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 꼭 처벌받게 대응해야

아파트에서 입주민이 근무 중이던 관리사무소장을 또 폭행했다. 우리 사회의 못된 병이 되지 않을까 현장의 우려가 나온다. 이번에는 변압기 교체공사가 도화선이 됐다. 인천 부평의 모 아파트는 노후변압기 교체를 위해 전기공급을 일시 중단하고 공사를 시작했다. 그런데 단전 30분도 안 돼 한 입주민이 관리사무소로 찾아와 “왜 맘대로 전기를 끊느냐”고 따지며 소장을 때리고, 말리는 직원을 밀치면서 기물을 파손했다.

관리사무소는 노후변압기 교체공사를 위한 단전을 이미 2주 전부터 예고했다. 각 동 출입구에 공고문을 붙이고 수 차례 안내방송을 했다. 하지만 소용이 없었다. 난동은 20여 분이나 이어지다가 직원의 신고를 받은 경찰이 출동해 일단락됐다. <관련기사 7월 13일자 1면> 

‘갑질’ 그냥 놔두면 계속 된다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에 대한 폭언과 폭행은 경비원 다음으로 빈도가 높다. 1월에는 경북 영천에서 한 입주민이 관리업무에 대한 부당 간섭을 일삼다가 소장을 폭행했다. 이 아파트 소장은 건강 문제로 퇴사했다가 입주민들의 요청으로 다시 입사해 근무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소장에 대한 입주민의 신뢰가 깊었다는 뜻이다. 

2020년 5월에는 인천 서구에서 위탁관리업체 교체 시 소장과 직원을 고용승계한 것에 불만을 품은 입주민이 소장을 폭행했다. 2019년 2월에는 제주에서 누수 문제 해결 요구로, 같은 해 9월에는 경북 경산에서 경리직원의 휴대전화 번호를 알려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2018년 8월에는 강원 횡성에서 화장실 누수 문제로 소장이 폭행당했다. 

폭력은 남성 소장에게만 향하지 않는다. 2018년 3월 외부 공사장 소음, 분진 등의 문제로 한 입주민이 여성 소장을 때렸다. 같은 해 6월에는 승강기에 중학생 자녀가 갇혔다 구출된 일이 있었는데, 그 어머니와 할머니가 출근길에 달려온 여성 소장의 뺨을 때리고, 허리를 걷어차며, 머리채를 잡고 내동댕이친 일까지 있었다. 본보에 최근 4년 동안 오른 사건만 이 정도다. 현장에선 보도된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사례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인천 부평의 아파트에서 소장을 때린 입주민은 이전부터 심각한 갑질을 일삼아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 아파트를 거친 전임 소장 두 사람도 그의 폭력성과 부당 간섭, 불합리한 요구들을 증언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을 정도다. 경비원들도 그 입주민의 갑질에 시달렸다고 한다.현장관리자들은 “전체 입주민의 99%는 지극히 평범하고 이성적이지만, 악성민원과 갑질을 일삼는 사람이 하나만 있어도 그 단지는 지옥이 된다”고 말한다. 공동주택에서의 폭력 사건이 우발적인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소장이나 경비원을 때린 사람들 상당수는 평소에도 폭력성을 보였고, 욕설을 일삼아왔다. 또한 소장 권한 밖의 것을 요구하거나, 부당한 위법적 요구를 지속했다. 이런 상황에서 소장이나 관리직원 등이 폭행당하고도 참거나, 자신의 탓으로 돌리거나, 적당히 타협할 일은 아니다.

관리사무소장은 일반 직원과 달리 책임자라는 자세와 마음가짐을 갖고 있어 웬만한 욕설과 폭력은 참고 넘기려 한다. 가족을 먹여 살리려면 이 정도쯤은 견뎌야 한다는 가장으로서의 책임감도 적잖게 작용할 것이다. 하지만 공동주택에서 폭력의 끝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우선 법적 응징을 추구하는 게 실효적이다. 전치 2주의 상해 진단서로 가해자를 처벌받게 하는 여러 사례가 있었다. 대한주택관리사협회도 소장이 폭행당하는 경우 소송을 지원한다. <관련기사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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