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인 A는 경비반장 B로부터 아파트 입주민인 C가 관리사무소의 동의 없이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D를 해임하라는 내용의 유인물을 아파트 세대 우편함에 투입하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를 받았습니다. A는 경비반장 B에게 전단지를 수거한 뒤 초소에 보관하라고 지시했고, 경비반장 B는 다른 경비원과 함께 우편함에서 각 문서를 회수해 초소에 보관해뒀습니다. 이 경우 소장 A에게 문서은닉죄가 성립하는 것일까요?

형법 제366조는 손괴 또는 은닉 기타 방법으로 타인의 재물, 문서 또는 전자기록등 특수매체기록의 효용을 해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함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중 문서를 은닉하는 방법으로 그 효용을 행하는 경우 문서은닉죄라고 하는데, 은닉의 범의를 인정함에 있어서는 반드시 계획적인 은닉의 의도가 있거나 문서의 은닉을 적극적으로 희망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소유자의 의사에 반해 문서의 효용을 상실하게 하는 데 대한 인식이 있으면 됩니다(대법원 1993. 12. 7. 선고 93도2701 판결 참조). 

그리고 ‘효용을 해한다’고 함은 그 물건의 본래의 사용목적에 공할 수 없게 하는 상태로 만드는 것은 물론, 일시 그것을 이용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드는 것도 역시 효용을 해하는 것에 해당합니다(대법원 1993. 12. 7. 선고 93도2701 판결 참조). 한편 설령 정당한 목적을 위해 문서를 옮긴다고 생각했더라도 이는 범행의 동기에 해당할 뿐이고, 문서은닉의 범의 자체가 없었다고 볼 만한 사정이 될 수는 없습니다(대법원 2006. 1. 26. 선고 2003도7533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아파트와 같은 집합건물의 공용부분에 해당하지 않는 세대별 우편함에 투입된 재물 또는 문서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관리주체의 관리권한이 미치지 않는다고 해서 관리규약에 따로 정함이 있다거나 관리주체가 사전에 세대별 우편함의 소유자 내지 관리자(각 세대)로부터 투입된 광고물의 수거 등에 관한 권한을 부여받았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지 않는 한 관리주체가 세대별 우편함에 투입된 재물 내지 문서를 임의로 수거하는 것은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에 해당하지 않습니다(광주지방법원 2016고정1586 판결). 

사안의 경우 우편물 수거로 인해 입주민들은 입대의 회장에 관한 비판적인 의견에 대한 접근을 차단당했으므로, 그 자체로 이 사건 문서의 효용을 해했다고 봐야 합니다. 

이는 문서에 기재된 내용이 부당하거나 입대의 회장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더라도 달리 볼 것은 아닙니다. 결국 A에게는 문서의 효용을 해한다는 범의를 갖고 이를 수거함으로써 동 문서의 효용을 해한 사실이 인정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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