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단지 내 조경이 아파트를 선택하는 중요한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한국갤럽이 발표한 ‘2022 부동산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공동주택에 거주하는 입주민 1344명 중 다음 살 집을 선택할 때 고려하는 상품적인 요인으로 집값(846명, 63%)에 이어 단지 내 녹지 및 조경시설(577명, 43%)이 두 번째로 높았다. 2019년 같은 조사에서 조경이 6위에 머물렀던 것에 비해 4단계 상승한 수치다. 코로나19 이후 단지 내에서 이뤄지는 일상생활의 질을 더욱 중요하게 여기게 된 것. 

과거에는 아파트를 선택할 때 위치와 내부 시설, 주변 환경 등이 가장 큰 고려 요소였다. 하지만 아파트의 잘 가꿔진 조경은 건물의 외부 모습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주고 거주 환경 개선 및 힐링할 수 있는 역할을 함에 따라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입주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코로나19 이후 1~3시간 조경공간에서 보내겠다는 시민이 70% 이상으로 나타났다. 조경공간 방문률은 주 2회 이상이 49%, 주 1회는 32%였다. 일주일에 1회 이상은 조경공간을 이용하는 비율이 80%를 넘었다.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 입주민 A씨는 “지금 살고 있는 집은 안에서 밖을 바라봤을 때 단지 조경과 도시가 어우러져 있어 만족한다”며 “집을 보러 다닐 때 단지 조경이 선택 기준의 큰 몫을 차지했다”고 말했다. 서울 동작구의 한 아파트 입주민 전민희 씨는 “일 때문에 바쁘기도 하고 사람이 너무 많은 곳을 꺼려 매일 밤 가볍게 단지 안에서 산책하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풀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건설사들은 사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아파트 브랜드만큼이나 조경에 신경을 쓴다.  

그중 서울 강남구 디에이치자이개포의 단지 내 조경은 옥외 미술관을 방불케 한다. 건물 사이사이 공간에 자연 요소들이 예술적 작품처럼 보일 수 있도록 설계하고 배치하는 것을 이 아파트 조경 디자인의 기본 틀로 잡은 것. 

이 아파트의 단지를 대각선으로 가르는 250m 상당의 공용도로는 조경 디자인의 중심이다. 입주민은 물론 외부인도 이용할 수 있는 보행로로 양쪽에 늘어진 팽나무 아래 미스트 분수가 설치돼 있다. 이는 미세먼지를 저감하고 여름철 쾌적한 생활을 돕는다. 또 다른 보행로에는 키가 큰 소나무를 집중적으로 배치해 마치 소나무 숲을 지나는 듯한 느낌을 준다. 

다양한 수목과 함께 세계적인 예술작가들과 협업한 작품들이 돋보인다. 산책로나 잔디밭 등 휴게 공간에 설치된 옥외 가구 대부분은 해외 유명 디자이너가 제작한 예술품이다. 이탈리아 작가 알레산드로 멘디니의 작품인 ‘프루스트’는 의자 모양으로 디자인됐다. 실제로 앉아도 무방한 의자이지만 입주민들이 이용하는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이 아파트 김인숙 관리사무소장은 “입주민들은 이 작품을 비싼 예술품이라고 인식해 앉지 않는데 외부인들이 종종 앉기도 한다”며 “누군가 그 의자에 앉아있는 모습을 본 입주민으로부터 ‘못 앉게 해달라’라는 요구를 받기도 한다”고 웃음 지었다.

현대건설의 첨단 기술을 활용한 조경 상품도 있다. 건설사 최초로 3D 프린터를 이용해 제작한 ‘3D 웨이빙 벤치’로 미국의 한 디자인 시상식에서 상을 받은 작품이다. 아파트 정문의 승하차 대기공간에는 미세먼지 저감 기술이 탑재된 ‘클린존’이 설치돼 있다.

어린이들을 위한 놀이공간도 다채롭다. 영국의 유명 동화작가 앤서니 브라운과 함께 조성한 ‘우리 아빠(My dad)’ 놀이터를 포함해 제비꽃 색상의 물놀이터, 푸른 숲 가운데 붉은색의 사슴 형상이 인상적인 사슴놀이터가 있다. 상상력과 창의성을 자극하는 우주놀이터는 2021년 우수디자인상품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 아파트는 지난해 9월 국토교통부가 주최하는 ‘제12회 대한민국 조경대상’에서 국토부장관상, 2021년 자연환경대상에서 환경부장관상을 받았다. 최연길 현대건설 주택사업본부 익스테리어팀 책임매니저는 “디에이치자이개포는 현대건설의 장인 정신이 만드는 예술적인 현대미술관 콘셉트로 일상이 예술이 되는 조경을 구현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