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샤…피베리…맛의 비결은?

커피의 품종은 크게 아라비카(Arabica), 로부스타(Robusta), 리베리카(Liberica)로 분류한다. 아라비카의 원산지는 아프리카의 에티오피아. 해발 1000~2000m의 고지에 적합한 품종이다. 

현재 아라비카가 세계 원두 생산의 60~70%를 차지해 압도적으로 많다. 아라비카는 신맛이 강하고, 꽃과 같은 달콤한 플로럴(floral) 향이 난다. 서리·건조·병충해 등에 약해서 재배가 어려운 품종이기도 하다. 

아라비카 중에서 대표적인 품종은 티피카(Typica), 버번(Bourbon), 문도 노보(Mundo Novo), 카투라(Caturra), 카투아이(Catuai), 게이샤(Geisha), 아마렐로(Amarelo) 등을 들 수 있다. 커피에 왜 게이샤라는 이름이 붙었을까. 게이샤(藝者)는 전통무용·음악·시 등에 능통한 일본의 기생을 말한다. ‘기생 게이샤’와 ‘커피 게이샤’는 어떤 관련이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발음만 같을 뿐 아무런 관련이 없다.

 

파나마 게이샤, 국제 품평회에서 줄곧 1위

게이샤 커피는 파나마의 보케테(Boquete) 지역에서 나온다. 에티오피아 남서부 카파(Kaffa) 지방에서 1931년 분리된 아비시니아(Abyssnia)의 재래 품종으로 알려져 있다. 그 후 케냐, 탄자니아를 경유해 1953년 코스타리카의 농학 연구소로 반입됐다. 

아라비카 원두 중 게이샤(Geisha) 생두
아라비카 원두 중 게이샤(Geisha) 생두

전문가들은 이 커피가 업계를 깜짝 놀라게 한 ‘신데렐라’라고 부른다. 2013년 7월 한 외신기사가 세계로 송출됐다. 언론인 박영순의 저서 ‘커피 인문학’에 담긴 내용이다. 

“파나마 제1의 커피를 선발하는 베스트 오브 파나마(Best of Panama)에서 우승한 에스메랄다 스페셜 내추럴 커피 C. V 생두 1파운드가 일본 업체에 350.25달러(약 42만원)에 낙찰됐다.”

물론 그전에도 이 커피는 비싸게 거래됐다. 2004년 파나마 커피 품평회 베스트 오브 파나마 경매에서 1파운드(450g)당 21달러(약 3만 원)였다. 2006년 50달러(약 6만 원)에 거래됐던 이 커피는 해마다 가격을 경신해 2021년에는 2568달러(약 336만 원)에 거래됐으며 최근에도 최고가를 경신 중이다. 

게이샤 원두
게이샤 원두

게이샤 품종의 생산량은 일반적인 상용 재배 품종인 아라비카 커피의 절반 정도라 희소성이 높다. 이 커피의 맛은 귤이나 레몬과 같은 감귤류와 유사하다. 산미와 단맛이 있으며, 꿀이나 초콜릿과 같은 맛이 은은하게 남는 것도 있다. 정제는 주로 햇볕에 말린 후 콩을 씻어내는 내추럴 방법으로 건조한다. 

코스타리카의 커피는 맛이 좋지 않아 낮은 표고의 커피 재배지는 오랫동안 방치돼 있었다. 2000년에 이르러 파나마 보케테(Boquete) 지구의 서늘한 계곡에 있는 에스메랄다(Esmeralda) 농원이 커피 생산지로 자리를 잡았다. 병충해 때문에 애를 먹었으나 각고의 노력 끝에 재배에 성공했다고 한다. 

또 박영순 작가는 ‘파나마가 게이샤 커피를 생산해 내는 천혜의 조건을 갖췄다’며 이렇게 서술했다.

“파나마는 커피를 품질 좋게 생산할 수 있는 천혜의 환경을 갖췄다. 풍부한 강수량과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주는 풍성한 구름이 커피나무를 건강하게 자라도록 도와준다. 이런 조건을 두루 갖춘 파나마 최고의 커피 산지는 서부 지역에 펼쳐져 있는 치리키(Chirqui)주다. 그중에서도 바루 화산국립공원 주변이 게이샤 커피를 명품으로 길러낸 땅이다.”

농장 이름이 에스메랄다인 것도 흘려버릴 수 없다. 게이샤 커피 생두의 빛깔이 보석 에메랄드(Emerald)와 비슷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파나마의 에스메랄다 농원
파나마의 에스메랄다 농원

에스메랄다 농원의 게이샤는 2004년 커피의 국제 품평회인 ‘베스트 오브 파나마’에서 당시의 낙찰가가 세계 최고 기록을 세우며 우승함으로써 일약 주목받게 됐다. 그 후 ‘베스트 오브 파나마’, ‘커핑 포 퀄리티’ 등 각종 품평회에서 줄곧 1위를 차지했다. 

 

피베리, 수확량 적어 일반 커피콩보다 비싸

희귀한 커피콩으로 피베리(Peaberry)가 있다. 피베리는 커피의 품종이 아니라 콩의 모양에서 생겨난 말이다. 본래 커피콩은 하나의 열매 안에 두 개의 커피콩이 마주 보고 있다. 하지만 한 커피 열매 속에 씨앗이 한 개밖에 들어 있지 않은 둥근 모양의 커피콩이 있다. 이것이 피베리다. 응축된 풍부한 맛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피베리(Peaberry)
피베리(Peaberry)

 

두 개로 나눠질 수 있는 영양소가 하나의 콩에 모이기 때문에 일반 커피콩보다 유분과 필수 미네랄이 월등히 많이 함유돼 있다. 영양실조에 의해 한쪽의 씨앗이 죽고 남은 하나의 씨앗에 영양이 집중돼 피베리가 생겨나는 것이다. 반대로 양분 과다의 경우 피베리가 생겨날 수 있다고도 한다. 그 외에도 햇빛 등의 기상 조건과 교배 조건, 토양 등 다양한 요인이 있다.

피베리는 가지 끝에 달려 있다. 영양이 따먹기 어려운 위치에 있다고 한다. 피베리를 커피체리(열매)의 상태로 판별하는 것은 어렵다. 커피콩 정선 과정에서 이뤄지는 스크린 선별 공정에서 피베리 전용 체로 일반 콩과 분류할 수 있다. 피베리만을 모아 출하하는 커피 농가도 있다. 커피 수확량 중 5~20%가 피베리다. 희귀성 때문에 일반 커피콩보다 고가로 거래된다.

일본 가와시마 요시아키(川島良彰·65)는 커피콩을 찾아 세계를 순회한다. 세계 곳곳의 커피 생두를 수입해서 판매하는 회사의 대표로 세계를 여행하고 있다. 그래서 붙여진 별명이 ‘커피 헌터’다. 코로나19 사태에도 지난 5월에 중남미·카리브해 국가들의 거래처 커피농장을 다녀왔다. 2년 반 만의 해외여행이었다.

가와시마 씨는 “온라인 화상회의를 통해 커피 생산자와 대화할 수 있어도 실제로 밭을 보지 않으면 알 수 없어 직접 가본다”고 말한다. 가와시마 씨는 5월 22일간의 커피 농장시찰 중에도 호텔에 묵은 것은 단 6일뿐이었다. 나머지는 생산자나 친구들의 집과 농원에 머물렀다. 그만큼 현장을 중시하는 커피 헌터다. 

가와시마 씨가 어릴 적 그의 부모는 일본 시즈오카(靜岡)에서 커피를 볶는 도매업을 하고 있었다. 그는 3남매의 장남으로 가업을 이을 생각이었다. 그는 고교 졸업 후 중남미의 엘살바도르(El Salvador) 대학에서 유학했다. 유학 중 국립 커피 연구소에서 배울 기회를 운 좋게 얻음으로써 진로가 열렸다. 수확한 커피 열매가 생두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공부하는 것이 너무나 재미있었다. ‘계속 커피 재배에 종사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훌륭한 품종의 커피, 아직도 많이 숨어 있어

그는 대학 졸업 후 가업을 잇는 것을 뒤로 미루고 대형 커피 회사에 취직했다. 자메이카를 거쳐서 하와이, 인도네시아 등에서 커피 농원 개발을 시도하기도 했다. 그의 커피 탐구는 지정학의 응용이었다. 예를 들면 그 지역에 누가 언제쯤 커피 씨앗을 가지고 와서 심었는지, 어느 품종을 들여왔는지를 조사했다. 가와시마 씨는 이렇게 말한다.

“커피의 역사와 품종을 알아보다가 잠을 자요. 그러다가 커피를 부활시키는 일이 떠오르면 벌떡 일어납니다. 커피와 관련해 일하고 있을 때 즐거움이 넘칩니다. 아직 세상에 묻혀 있는 커피가 많습니다. 특히 아라비카종 원산지 에티오피아의 숲에는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원종들이 많이 숨어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모르지만, 어딘가에 숨어 있는 훌륭한 품종의 커피가 사람들이 찾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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