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언론진흥재단 지원 기획] 관리사무소엔 어떤 일들이…직원들의 현장 이야기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작은 회사와 비슷하게 작동한다. 관리사무소장은 중소기업의 사장인 셈이다. 경리주임, 전기과장, 설비과장, 경비원, 미화원 등이 모여 아파트라는 회사를 위해 일한다.

아파트 입주민들은 정작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대해 잘 모른다.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으로 19년째 근무 중인 장대익(67) 경남 창원진해우방아이유쉘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은 “소장이 되기 전에 중공업에서 일했는데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직장 일에 골몰하다 보니 아파트 관리사무소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알 수도 없었고 알고 싶지도 않았다”고 회상했다.

아파트는 거주지만이 아니다. 누군가에게는 어엿한 직장이다. 조금만 관심을 기울여보면 내가 사는 곳에서 중장년층 일자리를 구할 수 있을지 모른다. 

바로 장 소장의 경우다. 그는 말한다. “40대 후반에 내가 사는 아파트에서 소장으로 근무를 시작했다. 중공업 회사에서 나와 새 직장을 찾아 나섰으나 중년이라는 나이와 그간의 경력으로 마땅히 일할 곳이 없었다. 그때 아파트가 눈에 들어와 자격증을 따고 관리사무소장 일자리를 찾았다.”

본지가 만난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들도 대부분 40~60대 중장년층이었다. 중공업, 공무원, 생산직 등 다양한 분야에서 뛰던 사람들이 아파트에 모여 인생 2막을 꿈꾼다. 아파트 관리사무소에는 어떤 일자리들이 있을까. 우방아이유쉘아파트를 찾아 관리종사자 13명의 현장 이야기를 들어봤다. 

관리사무소장은 관리사무소를 총괄한다. 실제 한 분야에 국한하지 않고 경비, 미화, 회계, 전기시설을 비롯해 새롭게 생겨나는 커뮤니티 시설 등 다양한 업무를 잘 알고 적절히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입주민대표들로 구성되는 입주자대표회의와 원활한 소통을 이뤄나가는 것도 소장의 중요한 역할이다. 

장 소장이 일과를 들려준다. “출근하면 먼저 지상·지하 주차장을 순찰하고 직원들이 작성한 일지를 검토한다. 일지에 명확하지 않은 부분은 확인을 거친 후 추가적인 지시사항을 전달한다. 입대의의 요구 사항이나 관심사항, 입주민 민원이 많이 들어오는 사안에 대해서는 공고문을 작성하고, 방송을 진행한다. 입대의가 중시하는 사항은 현황표를 만들어 회의를 통해 대책을 마련하기도 한다.”

소장 과장 경리 경비원 미화원
아파트에 모여 인생 2막 펼쳐
순찰 민원 등 다양한 업무처리

전기과장과 설비과장은 아파트 전기·설비 시설에 대한 전반적인 실무를 책임진다. 전기과장은 수전 변압기, 화재 경보 시스템, 발전기 등 아파트 전기시설에 대한 실무 지식이 필요해 전기산업기사 자격증 및 수전 전력과 관련된 경력이 필수다. 

한석철(64) 전기과장은 “전기실, 기계실의 전기장치들을 체크하고, 전기 관련 입주민들의 민원을 봐주는 게 주 업무”라면서 “입주 아파트라 하자 관리 관련된 일정을 업체와 조율하는 업무, 놀이터 점검, 기타 소장 지시사항 등도 담당한다”고 말했다. 

“경리주임의 주 업무는 민원 응대입니다. 그다음이 회계 업무죠.” 김옥남(45) 경리주임의 설명이다. 김 주임은 “한 달에 한 번 관리비 고지서를 배포해야 하는데 각 세대 우편함에 꽂기까지 전 과정의 업무를 챙긴다”고 말한다. 그는 “관리비를 비롯한 회계 업무가 생각보다 많지만 입주민의 전화를 무시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김 주임은 “보통 하루에 민원이나 입주민 문의 전화가 20, 30건 정도 오는데 최대한 빨리 처리해주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아파트 회계 업무는 중간중간 틈날 때 한다. 아파트 밖에서는 경리의 주 업무가 회계일 것으로 짐작하지만 현장에서는 민원 응대가 먼저고 다음이 회계 업무라는 것. 

경비원들은 생각보다 바삐 움직였다. 주로 경비실에 앉아 업무를 보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이해수(68) 경비원은 출근하면 간단히 경비실 청소를 한 뒤 차량 출입이 빈번한 출근 시간에 교통안전 지도를 한다. 이어 지상·지하 주차장을 순찰하고 불법주차 단속을 한다. 아파트 주차장에서 종종 보이는 경고장을 부착하는 일도 경비원의 몫이다. 

이 씨는 오후에는 비등록 차량 출입을 관리하고, 주차증 발급 업무를 지원한다. 비교적 여유로운 저녁 시간에는 쓰레기 집하장을 돌면서 정리 정돈을 한다. 24시간 교대로 근무하는 경비원은 중식·석식 시간과 휴게시간을 빼면 16시간을 근무한다.

“삶의 경험이 우리만의 노하우
입주민 응대할 때 유연함 강점”
중장년 아파트 피플들 자부심

아파트 공용부분의 청소를 책임지는 미화원은 아파트의 규모에 따라 청소 역할을 분담한다. 이순옥(60) 미화반장은 “총 5명의 미화원이 아파트 라인을 다섯 개씩 맡아서 청소한다”며 “시간이 나면 단지 내 풀도 뽑고 마당에 있는 담배꽁초도 주워가며 아파트 전체 미화에 신경 쓴다”고 말했다. 

남성 미화원인 정규상(64) 씨는 “미화원은 경비원보다 근무 시간이 짧아 시간적 여유가 있다”며 “아파트 집하장의 무거운 물건을 처치해야 하고 청소를 기계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아 남성 미화원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실제로 지하 주차장 청소는 주로 남성들의 몫이다. 

다양한 아파트 관리종사자들에게 중장년층으로서 갖고 있는 특별한 노하우를 물어봤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과거 경험의 축적”이라고 답했다. 

한 전기과장은 “아파트는 종합적인 기술이 필요한 곳”이라며 “전기과장이라고 해서 전기시설만 다루는 게 아니라 급수 펌프나 에어컨, 엔진 등 다양한 설비에 대한 상식을 갖춰야 하는데 이런 것들은 대부분 오랜 경험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입주민 응대 업무의 중요성을 강조한 김 경리주임도 “중장년층의 노하우는 삶의 경험으로 다져진 단단한 마음”이라고 표현했다. 김 주임은 “입주민을 응대할 때 관리사무소의 젊은 직원들은 상대방의 불쾌한 말을 듣고 쉽게 상처받기도 하고 대처 방법을 잘 몰라 일을 키우기도 하지만 중장년층은 경험에서 나오는 유연함을 갖추고 있다”고 덧붙였다. 

장 소장은 “사회생활 경력이 많지 않은 젊은 사람들은 아파트에 와서 일해보면 힘들어한다”면서 “많은 입주민을 응대하고 케어하기 위해서는 사회적인 경험이 필수 요소”라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전국 아파트의 30만 일자리가 젊은 층이나 외국인보다는 50, 60대 중장년층의 주 무대가 되고 있다.

그렇다고 이들 자리가 중장년층에 보장된 것은 결코 아니다. 채희범 대한주택관리사협회 사무총장은 “흔히 아파트 일자리를 인생 이모작이라고 표현하지만 주택관리사들은 법규에서 설비, 사람 관리까지 책임지는 매우 전문적인 일자리라는 자긍심을 갖고 산다”고 강조했다. 또 20, 30대의 진입도 서서히 늘어나고 있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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