
 탄소마일리지의 근본적인 취지는 생활습관을 바꿔 탄소를 줄여나가자는 것인데 본말이 전도되고 있는 현상을 보고 있으면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 때문일 것이다.
 아울러 이 국장은 녹색아파트를 향한 입주민 개개인의 노력만으로 탄소 소비를 줄이는 것에는 한계가 있기에 아파트를 시공하는 업체들도 에너지를 실질적으로 절감할 수 있는 구조로 아파트 건설에 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어떻게 짓느냐에 따라서 에너지 효율을 훨씬 더 높일 수 있는 것이 아파트임을 염두에 두고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는 기술이나 투자 등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 이 국장의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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