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니시무라커피점, 좋은 물 쓰려고 직영점 9개만 운영
좋은 원두-바리스타 손맛 못지 않게 물이 중요한 역할

“아주 강한 맛의 커피 한 잔에는 1.35%의 커피입자가 용해돼 화학적 조성을 띠고 있다. 나머지 98.65%는 물이다. 물은 커피에서 두 가지 역할을 한다. 우선 커피 맛을 더하고, 분쇄된 커피로부터 커피 진액을 추출하는 용재로 작용한다.”

미국의 커피 전문가 케빈 시놋(Kevin Sinnot)은 ‘한잔의 예술, 커피’(고재윤 옮김)라는 책에서 커피 물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시놋은 수백 명의 커피전문가들을 인터뷰하면서 커피관련 전문지식을 쌓은 사람이다.

연수와 경수 중간인 중경수가 좋아

일본의 음식 전문가 스미 겐지(角謙二) 씨는 저서 ‘커피의 기초지식’에서 이렇게 말한다. “맛있는 커피를 내리기 위해서 주의할 것은 원두의 선택, 로스팅, 내리는 기술만이 아니다. 한잔의 커피에 담긴 것 중 약 99%가 물이라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 ‘물’에 커피의 맛을 좌우하는 비밀이 내재돼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매일 마시는 물은 어떻게 구분될까?

먼저 경도(硬度)에 따라 ‘연수(軟水)’와 ‘경수(硬水)’로 나눌 수 있다. 굳이 따진다면 수분 중에 포함된 미네랄 양에 의해서다. 일반적으로는 리터당 미네랄 함유량이 100㎎ 이하면 연수고, 100㎎  이상이면 경수라고 한다. 

커피에 어울리는 것은 연수와 경수의 중간인 중경수다. 미네랄 함유량이 60~120㎎ 정도인 물이다. 취향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신맛과 쓴맛이 균형감 있게 조화를 이룬 커피를 즐기려면 중경수를 사용하면 된다. 물은 품질 좋은 원두와 바리스타의 손맛 못지않게 커피의 맛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니시무라 커피점은 효고(兵庫)현에서 나오는 일본의 명수(名水)인 미야미즈(宮水)를 사용한다.
니시무라 커피점은 효고(兵庫)현에서 나오는 일본의 명수(名水)인 미야미즈(宮水)를 사용한다.

일본 고베(神戶)의 니시무라(西村)커피점은 역사와 명성에 걸맞지 않게 점포를 아주 소수인 9개만 운영한다. 고베시에 8개, 오사카(大阪)시에 1개뿐이다. 그것도 모두 직영점이다. 거기에는 물과 관련된 특별한 이유가 있다.

일본의 고급 술 빚는 물로 커피 제조

“저희 니시무라커피점은 효고(兵庫)현에서 나오는 일본의 명수(名水)인 미야미즈(宮水)를 사용하기 때문에 점포를 무한정 늘릴 수가 없습니다. 커피가 좋은 품질의 원두를 잘 골라야 하지만 물 또한 중요하니까요.”

필자와 여러 차례 전화 통화한 니시무라커피점의 다카하시 타쓰야(高橋達也·45) 기타노자카(北野坂)점장의 말이다. ‘한정된 물의 공급 때문에 커피 점포를 확대할 수 없다’는 다카하시 씨의 말이 의미심장하다. 

그는 미야미즈는 고급 니혼슈(日本酒)를 빚는 물이라고 말했다. ‘미야미즈’란 지금의 효고현 니시노미야(西宮) 시의 남동쪽 일대에서 용출하는 물이다. 에도(江戶)시대 후기부터 니혼슈를 위한 물로 유명세를 치렀다. 

경도가 높으나 중경수 정도고, 인(燐)의 함유량이 많으며, 철분이 적은 특징을 지닌 물이다. 효고현은 미야미즈를 지키기 위해서 수질보전 활동을 엄격하게 하고 있다.

니시무라커피점은 이미 고인이 된 창업자 가와세 기요코의 초심이 그대로 지켜지고 있다. 고객을 위한 서비스 정신도 짙게 녹아있다. 지금도 이 회사의 팸플릿이나 홈페이지에 게재돼 있는 가와세 씨의 인사말을 그대로 옮겨 본다.

니시무라 커피점의 창업자 가와세 기요코.
니시무라 커피점의 창업자 가와세 기요코.

“사람과 사람과의 연결, 마음과 마음의 만남, 그런 인간적인 감각을 소중히 하고 싶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것을 상징하는 것이 ‘일기일회’라는 말입니다. 제가 가장 아끼는 말이자, 저희 회사 경영의 기본이 되는 정신입니다. … 스스로 커피점을 찾아주시는 고객님! 그리고 함께 일해주시는 직원 한 사람 한 사람과의 만남. 이런 만남이야말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보물입니다. 배우는 TV나 영화보다 무대에서 관객의 반응을 직접적으로 받을 때 참을 수 없는 매력을 느낀다고 합니다. … ‘하루를 사는 것은 하루 진보하는 것’이라는 말처럼, 우리도 항상 원점을 무너뜨리지 않고 고객의 요구에 응대해 나가고 싶습니다. 이를 위해 꾸준한 노력을 기울여 이 땅에 발을 붙인 긴긴 경영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일기일회’란 ‘평생에 단 한 번의 만남’의 의미로 사람과의 한 번의 만남도 소중히 한다’는 뜻이다. 조직에 의해 인간이 관리되고 있는 요즈음의 세태와 비교하면 대단히 정감이 가는 발상이다. 

고객의 좋은 평가는 억지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일시적으로 끝나서도 안 된다. 자연스러운 반응이어야 하고, 오랫동안 지속돼야 한다.

이 커피점의 종업원들도 이구동성으로 일기일회 정신을 말한다. 그리고 ‘속임수가 없는 상품, 정성을 담은 서비스는 고객의 만족과 기쁨이 돼 우리에게 돌아온다’는 말도 중시한다. 다카하시 점장도 ‘일기일회가 회사의 기본정신’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니시무라 기타노자카점 외관
니시무라 기타노자카점 외관

니시무라커피점은 1948년에 현재의 본점 장소에서 창업했다. 교토에서 구입한 과자가 잘 팔리자 테이블 3세트를 마련해 커피숍으로 문을 열었던 것이다. 

그리고 일본 최초로 자가 로스팅한 원두를 사용한 스트레이트 커피를 출시했다. 또 카푸치노·커피젤리 등도 일본에서 선구적으로 도입했다. 이 커피점은 커피잔도 독특하다. 1964년부터 유명 도자기 나가사키의 아리타(有田窯)에서 제조한 두툼한 커피잔을 사용하고 있다. 

니시무라 커피점 커피잔
니시무라 커피점 커피잔

니시무라커피점은 1974년 일본 최초의 회원제 커피숍으로 거듭났다. 각계 저명인사 등 많은 회원에게 편안한 시간과 커피를 제공했다. 1995년 한신(阪神) 대지진을 계기로 일반인에게 개방했다.

담쟁이덩굴이 휘감고 있는 붉은 벽돌 건축물은 창업자 가와세 기요코 씨가 상하이의 영국식 서양관을 모티브로 해서 지었다. 지금은 지역의 랜드마크가 됐다. 엔틱가구가 자리한 공간에서 누리는 우아한 커피타임은 분명 바깥세상과는 다른 시간의 흐름을 느끼게 될 것이다.

니시무라커피점은 여성의 활약을 돕는다. 여성의 직업생활에서의 활약 추진에 관한 법률(약칭 여성활약추진법)에 따라 여성이 활약상을 높일 수 있는 환경정비를 위해 독특한 행동계획을 수립했다. 과장급(점장) 여성 관리직을 늘리고 주임 급의 여성 직원을 늘린다는 내용이다. 또 여성 비정규직의 정사원 승격 기간을 단축시키고 육아 휴가나 출산휴가 기간을 늘린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여성 창업주가 여성 직원들에게 혜택을 부여한 것이다.

값이 비싸도 고객이 찾는 커피숍

필자는 2011년과 2018년 일본 지인들과 니시무라커피점을 다녀온 적이 있다. 이 커피점에서는 한국에서 마시기 어려운 세계 유명 커피를 팔고 있었다. 

세계 1위의 자메이카 블루마운틴은 한 잔에 1300엔(1만3000원), 탄자니아의 킬리만자로는 750엔(7500원)을 받았다. 원두는 자메이카 블루마운틴이 100g에 2800엔(2만8000원)이고, 탄자니아의 킬리만자로는 100g에 800엔(8000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세계 2위의 하와이의 코나 커피, 탄자니아의 킬리만자로, 케냐의 피베리 등을 팔고 있었다.

커피 값이 예상했던 것보다는 비싸지 않아 편한 마음으로 주문을 했으나 우리 돈으로 10만 원이 훌쩍 넘었다. 그래도 고풍스러운 분위기와 독특한 커피 맛에 취해 기분이 좋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제 생각에는 테이블이나 의자 등 가구 배치가 좋고, 조명도 분위기 조성에 한몫을 합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커피의 맛이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변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생성되는 이 고장의 자랑인 미야미즈를 고집하는 것도 대단한 신념이지요. 그래서 가족과 함께 자주 방문합니다.”

고베에서 사는 필자의 지인 이와타 고하치(岩田耕八) 씨의 말이다. 값이 다소 비싸더라도 고객이 스스로 찾아가는 74년 된 커피숍은 오늘도 아름다운 커피 향을 퍼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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