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소장 미지급 임금 부분 원심판결 파기환송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이 정직 처분을 받았으나 무효로 인정돼 입주자대표회의로부터 정직 기간의 임금을 받을 수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또 이 사건과 관련해 1, 2심과 달리 대법원이 ‘소장이 절차상 문제 있는 고용승계 요구를 따르지 않은 것은 근로제공을 거절한 게 아니다’라고 판단함에 따라 미지급 임금액을 결정하는 재판이 다시 벌어지게 됐다.

대법원 제3부(재판장 김재형 대법관)는 충북 청주 소재 모 아파트 소장 A씨가 아파트 입대의를 상대로 제기한 해고무효 확인 소송에서 원심이 패소 판결한 미지급 임금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 아파트 입대의는 2020년 7월 말 인사위원회를 통해 A소장 해고를 의결했다. 이후 8월 중순 인사위원회에서 해고처분을 철회하고 날짜를 소급해 2020년 7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6개월간 A소장의 무급정직을 의결했다.

이 아파트 입대의는 A소장 정직 이후 관리방식을 자치관리에서 위탁관리로 변경했다. 입대의는 B위탁관리회사와 2020년 8월 1일부터 3년간의 위수탁관리계약을 체결했다. B사는 이 아파트의 기존 관리직원들의 고용을 승계했다. B사는 A소장에게도 계약협의를 제안했으나 A소장은 당초 이 아파트와 맺은 근로계약과 동일한 조건의 계약만 수용한다며 이를 거절했다. 

A소장은 “징계사유가 없는 정직은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정직으로 받지 못한 미지급 임금 2700여만 원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입대의는 “인사위원회를 통해 내린 해고 처분의 미비점을 바로잡기 위해 처분을 취소하고 새로 정직 처분을 내린 것”이라며 “A소장에게 징계사유가 있어 미지급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맞섰다.

◆ 원심

재판에서 A소장에 대한 정직 처분의 효력과 정직 기간 받지 못한 미지급 임금이 쟁점이 됐다.

1심인 청주지방법원과 항소심인 대전고등법원은 입대의의 정직 처분이 무효임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그 이유로 징계의 개시시점을 처분일 이전인 7월 1일로 소급한 점을 들었다. 재판부는 “입대의가 A소장의 무급정직을 의결하면서 그의 임금청구권 등이 박탈됐는데 근로기준법상 임금보호에 관한 법규의 취지에 비춰 허용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입대의는 A소장이 B사의 고용승계를 거부해 근로기준법상 정리해고의 요건을 갖췄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입대의가 A소장에게 보낸 고용승계 관련 공문에 아파트 관리방법 변경으로 정리해고됐음을 추단케 하는 표현이 없고, A소장이 공문을 통해 해고 사유와 시기를 파악할 수 없었다”고 판시했다. 근로기준법은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해고사유와 시기를 서면으로 통고해야 효력이 있다고 규정한다.

재판부는 무효한 정직 처분으로 A소장이 일하지 못한 것은 입대의의 귀책사유로 보고 입대의가 A소장이 정직 기간 받지 못한 미지급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다만 A소장의 정직 만료일인 2020년 12월 31일 이후에는 임금지급청구권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봤다. 재판부는 “B사가 A소장에게 지속적으로 근로계약을 체결할 것을 안내한 점, A소장은 B사가 수용하기 어려운 기존 근로계약과 동일한 조건을 요구하면서 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점 등 A소장이 고용승계를 거부해 근로제공의 의사가 없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 상고심

항소심 판결에 불복한 A소장은 정직기간 이후의 미지급 임금을 요구하기 위해 상고했다.

재판부는 원심이 A소장 정직 이후의 임금 청구를 배척한 것을 수긍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A소장의 해고 처분은 취소돼 효력이 없고 정직 또한 무효이며, 입대의가 A소장에게 B사와 고용승계를 협의하라는 취지로 통고한 것은 절차상 문제가 있다’는 원심을 들어 A소장과 입대의 사이의 근로계약은 2021년 1월 1일 이후에도 유효한 상태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소장이 B사와 근로계약 체결을 거부한 것을 입대의에 대한 근로제공 거절로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입대의가 A소장에게 별개 회사인 B사와 근로계약을 체결하라고 요구한 것에 대해 A소장이 그대로 따를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원심판결이 당사자의 귀책사유, 정당한 복직명령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으므로 A소장의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환송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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