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장 “불법주차 대응 정당행위” 주장했지만 법원은…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이 경비원을 시켜 주차장에 주차된 외부인의 차량 바퀴에 휠락을 채웠다가 선고유예 처분을 받았다.

서울북부지방법원(판사 정혜원)은 최근 재물손괴 혐의로 기소된 서울 노원구 모 아파트 관리사무소장 A씨에게 벌금형의 선고를 유예했다. 

A씨는 지난해 9월부터 11월경까지 입주민이 아님에도 이 아파트 주차장에 주차한 B씨의 차량 바퀴에 경비원을 시켜 휠락을 채운 혐의를 받는다. 휠락은 자동차 바퀴에 체결하는 잠금장치다.

재판에서 A씨는 “차량에 휠락을 채우기 전부터 B씨에게 불법 주차된 차량에 대한 이동을 여러 차례 요구해왔다”면서 “B씨가 주차비를 내고 차량을 이동했다면 언제든 휠락을 제거할 의사가 있었다”며 재물손괴의 고의가 없다고 주장했다. 

정 판사는 “A씨가 차량에 휠락을 채운 행위로 인해 B씨는 상당 시간 동안 차량을 운행하지 못하게 됐다”며 “이는 차량의 효용을 해하는 것으로 재물손괴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고 이에 대한 고의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정 판사는 또 “A씨는 경비원과 공모공동정범에 해당해 직접 행위자와 동일하게 재물손괴죄의 주체에 해당한다”고 봤다. 

A씨는 아파트 입주민들이 무단으로 주차하는 외부차량에 대해 주차비를 받을 것을 결의한 바에 따라 불법주차에 대응하기 위한 정당행위라는 논리를 폈다. 정 판사는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이러한 방법을 사용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긴급한 필요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A씨의 행위를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정 판사는 다만 A씨가 아파트 소장으로서 입주민들의 이익을 대변해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범행에 이르게 된 점, 초범인 점 등을 참작해 벌금형 30만 원의 선고를 유예했다.

형법상 재물손괴죄는 타인의 재물을 손괴, 은닉 등의 방법으로 효용을 해하는 경우 성립한다. 효용을 해한다는 것은 물건을 본래의 용도로 사용할 수 없게 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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