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아파트 새 모델 ‘사회적 협동조합 아파트’
② 남양주 위스테이별내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 현장

 

경기 남양주시 위스테이별내 전경
경기 남양주시 위스테이별내 전경

 

‘특별한 마을공동체 아파트’라는 소개에 경기 남양주시 별내동, 최근 개통된 별내별가람역 근처의 위스테이별내를 찾아갔다. 국내 최초의 사회적 협동조합 아파트다. 반듯하게 구획된 신도시 단지 사이에 불암산을 등지고 있다. 

김동신 관리사무소장과 손병기 임차인대표회의 회장, 이상우 협동조합 상임이사의 안내를 받아 커뮤니티동 1층 카페로 들어갔다. 시원하게 탁 트인 멋진 카페다. 군데군데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입주민들이 보인다.

사회적 협동조합 아파트라는 생소한 구조가 궁금했다. 이 이사는 “위스테이별내 사회적 협동조합이 정부의 허가와 지원을 받아 임대아파트를 만들고 조합원이 임차인으로 입주했다”며 “단지의 법적 소유주는 부동산투자회사(이하 리츠)로 주주는 정부 70%, 조합 30%”라고 설명한다. 

2017년 조합이 설립돼 아파트 사업계획이 승인됐고 리츠 설립을 통해 사업비가 출자됐다. 2018년 계룡건설이 시공사로 착공, 2020년 6월 준공 및 입주가 시작됐다. 임대기간은 2028년까지 8년. 임대기간이 끝나면 법적으로는 리츠가 청산돼 투자지분이 매각된다. 청산 후 절차는 아직 확정된 것이 없다. 조합이 정부지분을 매입해 현재의 임대 방식을 지속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이 이사는 “아파트 입주민은 조합원으로서 운영·공간·교육·청소년·갈등조정·공동사업 위원회 등 10여 개 분야에서 활동한다”고 소개했다. 491세대의 성인이 1000명 정도인데 각 위원회에 적극 참여하는 마을활동가는 120여 명이며 매월 진행하는 ‘공동체의 날(꽁날)’에 참여하는 입주민은 300~400명으로 많은 편이다. 

손 회장과 김 소장의 안내로 커뮤니티 공간을 둘러봤다. 처음 안내한 곳은 카페에 붙은 공유부엌. 이곳에선 모임 식사 반찬 만들기, 1인가구 요리 교실, 막걸리 동아리의 막걸리 빚기 등 다양한 활동이 이뤄진다.

공유부엌
공유부엌

공유부엌 옆에는 냉장보관소가 있어 큰 항아리 2개와 여러 개의 투명 페트병들이 들어있다. 손 회장은 “막걸리 동호회에서 만든 수제 막걸리인데 공동체의 날 행사를 위해 익히고 있다”며 “우리 아파트 설립목적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마을공동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현재 입주민들의 거주비용은 매우 저렴해 일반 아파트 임대료 대비 40% 수준”이라며 “주거비용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진정한 마을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네카페
동네카페

 

김 소장이 동네카페 옆에 조용한 공간으로 안내했다. 벽엔 입주민들 이름이 쓰인 귀여운 나무 조각들로 꾸며져 있었다. 2020년 첫 입주 세대가 새로 들어오는 입주민에게 해준 릴레이 환영 행사를 기억하기 위한 장소라고 한다. 

어린이 키움방을 본 뒤 건물 밖으로 나와 동네책방으로 이동했다. 이곳 도서관도 카페와 마찬가지로 아름답고 품격이 있고 무엇보다 대형이다. 1층엔 구석구석 넓은 쿠션의 편안한 자리도 있다. 김 소장은 책들로 꽉 찬 서가를 가리키며 “아파트 단지 도서관의 장서 규모로는 이곳이 최대일 것”이라고 말했다. 2층은 독서뿐 아니라 여러 명이 토론장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꾸몄다. 

동네책방
동네책방

동네책방의 규모와 디자인이 놀라웠다. 김 소장은 “협동조합형 아파트는 협동조합이 시행, 시공의 주체가 되니 일반 기업이 취할 이익이 모두 협동조합의 몫이 된다”며 “공동체 활동을 중시해 커뮤니티시설에 큰 투자를 해 법정 기준의 2.5배 규모인 약 2360㎡의 커뮤니티센터가 탄생했다”고 말했다.

도서관 인테리어를 비롯해 커뮤니티 콘셉트는 공사 전 공간위원회에서 주최한 많은 토론과 심사숙고의 결과다. 2017년 협동조합 설립 후 2018년 4~12월 9개월간 46회의 모임과 연 576명의 예비입주자가 커뮤니티 디자인 회의에 참여했다. 

공간 분위기, 들어갈 기구 등 공간 디자인을 비롯해 시설별, 서비스별로 운영방식과 업무처리방식도 자세히 논의했다. 운영 주체를 누구로 할지도 고민했다. 이런 오랜 시간의 고민과 토론은 공유회의를 통해 조합원들과 공유됐다. 

이처럼 커뮤니티 시설에 관심을 집중한 것은 마을공동체를 살리기 위해서였다. 김 소장은 “마을공동체 본연의 취지를 충분히 살리기 위해선 커뮤니티 시설과 운영체계가 가장 중요하다는데 모두 공감했다”고 말했다.

동네체육관 다용도 코트
동네체육관 다용도 코트

체육관도 볼만했다. 김 소장은 “내부 설계뿐만 아니라 운동기구들도 최상제품으로 엄선했다”고 말했다. 중앙 잔디공원을 바라보면서 넓게 자리 잡은 헬스센터는 입주민들의 건강과 에너지를 보장하는 듯했다. 동네체육관엔 헬스센터 옆에 농구, 탁구 등을 위한 다용도 코트와 별도의 에어로빅 공간도 있었다. 

동네창작소
동네창작소

 

동네창작소도 흥미롭다. 막걸리 동호회와 함께 남성들의 로망 1순위 품목이다. 넓은 목공소엔 전기 드릴 등 최신 도구들이 즐비하다. 스케치가 칠판에 그려져 있다. 다양하게 걸려있는 목공 도구들과 넓은 작업대는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근처의 맥가이버실은 손재주가 있는 마을활동가가 재능기부를 하는 곳이다. 집에서 쓰다 고장난 제품을 갖다 놓으면 맥가이버 선생이 고쳐준다. 

'꿀꿀이' 가족모임
'꿀꿀이' 가족모임
잔디광장 결혼식
잔디광장 결혼식

 

아이들 키움방, 돌봄센터도 둘러보고 어린이 놀이방도 구경했다. 단지 중앙에 넓게 자리 잡은 잔디공원 옆 그늘에 아이들을 데리고 나와 자리를 깔고 서로 이야기하고 있는 가족들도 보인다. 김 소장은 잔디공원에서 입주민 결혼식도 열렸다고 전한다. 

협동상회
협동상회

아파트 입구 쪽 협동상회는 협동조합이 운영한다. 남양주의 로컬푸드를 비롯해 입주민들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먹거리를 판다. 김 소장은 한쪽을 차지한 상품 매대를 가리키며 “캐셔 남편분이 목공소에서 제작한 것”이라고 귀띔했다. 10명의 조합원이 교대로 캐셔로 일한다. 카페, 돌봄센터, 도서관 등 커뮤니티에서 일하는 조합원 겸 입주민은 30여 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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