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국대 건축대학 권 오 정 교수

 
 


 지난달 말 국회 국토해양위원회는 고령자 주거안정법 제정에 관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날 공청회에서 진술인으로 참석한 관련 단체 전문가 및 교수 등은 이 법 제정의 시기성과 필요성에 대해 공감했다.
 특히 건국대 건축대학 주거환경전공 권오정 교수는 “공동주택 내에서 고령자를 위한 주거지원을 위해서는 입주민들의 의식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며 “노인들이 단지 내에서 함께 어울릴 수 있도록 커뮤니티 활동을 통한 생활관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놔 관심을 모았다.
 고령자 주거안정지원뿐 아니라 아파트 커뮤니티 매뉴얼 개발 등에 관한 많은 연구를 진행한 권 교수를 만나 고령자를 포함한 아파트 입주민의 공동체 활성화 방안에 대해 들어봤다.
 
 

 
 
 
고령자 주거복지지원법 주거복지 실현 위한 첫걸음


 아파트 등 공동주택이 한참 건설되던 시절 공동체라는 개념에 대한 중요성은 그리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이후 아파트가 우리 생활의 주요 거주형태로 자리 잡으면서 개인주의가 팽배해지고 21세기를 살고 있는 지금, 공동체의 중요성이 화두가 되고 있다.
 이와 함께 ‘주거복지’의 가치에 대해서도 관심이 늘고 있다. 사실 주거복지라 하면 저소득 취약계층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대부분이다.
 권 교수는 “우리가 알고 있는 주거복지는 협의의 개념으로, 큰 의미에서는 국민 전체가 자기가 원하는 수준의 주거를 영위할 수 있는 것”이라고 전한다.
 이어 “하지만 이러한 큰 개념의 주거복지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아직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며 “국민 전체를 위한 주거복지의 개념을 심어주고 싶었으나 이는 아직 시기상조로 가장 사회적으로 관심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계층에 초점을 맞춰 제안된 것이 고령자 주거안정지원법”이라고 설명한다.
 2000년에 이미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었으며 2018년 고령사회 그리고 2026년 초고령 사회로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에 따르면 고령자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은 당연하다. 또 2007년 노인가구 주거실태조사에 의하면 약 54%가 노인가구로 노인혼자 또는 부부만으로 형성된 가구의 자립적 생활을 위한 지원과 관련한 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것이 대다수의 의견이다.
 
 
고령자 주거복지지원센터 운영 전문 인력 배출이 우선돼야
 
 의식주 중에서 가장 중요하나 금전적인 부분이 뒤따라야 해 쉽게 해결하기 어려운 것이 ‘주’, 주택부분이다.
 고령자 주거안정지원법에서는 고령자가 안전하고 편리하게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신축 공공주택을 제공하고 노후 기존주택을 개조하는 것이 큰 맥락이다.
 아울러 이와 관련한 금융지원, 건강·식사·여가·교육프로그램 등의 모든 복지부분을 아우를 수 있는 코디네이터 역할을 하는 사람과 기구를 두는 것이 고령자 주거복지지원센터다.
 권 교수는 “고령자 주거복지지원센터가 필요하다는 것에는 모두가 공감하는 바이나 공무원 등 관계기관에서 적은 인원으로 주먹구구식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만약 법이 통과돼 센터를 구성한다해도 아직 전문 인력이 부족해 이를 본격적으로 운영하는 것에는 무리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사회복지사의 경우 일반적 복지 분야에는 주력할 수 있지만 주택에 관해서는 해결이 어려울 것이며, 주거환경전공자들은 주택과 관련해서는 잘 알고 있으나 복지로 연결하는 것은 부족해 어느 쪽도 주거와 복지를 전문적으로 다루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얘기다.
 지금 당장 센터를 구성해 실행하기는 어렵지만 전문가를 양성한다면 고령자라는 특정계층에서 벗어나 국민 전체를 위해서도 충분히 주거복지를 체계적으로 지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값비싼 커뮤니티센터 무용지물 공동체 활성화 입주민 몫


 요즘 분양되는 아파트의 대부분에는 공유면적에 커뮤니티 시설이 잘 구비돼 있다. 건설회사에서는 마케팅 효과를 누리기 위해 화려한 커뮤니티센터를 지어 놓지만 비싼 분양가에 비해 활용도는 매우 낮아 무용지물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일부 건설회사에서 분양 후 약 1년 정도 커뮤니티 활성화를 위해 투자하고 있으나 그 이후에는 입주민들의 몫이다. 때문에 이를 제대로 활용하고 있는 아파트는 거의 드문 실정이다.
 권 교수는 기존주택에서의 고령자 주거지원도 마찬가지지만 입주민의 의식 변화가 가장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최근 S건설회사와 MOU를 맺고 커뮤니티 생활관리사(가칭)를 아파트에 배치해 운영한 적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S건설회사가 인건비 등의 비용을 지불한 약 1년 정도만 유지될 뿐 그 이후에는 관심을 갖고 운영에 앞장서는 입주민이 없었다고 한다.
 권 교수가 진행한 커뮤니티 프로그램 활용과 관련한 입주민 설문 조사에 따르면 ‘비용을 내겠다’는 긍정적인 대답을 한 응답자는 전체의 3분의 1 정도였으며 ‘사용자가 지불해야 한다’가 가장 많았고, ‘필요 없다’고 답한 입주민들도 다수 있었다.
 권 교수는 “이용하든 안하든 내가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겠다는 입주민 의식정도가 너무 낮아 커뮤니티 활성화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이는 고령자 주거지원과도 연결돼 노인들을 위한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만들려는 입주민들의 관심이 없다면 힘든 일”이라고 전한다.
 
 
다양한 성품 갖춘 전문가 배치 대학교육, 자격증제 도입해 양성
 
 아파트 생활이 보편화된 현재 이웃과 정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을 찾는 입주민들이 늘어 공동체 활성화에 공감하는 사람들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그러나 아파트에서 앞장서 입주민들을 이끄는 리더가 되는 것에는 모두 주저하고 있다. 이를 순수하지 않은 의도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 공동체 활성화는 희망하지만 나서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이에 권 교수는 “대부분 아파트에서 입주민들이 동대표로 자원봉사를 하고 있지만 전문성이 없어 체계적이지 못하고, 일부 입주민들의 왜곡된 시선으로 지속적이지 못하다”며 “공동체 개념이 화두가 되고 있는 요즘 아파트에서 커뮤니티 활성화를 위해 앞서 말한 주거와 복지분야를 복합적으로 다룰 수 있는 전문가를 배치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제안한다.
 이어 “아파트 실정에 맞는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서는 입주자, 건설사, 위탁회사 등의 관계를 코디할 수 있으며 사회 친화적, 전문적 능력, 추진력 등 다양한 성품을 갖춘 전문가가 필요하다”며 “전문가 양성을 위해서는 대학 등에서 교과과정에 반영하고 전문자격증제도로 업그레이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공동체 활성화 위해 주관사, 생활관리 재교육도 방법
 
 물론 국가에서 개입해 관련 법안에 ‘아파트에 생활관리를 전담하는 직원을 둬 아파트 커뮤니티 활성화에 기여해야 한다’는 규정을 두는 것도 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권 교수는 제안한다. 그러나 우려되는 것은 위탁관리회사 등에서 커뮤니티 생활관리를 위해 다양한 전문적 지식을 갖추지 못한 직원들을 배치해 구색 맞추기로 끝날 수 있다는 점이다.
 지금 당장 커뮤니티 생활관리사를 고용하는 것이 파격적이라면 국가공인 전문관리자인 주택관리사의 역할에 접목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권 교수는 전한다.
 그는 “시설 등의 분야에 대해 체계적인 관리를 하고 있는 전문 자격사인 주택관리사의 경우 커뮤니티 생활 관리와 관련한 재교육을 통해 공동체를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장기적으로 볼 때 가장 좋은 방법은 대학교육 등을 통해 전문가를 양성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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