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주택 시설관리 밴드 ‘공설밴’ 오동수 회장 인터뷰]

오동수 회장
오동수 회장

 

전기-난방요금 아는 만큼 절약
대주관 충분한 정보 제공 희망

최근 공동주택 시설관리 네이버 밴드(공설밴)에 전기료 부과방식을 변경하는 구체적 사례가 공개됐다. 많은 관리사무소장이 관심을 보였고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됐다”는 댓글을 달았다.

소장들의 온라인커뮤니티인 ‘공설밴’은 시설관리 노하우를 공유하는 곳으로 유명하며 현재 약 1000명의 회원이 활동 중이다. 서울 강남의 모 아파트 소장으로 근무 중인 오동수 공설밴 회장의 근황을 들어봤다.
 

한 달 전 강남지역이 침수사태를 겪었는데.

“지난달 8일 서울 강남구에 기록적 인 폭우가 쏟아지던날 퇴근했다가 바로 복귀했다. 단지에 도착해보니 역삼동 사거리 맨홀과 도로 배수관로가 역류하고 지하 2층 주차장 집수정 배수펌프가 제 역할을 못 해 주차장이 침수하는 상황이었다. 승강기 유지관리업체에 연락해 승강기를 3층 이상으로 고정시켰다. 집수정 중 배수가 잘되는 곳에 50㎜호스로 60m 정도 배관을 설치해 지하주차장 물을 빼냈다. 세대 창고의 빗물까지 퍼내니 새벽 5시 30분이었다.”
 

침수사태 후 사후 처리도 많을 것 같다

“휴무 중 긴급하게 출근해 복구작업을 한 직원들에게 시간외수당을 지급했다. 또 화재보험업체에 사고를 접수해 피해 규모를 산정하고 승강기 관리 업체도 불러 점검했다. 기타 고장난 설비를 손보고 피해가 발생한 각 세대도 직접 방문해 현장을 확인했다. 대형선풍기를 동원해 침수부 구석구석을 말려 마무리했다.”
 

단지 입주 후 처음으로 전기료 부과방식을 변경해 입주자대표회의가 놀랐다고 하던데.

“아파트 관리규약에 ‘관리주체는 종합계약 또는 단일계약 중 입주자 등에게 유리한 납부방식을 선택해 한국전력공사와 계약한다’고 돼있다. 사실 소장은 매년 전기계약방식을 비교해 입대의에 보고하고 입주민에게 유리한 계약방법으로 요금을 내도록 의결 받아야 한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곳도 많은 것 같다. 잘못하면 소송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는 “일부 단지에서는 단일계약으로 한전과 계약하고 종합계약 단가로 세대에 부과하는데 공동전기료가 작게 나오게 해 관리비가 절감된 것처럼 보이게 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럴 경우 전기계약방법과 부과방법에 대한 소송도 발생할 수 있다고 한다. 그는 “관리주체가 승소할 수도 있으나 입주민의 불신과 민원으로 소장이 편안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전기료 부과방식 변경을 쉽게 할 수 있나.

“어렵지 않다. 한전 사이버지점(kep co.co.kr)에 접속해 요금 비교항목에서 종합계약과 단일 계약을 클릭해 단지의 고객번호, 비교하고자 하는 연월을 넣으면 된다. 종합계약과 단일계약 요금이 자동적으로 계산되므로 직전 1년간 비교해 저렴한 방식을 입대의 안건으로 상정하기만 하면 된다.”
 

다른 비용은 어떤가.

“지역난방 요금도 꼼꼼히 따져보면 의외로 큰 금액을 환급받을 수 있다. 난방공사의 경우 보통 단지 기계실까지의 인입선 공사는 지역난방공사에서 시공하고 단지 내에서는 시행사가 한다. 단지 내 시공 시 보통 준공 전 옵션으로 전 세대 확장공사를 하므로 도면상 난방면적이 대폭 늘어나게 된다. 지역난방공사에서는 입주 후 1~2년 사이 난방면적 재정산 요청서를 보내오는데 소장들이 그냥 넘어가거나 난방면적 산정을 잘못해 환급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오 회장은 실제로 두 차례 환급받은 경험이 있다. 난방면적 중 발코니 미확장세대를 찾아내는 방식으로 역삼동 모 아파트 근무 때 2600만 원, 도곡동 모 아파트 근무 때 4600만 원을 환급받았다. 관리비를 절감해준 공로로 그는 도곡동 아파트에서는 감사패와 상금 200만 원을 받았다. 그는 “직원 회식비로 50만 원을 썼고 해외여행을 다녀왔다”면서 “퇴직 시 전별금을 50만 원씩 받았다”고 전했다.
 

소장들 사이에서 ‘공설밴’이 유명하던데.

“공설밴은 소장들의 온라인커뮤니티에서 시설 분야 노하우 공유와 학습 분야에서 최강으로 알려져 있다. 주택관리사가 된 후 네이버 카페 ‘전아모’에서 시설강사를 하면서 소장들의 전문성을 높여야겠다는 생각으로 밴드 회장을 맡아 최선을 다하고 있다. 공식명칭은 대한주택관리사협회 서울시회 공동주택시설관리 동호회 네이버 밴드다. 지식기부와 정보교류의 플랫폼이 돼 이곳에 가입한 소장들이 모두 전문가가 되길 바란다.”
 

이런 활동을 하게 된 계기가 있나.

“주택관리사가 되기 전 기전기사로 관리사무소에서 일했다. 그때 바라본 9명의 소장 대부분이 컴퓨터 등 기술업무는 물론이고 행정, 민원처리 등에서 많이 미흡하다고 느꼈다. 어렵게 자격증을 따고 힘들게 자리도 얻었지만 소장이 된 후 업무를 배울 기회가 좀처럼 없어서 그랬던 것 같다. 이런 점이 안타까웠다.”
 

공설밴에서는 별명이 ‘오박사’던데.

“처음 소장으로 부임해 하나하나 배워 가면서 네이버 카페 ‘전아모’에서 강남지역 모임 회장을 했다. 그 당시 모임 때마다 교육자료를 만들어 회원들에게 1시간씩 시설관리 강의를 했다. 초보 소장인데도 공동주택에 관해 아는 것이 박사급이라고 오박사로 불리게 됐다.”
 

현장 관계자들에게 바라는 점은.

“소장들이 관리사무소의 행정, 민원, 기술업무 등 실무의 전문가가 돼야 한다. 새로운 단지 부임 시 체크리스트를 통해 단지 파악을 하고 당당하고 인정받는 소장이 되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학습해야 한다. 얼마 전 홍콩주택 관리종사자들이 열심히 공부하는 기사를 봤는데 우리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대주관과 시도회도 할 일이 많다”고 이어갔다. 소장들에게 피부에 와닿는 자료와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면 좋겠다는 것이 그의 바람. 그는 “현장에서 통일해서 쓸 수 있는 양식과 체크리스트, 매뉴얼 등을 배포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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