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 경기옛길 중 영남길
부산 가는 영남대로 중 청계산옛골~이천 116km 10개 구간

조선 시대에 널리 사용된 6대로 중 하나가 영남대로다. 한양에서 문경새재를 통과해 상주와 대구를 경유해 부산을 잇는 최단 거리 노선이다. 경기도문화재단이 현재 경기도 행정구역상 성남, 용인, 안성, 이천까지 옛길을 조성했다. 

길 곳곳에 녹아 있는 조선 시대 문화유산을 도보로 연결한 새로운 형태의 역사문화탐방로다. 민담, 설화, 지명유래 등을 보고 확인하면서 걷는 스토리텔링 로드이기도 하다. 

영남길은 의주길, 경흥길, 평해길, 삼남길과 10월에 개통 예정인 강화길을 합해 6개 경기옛길 중 하나다. 청계산옛골부터 시작해서 이천 어재연 장군 생가까지 총 116km, 10개 구간이다. 

구석기시대・백제 등 유물 전시

제1길 달래내고개길(13.7km) IT 중심 판교의 위용 

제1길 달래내고개길-천림산 봉수대
제1길 달래내고개길-천림산 봉수대

청계산 입구 옛골토성에서 걷기 시작했다. 경부고속도로 옆길 달래내고개에서 천림산 봉수대에 올랐다가 예쁜 집들과 카페 등이 있는 금토동의 고즈넉한 길을 걸었다. 

이어 대한민국 IT의 중심지 테크노밸리의 첨단건물숲을 지나 경부고속도로 위 낙생고가차도를 넘자 바로 서판교 판교박물관이 나왔다. 판교를 개발하면서 총 23기의 고분에서 출토된 구석기시대부터 백제와 고구려 등의 발굴된 유물들을 전시하고 있다. 

서판교는 단독주택과 빌라, 낮은 아파트 등 자연 친화적으로 계획된 멋진 주거지였다. 경부고속도로 위를 지나는 다리를 건너 판교스포츠센터 단지 안을 가로질렀다. 화랑공원 천변 도로를 걸었다. 판교IC 고가차도 다리 밑에서 잠시 휴식을 했다. 

원너머교를 넘어 낙생대공원 체육시설을 지났다. 잘 가꿔진 공원의 무성한 숲속 길을 걸었다. 숲을 나와 백현동 카페 문화거리를 지났다. 성남 백현야구장 옆을 지나 분당-수서 간 도시 고속도로 지하차도를 나와서 넓디넓은 탄천과 마주했다. 자연 상태 그대로를 살려서 조성한 수변 길이 펼쳐지는 도심 속 힐링 장소이자 건강 지킴길이었다. 
 

제2길 낙생역길(8.3km) ‘천당 아래 분당’ 실감

제2길 낙생역길-분당중앙공원 꽃무릇
제2길 낙생역길-분당중앙공원 꽃무릇

분당 서현역 AK플라자 6번 게이트부터 걸었다. 분당구청 앞에서 분당중앙공원으로 들어갔다. ‘천당 아래 분당’이란 말에 걸맞게 공원은 아주 멋지게 정비가 잘 돼 있었다. 

길옆으로 꽃무릇이 지천으로 덮여 있었다. 꽃무릇 관광지로 유명한 불갑사나 선운사보다 규모에서 뒤지지 않을 듯했다. 꽃무릇은 꽃이 먼저 피고 진 다음에 잎이 나오기 때문에 평생 꽃과 잎이 만날 수가 없는 꽃이라고 해서 상사화로도 불린다. 

공원 한구석에서 간단하게 요기한 후 344m 불곡산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감탄이 절로 나올 만큼 길이 환상적이었다. 푹신푹신한 느낌이 드는 흙길이 폭도 넓은 데다 돌이나 데크 계단 등이 하나도 없는 순수한 흙길이었다. 부자 동네 길 다워 부러운 생각이 들었다. 

정상 부근부터 성남누리길 4코스를 새터공원까지 공유한다. 이정표에 커다란 시계가 달려있어 이채로웠다. 

하산길 반쯤은 중간에 돌길이 좀 나왔는데 널찍해 걷기에 좋았다. 성남시와 용인시가 경계를 이루는 동백죽전대로 옆 새터공원에서 걷기를 마무리했다. 다시 걷고 싶은 길이었다.
 

제3길 구성현길(14.7km) 자연과 어우러지는 동네

제3길 구성현길-법화산
제3길 구성현길-법화산

수인분당선 죽전역 1번 출구에서 이마트를 끼고 탄천으로 내려섰다. 맑디맑은 탄천의 물속은 크고 작은 물고기들이 유유히 헤엄치고 있었다. 

문화예술 특화 거리의 보정동 카페거리 앞을 지났다. 수십 개의 교각이 받들고 있는 폭 100m가 넘는 듯한 넓은 도로 다리 밑을 지났다. 3㎞ 넘게 자전거도로와 병행되는 길을 걸었다. 탄천 구성2교에서 도로로 올라섰다. 

마북삼거리에서 좌측 구성지구로 들어섰다. 수령 450년쯤 되는 용인 보호수 느티나무가 도롯가에서 반겨줬다. 옆에는 마을 미륵 신앙으로 빌던 마북동 석불입상이 있었다. 

을사늑약 체결을 반대하며 자결한 민영환 선생 묘 입구에서 간단한 점심을 먹고 용인향교를 향했다. 법화산으로 오르는 길 초입은 아차 하면 지나칠 수 있다. 오르막길은 곧게 뻗은 나무숲 사이로 흙길이 잘 닦여 있는 최고의 힐링 길이었다. 

383m 법화산 정상에는 20여 평 정도 되는 데크 쉼터가 조성돼 있었다. 내려가는 길도 평탄하면서도 넓은 흙길이었다. 청덕2근린공원과 아람공원을 걸었다. 동백지구가 눈 앞에 펼쳐지는 데크 전망대에서 데크 계단을 내려와 동백호수공원에 도착했다. 자연 속 도시가 시원해 보인다.  

이만한 걷기 길이 또 있을까

제4길 석성산길(6.5km) 교통 최고, 걷기 최고

제3길 석성산길-석성산 데크 계단
제3길 석성산길-석성산 데크 계단

어정역에서부터 출발했다. 동백의 중심지이자 문화와 상업의 중심지에 자리 잡은 동백호수공원의 중앙광장부터 걸었다. 아치문을 지나 돌계단을 올랐다. 동백순환 산책로와 겹치는 근린공원과 한숲공원으로 난 길을 걸었다. 

빽빽한 아름드리나무 숲속을 지나며 걷는 길은 맨발로 걸어도 좋을 만큼 거의 돌조각 하나 없는 넓은 명품 걷기 흙길이었다. 중턱쯤 있는 나무숲 쉼터에서 472m 정상까지 1.3㎞ 거리다. 

여기부터 제법 경사가 시작됐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잘 만들어진 데크 전망대에 올랐다. 낮은 지대에 우뚝 솟은 산이라서 전망이 아주 좋았다. 동백지구부터 구성지구, 수지지구와 멀리 광교지구까지 한눈에 쫙 들어왔다. 옛 봉수대가 석성산에 설치될만했다. 

가파르게 놓인 데크 계단으로 하산을 시작했다. 데크 길 좌측으로 거의 수직 바위 절벽이었다. 석성산 봉수대 터를 지났다. 돌담에 기와를 얹어 놓은 구불구불한 담장 옆을 걸었다. 

용인 시청까지 내려가는 길은 널찍한 길에 야자매트가 많이 깔려 있어 걷기 좋았다. 길 좌우로 우거진 숲이 숨쉬는 것을 더욱더 상쾌하게 해줬다. 서울 근교에서 이만한 걷기 길이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제5길 수여선길(11.6km) 천변 길과 숲길

제5길 수여선길-봉두산
제5길 수여선길-봉두산

시청·용인대역과 용인 시청의 화려함에 감탄하며 1번출구에서 출발했다. 걷기 길은 고가역 바로 밑에서 금학천변 길로 이어졌다. 용인시 가운데를 흐르는 금학천은 하천 정비가 널찍하게 잘 정비돼 있어 걷기에도 아주 쾌적하고 좋았다. 

명지대역을 지나고 김량장역(용인중앙시장)을 지났다. 용인 5일장은 매달 5, 10, 15, 20, 25, 30일에 금학천변을 중심으로 선다. 운동장·송담대역 옆 천변을 조금 지나 용인시 종합운동장 옆으로 흐르는 금학천과 만나는 오른쪽 양지천으로 걸음을 옮겼다. 

둑 위로 올라서서 마평1교 사거리 교차로를 건너 왼쪽으로 걸었다. 덕영고 정문 앞을 지나 고림중 정문을 왼쪽으로 담장을 끼고 봉두산길로 들어섰다. 봉두산은 정상이 해발 200m 정도 되는 아주 낮은 산이지만 초입에는 조금 경사가 있었다. 

산에는 제법 큰 소나무와 참나무 등이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었다. 숲길은 계단이 없는 완만한 길에다 비교적 좁은 길로 사부작사부작 걷기에는 최고의 길이었다. 금계전원마을로 내려왔다. 신평마을회관 앞을 지났다. 양지천 옆 호젓한 길을 걸어 목적지인 남곡리 정류장에 도착해 10번 마을버스로 용인시외버스터미널로 나와 전철을 탔다.
 

제6길 은이성지・마애불길(15.4km) 김대건 신부의 길

제6길 은이성지・마애불길-송담대역
제6길 은이성지・마애불길-송담대역

용인경전철 운동장·송담대역에서 용인공용버스터미널로 걸어 10번 버스를 타고 남곡리 정류장에 도착해 출발했다. 1.5㎞ 걸어 한국인 첫 사제 성 김대건 신부가 세례를 받고 신학생으로 선발된 성소의 요람지 은이성지에 도착했다. 

이어 고급스러운 빌라와 카페들이 들어선 계곡을 좀 더 올라 가족 캠핑장을 지났다. 숲속 길의 상쾌함을 느끼면서 신덕고개에 올랐다. 김대건 신부가 생전에 미사를 거행하고 사목활동을 위해 넘나들던 문수산 길 능선을 걸었다.

생태통로인 곱든고개를 지나 다시 급경사 계단 길을 올랐다. 능선에 오르자 동쪽으로 용담저수지와 멋진 들녘 풍경이 시야에 확 들어왔다. 문수봉에 올랐다가 때죽나무 군락 사잇길로 내려서다 암벽에 높이 약 2.7m 크기로 양쪽에 보살상이 음각돼 있는 문수산 마애보살상을 둘러봤다. 고려 초기로 조성된 것으로 추정된단다. 

경사진 데크 계단을 지나 이어지는 하산 능선 왼쪽 소나무 숲에 산림욕장이 있었다. 그 안쪽으로 용인농촌테마파크가 보였다. 더 내려오니 법륜사가 나왔다. 너른 논에 조성한 사암리 내동 연꽃마을을 지났다. 원삼중 옆 고당삼거리를 지났다. 독성2리 정류장에서 10-4번 버스를 타고 용인공용버스터미널로 와서 경전철을 탔다.
 

제7길 구봉산길(13km) 명품 걷기 길

제7길 구봉산길-조비산 정상 오름길
제7길 구봉산길-조비산 정상 오름길

운동장·송담대역에서 용인공용버스터미널로 걸어가 10-4번 버스로 원삼면 독성1리 정류장에 도착해 출발했다. 구봉산을 보며 시원하게 뻗은 마을 길을 보며 걸었다. 개천 다리를 건너 산길 농로를 걸었다. 

작은 고개를 넘어 기숙학원과 펜션 단지에서 우측으로 돌아 포장도로를 따라 계속 걸었다. 펜션들이 길옆으로 늘어선 길을 올라 구봉산으로 들어섰다. 300계단은 넘을 것 같은 데크 계단을 올랐다. 전망 쉼터가 잘 조성된 구봉산 정상에 올랐다. 

아래로 대규모의 사극 드라마세트장인 용인대장금파크가 눈에 들어왔다. 이곳에서는 ‘주몽’, ‘선덕여왕’, ‘이산’, ‘동이’, ‘해를 품은 달’, ‘무신’, ‘마의’ 등을 촬영했다고 한다. 기분 좋게 능선 명품 길을 걸었다. 

능선 아래로 내려갔다가 가쁜 숨을 내뱉으며 415m 달기봉 정상에 올랐다. 우거진 숲속 길은 오르막 내리막이 반복되는 길로 걷기에 최고였다. 283m 정배산을 지나 제법 널찍한 걷기 길을 걸었다. 

용천리와 석천리로 연결되는 마을 길을 만났다. 새가 나는 형상이라는 296.3m 조비산으로 올랐다. 너른 들녘 한가운데 바위 봉오리가 우뚝 솟아있어 사방으로 시야가 탁 트이는 특급 조망대였다. 산 아래 황새울마을에서 택시를 불러 백암면으로 이동, 시외버스를 탔다.

아름답고 웅장한 규모 ‘감탄’

제8길 죽주산성길(13km) 몽골을 물리친 산성

제8길 죽주산성길-봉업사 당간지주와 오층석탑(뒤)
제8길 죽주산성길-봉업사 당간지주와 오층석탑(뒤)

백암 시외버스정류장에 도착해 택시로 용인CC 입구로 이동해 걷기 시작했다. 천변 길과 농로를 지그재그로 한참을 걸었다. 용대길 마을 사거리를 지나 비봉정사로 올라가 비봉산 등산길을 올랐다. 정상까지 밧줄이 계속 설치돼 있고 대부분 완만한 흙길이어서 걷기에 아주 최고였다. 

비봉산 정상에는 운동시설, 나무 탁자 등이 잘 마련돼 있었다. 산 능선을 걸어 죽주산성 꼭대기에 도착했다. 산성 동쪽으로 나오자 옛날 곡창지대였을 너른 평야가 눈에 가득 들어왔다. 산성의 아름답고 웅장한 규모에 입이 딱 벌어졌다. 산성은 신라 때 내성을 쌓고 고려 때 외성을 쌓았다고 한다. 몽골의 침략 때 송문주 장군이 몽골군을 크게 물리쳤다는 성이었다. 

산성에서 내려와 죽암대로 옆을 걸어 매산리 미륵당 석불입상과 오층석탑을 답사했다. 5.6m 높이의 미륵불상은 고려 초기 석불 양식을 보여준다. 오층석탑은 993년 건립 시기를 알 수 있는 탑지석이 출토됐다. 

논길을 걷다가 고려 초기 때 건립된 것으로 보이는 봉업사 당간지주와 오층석탑을 탐방했다. 봉업사는 양주 회암사와 여주 고달사와 더불어 고려 때 경기도 3대 사찰로 꼽히는 거대 사찰이었다고 한다. 죽산터미널로 와서 걷기를 마무리했다.
 

제9길 죽산성지순례길(9.9km) 안성 들판의 속살

제9길 죽산성지순례길-성지 예수상
제9길 죽산성지순례길-성지 예수상

죽산버스터미널부터 바로 시작됐다. 죽산천의 죽산교를 넘어 좌측으로 천변을 따라 걸었다. 안성 죽산천 생태습지를 한 바퀴 돌았다. 굴다리를 지나 바둑판처럼 잘 정비된 논과 예쁜 주택들이 있는 마을을 지나 논 가운데로 쭉 뻗은 도로를 걸어서 죽산성지에 도착했다. 순교성지는 조선 말기 천주교 탄압이 극심했던 시기에 수많은 천주교인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가슴 아픈 역사를 간직한 현장이다. 

제법 큰 규모의 소 사육 축사를 지나 다리를 건너 중부고속도로 밑 굴다리를 나오니 축사들이 많이 보였다. 갖가지 전설을 지닌 큰 바위가 많은 마을이라는 장암리를 지났다. 

329번 국도 금일로로 나왔다가 배나무밭이 많은 마을길로 들어섰다. 종로 기숙학원 앞을 지나 도드람푸드, 안성축산물공판장, 안성축협, 선진, 대신푸드 등이 입주해 있는 금산산업단지 앞을 지났다. 

금옥동 마을회관 앞을 거쳐 대규모 표고버섯 재배 농장을 끼고 오른쪽 마을 길로 들어섰다. 걷기의 종착지인 금산리버스정류장에 도착했다. 버스 운행정보를 알 수 없어서 택시를 불러 죽산터미널로 왔다.

‘참군인’ 어재연 장군 생가도

제10길 이천옛길(9.9km) 서정적인 농촌 들녘

제10길 이천옛길-어재연 장군 생가
제10길 이천옛길-어재연 장군 생가

죽산시외버스정류장에서 택시로 금산리 버스정류장으로 이동해 걷기 시작했다. 318번 일생로 고갯길을 넘어 마을 규모가 큰 산양1리 맞은편 길로 들어갔다. 바둑판처럼 정지된 논이 개천을 가운데 두고 끝없이 펼쳐졌다. 

제법 큰 규모의 젖소 뉴삼보농장을 지나 산모퉁이를 돌면서 고향 마을의 아늑함을 깊게 느꼈다. 고개를 넘어 산 아래에 아늑하게 자리 잡은 산양2리 마을이 닿았다. 다시 산자락 아래로 평화스러운 모습을 감상하며 마을을 천천히 걸었다. 짙어가는 농촌 들녘의 가을 정취를 마음껏 즐겼다. 

석산1리를 통과해서 부래미마을의 석산2리로 들어갔다. 농장들과 걷기 길이 연결돼 농촌체험 프로그램을 정착시킨 마을이었다. 산성2로 마을회관에서 잠시 휴식했다. 

느티나무 고목이 있는 고개를 넘어 어재연 장군 생가 고택으로 갔다. 이천옛길이 끝나는 안내판이 있는 곳에서 마을 안쪽 고택까지 300m 좀 넘었다. 수령 160년이 넘는 느티나무가 생가를 지키고 있었다. 어재연 장군은 고종 때 무관으로 미국 로저스 제독이 지휘하는 군함과 강화도 광성진에서 화력의 열세에도 굴하지 않고 처절한 전투를 벌이던 중에 전사한 분이다. 군인의 본분을 잊지 않은 군인 중의 군인이었다. 택시로 일죽터미널로 나와 시외버스를 탔다.

저작권자 © 한국아파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