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성 훈 변호사


 
 
 최근 대법원은 임대아파트 임차인들이 대한주택공사를 상대로 제기한 불법거주배상금 부당이득금 반환청구소송에서 ‘사업주체인 주공이 지정한 분양전환기간 내에 분양전환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불법거주배상금을 부과한 것은 부당하다’며 주공이 임차인들에게 한 불법거주배상금 부과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 이로써 그동안 분양전환을 앞두고 있는 임대아파트에서의 불법거주배상금을 둘러싼 분쟁은 일단락됐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주공 측에서 이러한 대법원의 판결을 받아들여 다른 임대아파트에 대해 거둬들인 불법거주배상금까지 자인해 부당이득금으로 반환하게 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2005년경부터 서민들의 입장에서 주로 임대아파트를 둘러싼 분쟁과 관련해 법적 대응을 해온 김성훈 변호사. 전국임대아파트연대회의 고문변호사를 비롯해 동두천시민연대 공동대표, 의정부양주동두천 환경운동연합 운영위원, 성매매피해여성지원센터 새움터 자문변호사 등을 맡고 있는 김 변호사를 만나 불법거주배상금 문제뿐만 아니라 분양전환가격을 비롯한 제반 사항 등에 대한 문제점을 진단하고 다수의 경험을 바탕으로 향후 법적, 제도적으로 개선해야 할 방향에 대해 들어본다.
 

 5년 임대아파트의 경우 임대의무기간이 지나 분양전환을 앞둔 임차인들은 분양전환가격이 제대로 산정된 것인지를 가늠할 수 없다. 분양전환가격 산출근거가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부분을 그동안 임차인들과 함께 고민하고 연구해온 김 변호사는“임차인들 입장에서는 이에 대한 정보를 요구하는 것이 최소한의 권리일 것”이라고 운을 뗀다.
 임차인들의 요구를 반영해 김 변호사는 분양가산정에 필요한 건설원가 즉, 최초 입주자모집 당시 택지비, 건축비 내역에 대한 정보를 공개해달라는 정보공개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또 정보공개 청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우선분양권을 지키기 위해 분양절차를 중지시킬 필요가 절박해 분양전환중지 가처분 소송도 제기하는 등 임차인들의 주거권을 위해 노력해왔다.
 
 

분양전환가격 산정기준 등 명확히 해야
 

 김 변호사는 그동안 임대아파트와 관련한 소송을 맡으면서 법적, 제도적으로 미비한 사항이 많다는 점을 인식, 앞으로 보완해야 할 부분에 대해 몇 가지 제시한다. 우선 분양전환가격에 대한 규정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을 문제점으로 꼽는다. 건축비 상한가격은 임대주택법 시행규칙 별표1에 따라 국토해양부장관이 고시하는 표준건축비로 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건축비는 실제 투입된 건축비로서 정하되 그것이 상한가격을 넘어서는 안 된다는 의미에서 상한가격을 표준건축비로 정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으며 이것이 합리적인 해석”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이를 두고 주공 측에서는 건축비를 표준건축비로 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분양전환가격의 기준이 되는 감정평가를 받는 과정에서 주공의 입김이 작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한다.
 임대아파트의 경우 주변의 다른 분양아파트와 동일하게 비교될 수 있는 것이 아닌데다 시공 당시의 자재, 기반시설 등이 분명히 차이가 나는데도 불구하고 주변 분양아파트 시세를 그대로 적용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설명이다.
 김 변호사는 “서민들에게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주택을 공급한다는 본래 취지에 비춰보면 감정평가금액의 기준이 너무 높다”며 기준 자체에 대한 시정이 필요하다고 요구한다.
 사업주체와 입주민 간 분쟁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보다 명확한 규정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김 변호사는 “임차인들에게 분양가 산출근거를 제시해 투명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임차인들이 법적 소송으로 정보공개청구를 해야지만 이를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법에 의해서 산출근거가 되는 사항들을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해서 임차인들이 이를 보고 충분히 판단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보장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분양가 과다산정 소송 진행 중  
 
 분양가 과다산정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한다. 최근 분양으로 전환된 광주광역시 모아파트의  경우 분양가 과다산정 부분에 대한 부당이득금 반환소송을 제기, 1심에서 기각돼 현재 광주고법에서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이 사건의 주요쟁점은 택지비 조성원가의 100%를 택지비로 한 것과 표준건축비를 건축비로 산정한 부분이라고 한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택지개발촉진법 등을 근거로 제시하며 택지비는 택지비 조성원가의 80%로 산정해야 하며, 건축비의 경우 실제 건축비가 표준건축비에 못 미치므로 실제 건축비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이 항소심 법원에서 받아들여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불법거주배상금 승소판결 이끌어내 
 
 불법거주배상금과 관련해서는 사실 우여곡절이 있었다고 말한다. 1심에서는 법적인 근거가 없어 부당하다며 불법거주배상금을 반환하라고 판단했으나 고등법원에서는 재판부마다 판결이 엇갈렸다. 이에 최종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었는데 최근 대법원이 임차인들이 지정한 기한 내에 분양계약을 체결해야 할 의무까지는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이를 이유로 한 계약해지는 부당하고, 이를 전제로 한 불법거주배상금은 부당이득으로 반환해야 한다고 판결한 것이다.
 김 변호사는 “불법거주배상금에 대해서는 대법원의 확정판결이 나온 부분이기 때문에 다른 아파트에 대해서까지 소송으로 이어질 필요는 없을 것”이라며 “주공이 판결을 존중하고 동일한 사안에 대해 불법거주배상금을 부과한 경우에는 해당 임차인들에게 이를 돌려줘야 마땅하다”고 강조한다.
 대법원의 판결이유가 소송을 청구한 단지의 특수한 사정에 대한 판결이 아니라 임대인이 지정한 기간 안에 분양전환계약을 체결해야 한다는 조항은 우선분양권자가 우선분양권을 행사해서 분양받을 때는 그 기간 내에 해야 하고, 만약 하지 않으면 우선분양권을 상실할 수 있다는 내용에 관한 규정이지 법적으로 이 기간 내에 분양계약을 체결해야만 할 의무가 있고 그 의무를 위반하면 불이익을 받아야 한다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판시를 명확히 했기 때문에 동일한 사안에 해당하는 모든 단지에 똑같이 적용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공적 업무를 담당하는 공기업인데다 시시비비가 불분명한 사안이라면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겠지만 명확하게 시시비비가 가려졌는데도 일일이 다 소송으로 대응한다면 소송에 소요되는 비용과 시간 등을 감안할 때 너무 불합리하다”고 지적한다.
 
 

불법거주배상금 ‘독소조항’ 폐지해야
 

 김 변호사는 “불법거주배상금이란 임대차계약이 임차인의 귀책사유로 인해서 해제가 됐으나 명도가 지연돼 임대인에게 손해가 발생해 부과하는 손해에 대한 배상금”이라고 정의한다. 하지만 “현재 임대사업자가 임차인들에게 부과하고 있는 불법거주배상금은 계약서에 아예 명시돼 있으면서 명도사유가 발생했음에도 명도하지 않으면 그때부터 일률적으로 임대료 및 관리비의 1.5배를 부과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물론 임차인에게 귀책사유가 생길 수 있고 그에 따른 명도의무가 발생하지만 명도소송 등 건물명도를 이행 받을 수 있는 방법은 별도로 있다.
 이에 김 변호사는 “획일적으로 불법거주배상금을 부과하는 것은 임대사업자에게 지나친 특혜 내지 권리를 준 것이고 임차인 입장에서는 억압적이고도 독소적인 조항”이라고 비판한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대법원이 불법거주배상금 부과 관행에 직접적으로 제동을 걸었다. 그러나 악용될 소지가 여전하다는 김 변호사는 불법거주배상금 제도에 대한 폐지의 필요성을 피력한다.
 
  
임차인 관리비 부담 해소방안 필요
 

 임대아파트의 관리비 수준에 대한 부분도 빠뜨리지 않는다. 김 변호사는 관련 통계를 살펴보면 일반 분양아파트의 관리비보다 공공임대아파트의 관리비가 더 높고, 공공임대아파트보다 영구임대아파트의 관리비 수준이 더 높다는 결과가 나오는데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임대아파트를 공급하고자 하는 취지를 생각한다면 관리비 산정에 대한 문제를 지적할 수밖에 없고, 실제로 많은 임차인들이 관리비 부담으로 인해 큰 고통을 겪고 있다”며 서민들의 관리비 부담 해소방안 마련을 촉구한다.
 그동안 분양전환과 관련한 소송을 주로 맡으면서 성과가 있는 반면 한계도 있었다는 김 변호사. 그는 “소송은 기존에 있는 법의 기준을 갖고 따지는 것이기 때문에 분명히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어 법적, 제도적인 미비점에 대해서는 결국 국회와 행정부에서 풀어줘야 한다”고 말한다. 물론 임차인들의 이익만을 일방적으로 반영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최소한의 주거생활의 안정을 위해 꼭 필요한 미비점 보완은 더 이상 시간을 늦추지 말고 해결해야 할 과제라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여타의 임대아파트와 관련한 불합리한 제도들이 적어도 상식에 의해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조금이나마 일조하고 싶다”고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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