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계약 지속적 연장 땐 ‘갱신될 것’ 신뢰 형성
정당한 이유 없이 소장-경비원 나가라고 못해

아파트 관리종사자에 대한 부당한 처우가 현장에서 수시로 발생하고 있다. 2년 3개월간 8차례에 걸쳐 계약을 맺은 소장이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당하는가 하면, 여러 차례 계약 갱신을 이어온 경비원이 허위사실을 이유로 해고당한 사례도 있다.

올해 3월 노동위원회로부터 부당해고 판정을 받아낸 김영웅 주택관리사는 “소장은 독립적 위치에서 공동주택을 성실하게 관리하는 전문가인데 관리업체나 입주자대표회의, 입주민이 내놓는 선택을 강요받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아파트 관리종사자가 부당한 횡포에 직면하다 보니 ‘파리목숨’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근로계약 갱신기대권이 존재하는 아파트 관리종사자의 부당해고 사례를 살펴본다.

 

아파트 소장 부당해고 재판서 확인돼

서울행정법원 제11민사부(재판장 강우찬 부장판사)는 아파트 관리사무소장 A씨가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중노위의 판정을 뒤집고 A씨의 손을 들어줬다. 

A소장(63)은 2013년 7월 강원의 한 아파트에서 입주자대표회의와 B위탁관리회사를 모두 사용자라고 표기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매년 근로계약을 갱신해왔다. B사는 2019년 11월경 입대의에 위수탁계약 종료를 통보한 뒤 A씨를 포함한 근로자들에게 근로계약 종료를 서면으로 알렸다. 

입대의도 A씨에게 근로계약은 12월 말로 종료됐으며 새 위탁사가 선정돼 인수인계 시까지 소장 업무를 수행해달라고 통고했다. 그로부터 약 한 달 뒤 새로 선정된 위탁사의 업무가 시작되자 입대의는 A씨의 관리사무소 출입을 막았다. 

입대의의 이 같은 조치에 A씨는 2020년 3월 강원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를 신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어 중노위에 신청한 재심마저 기각됐다. A씨의 사용자가 입대의와 B사 중 어디냐를 놓고 지노위와 중노위가 서로 다르게 해석하면서 구제 신청을 기각 또는 각하하자 A씨는 법원으로 눈길을 돌렸다. 

A씨는 행정소송을 냈다. 재판에서 A씨는 “근로계약에 대한 갱신기대권이 있음에도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했으므로 부당하다”며 중노위의 재심판정 취소를 주장했다. 

재판부는 입대의와 B사 모두를 A씨의 사용자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의 계약서에 이들의 직인이 날인돼 있고 입대의가 A씨의 임금 등을 지급했으며 입대의 회장이 A씨의 근태관리, 휴가 등 결재권을 행사한 점 등을 들어 A소장의 실질적 사용자는 입대의라고 설명했다. 

A씨의 근로계약 갱신기대권 존재 여부에 대해 재판부는 “A씨가 최초 근로계약을 체결한 후 6차례에 걸쳐 계약을 갱신해왔고 근로계약의 해고사유에도 해당하지 않아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돼 있었다”고 봤다.

재판부는 이를 종합해 입대의가 A씨의 근로계약 갱신을 거절한 것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판시하고 중노위의 구제신청 각하 판정을 취소 판결했다.

 

아파트 경비원 3개월 11차례 계약 후 해고…법원 “갱신거절 합리적 이유 없어”

서울행정법원 제14민사부(재판장 이상훈 부장판사)는 C경비용역업체가 중노위 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중노위의 재심판정은 적법하다”며 C사의 청구를 기각했다.     

경남 양산시의 한 아파트에서 2017년 4월부터 경비원으로 근무한 D씨는 2020년 1월경 C사로부터 약 한 달 뒤 근로계약이 기간만료로 종료된다는 통고를 받았다. 그는 C사와 3개월짜리 근로계약을 체결한 이후 3개월 단위로 11차례에 걸쳐 계약을 갱신해왔다.

해고 통고를 받은 D씨는 해고가 부당하다고 주장하며 2020년 3월 경남지노위에 구제신청을 내 인정받았다. 

C사가 이에 불복해 중노위에 재심을 신청했다가 기각당했다. 그러자 C사는 중노위의 재심판정 취소를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재판에서 C사는 “D씨에게는 계약의 갱신기대권이 인정되지 않고 갱신거절의 합리적 이유가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D씨의 중노위의 판정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C사와 D씨 사이의 근로계약 기간이 만료되더라도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된다”며 “B씨에게 계약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D씨의 근로계약상 ‘3개월 단위의 근로계약 만료 시 재고용 계약이 원칙적으로 없음을 확인한다’는 규정이 있지만, 갱신기대권의 존재여부는 계약의 내용뿐 아니라 취업규칙의 내용 및 여러 제반 사정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D씨 계약에 대한 갱신 거절의 이유가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D씨는 근무 중 휴대전화 사용 등으로 시말서를 작성한 적이 있으나 그 사용 시간이 10분가량으로 길지 않고 일과 중 빼놓은 것이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 사용한 점에서 업무를 소홀히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일축했다. 

C사가 ‘입주민 민원이 들어와 D씨의 계약을 갱신 거절했다’고 주장한 데 대해 재판부는 민원도 객관적 합리성을 갖춘 증거들에 의해 인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D씨의 근무태도가 입대의에서 논의된 적이 없고 C사가 근로자들의 계약 갱신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기준도 공개돼 있지 않으며, 정기 평정도 실시하지 않아 갱신 거절이 합리적으로 이뤄졌는지 판단할 자료가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김미란 변호사(법무법인 산하)는 “원칙적으로 근로계약 기간이 끝난 근로자는 퇴직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에 지속적 계약 연장 등으로 신뢰관계가 형성된 경우에는 갱신기대권이 존재하므로 이를 거절하는 것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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