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I 이상우 위스테이별내 사회적협동조합 상임이사

이상우 상임이사
이상우 상임이사

협동조합 아파트의 공동체 활동은 자발적 참여와 신뢰를 기반으로 한다. 공동체의 규모나 외형보다 구성원들의 심리적 연결 횟수나 강도가 더 중요하다. 위스테이별내 사회적협동조합은 조합원인 입주민 간의 경험과 기회를 연결해 네 가지 테마의 활동을 주로 펼친다.

◇ 평생교육 

조합은 마을교육 플랫폼 ‘백개의학교’를 운영한다. 여기서 누구나 배우고 가르치며 즐길 수 있다. 올해 2분기엔 △통증없이 걷고 뛸 수 있는 몸 만들기 △목공 기초반 △누구나 즐기는 실내 가드닝 △보컬코칭 △왕초보 기타 등 16개 강좌가 열렸다. 각 강좌당 평균 10명이 수강했다. 강좌가 마무리되면 수강생들은 동아리를 만들어 학습하며 관계를 이어간다. 2020년 4분기에 생긴 47개의 동아리 중 20여 개는 지금도 활동 중이다. 

백개의학교는 입주민이 두 번째 직업을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하기도 한다.

◇ 돌봄 공동체 

입주민 중 30~40대가 가장 많아 초등학교 4학년 이하 아동과 유아들이 많다. 당연히 돌봄이 조합 활동의 주요 테마가 됐다. 아파트를 지을 때부터 엄마 아빠들이 모여 공동육아를 준비했다. 30여 가구가 월 1회씩 2년을 만나며 ‘아이 키우기 좋은 아파트’ 만들기를 위해 공부했다. 

그 결과 동네카페 한편에는 3세 이하 영아들을 위한 키움방이 개설됐다. 그 옆엔 초등저학년생을 위한 방과후교실 자람터가 생겨나 현재 남양주시로부터 위탁받은 다함께돌봄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2019년 돼지띠 해에 태어난 아이들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가족모임 ‘꿀꿀이 모임’은 10여 가족이 아빠 육아 이야기를 나눈다. 에어바운스를 빌려 체육관을 놀이터로 만들고, 1박2일 캠핑에 아이들과 온가족이 함께한다. 

우리 아파트에선 아이들이 눈앞에 보이지 않아도 걱정하지 않는다. 어느 공간에서든 재미있는 프로그램으로 친구들과 공부하거나 즐겁게 놀고 있으리라 믿기 때문이다. 

◇ 갈등 관리 

2017년 5월 조합 탄생 후 2020년 6월 입주까지 3년간, 조합 활동 중 가장 많이 노력한 게 서로 ‘많이’, ‘빨리’ 친해지게 하기였다. 이어 갈등 관리에 힘을 쏟았다. 갈등을 공동체적으로 잘 풀어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갈등조정활동가를 양성했다.

한국평화교육훈련원(원장 이재영)과 업무 협약을 통해 전문가 3급 22명, 2급 7명을 배출했다. 이들이 조합의 갈등조정위원회를 맡아 가장 큰 민원인 층간소음 문제의 해결사로 활약하고 있다. 

2020년 입주 후 갈등조정위가 ‘위스테이별내 존중의 약속’ 초안을 만들었다. 5가지 약속과 7가지 세부실천사항으로 구성된 존중의 약속이 토론을 거쳐 조합 총회에서 최종 확정됐다. 이것이 입주민의 원칙이자 상식이 됐고 갈등 없고 갑질없는 공동체를 위한 헌장이 됐다.

◇ 커뮤니티 비즈니스 활동 

공동체 활동을 통해 수익까지 확보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은가. 법정 기준의 2.5배에 달하는 커뮤니티 공간엔 다양한 손길이 필요하다. 이런 손길을 책임질만한 재원은 부족하고 그렇다고 무작정 열정페이를 강요할 수도 없다. 조합은 동네카페, 동네책방도서관, 돌봄센터 등 인건비가 지급되는 일자리를 잘게 쪼개 가급적 여러 명의 입주민을 모았다. 

위스테이별내 아파트 상가는 총 7칸이다. 편의점을 제외한 6칸에 대해 조합이 마스터리스(장기 통계약)로 계약했다. 흔한 미용실, 치킨집, 세탁소 입점 대신 아파트 공동체 활동이 지역사회와 연결되는 접점으로 상가를 활용했다. 

그 결과 질 좋은 먹거리를 공급하는 로컬푸드 직매장인 ‘협동상회 협동조합’이 생겼다. 60+시니어들이 중심이 된 60플러스 행복협동조합은 단지 내 물품 배달사업으로 CJ물류와 협약을 맺었다. 방과 후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 공부방은 엄마들이 모인 ‘3로27 사회적협동조합’이 운영한다. 우리 커뮤니티 비즈니스는 이윤 추구보다 서로 돌보며 지속가능한 일자리 창출과 가치 실현이 목적이다.

우리 아파트는 늘 활발하다. 동네카페엔 엄마들의 수다와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동네체육관에는 댄스동아리의 흥겨움을 더해주는 음악소리가 있다. 잔디광장엔 학교를 마친 아이들이 킥보드와 자전거를 타며 떠드는 소리로 가득하다. 우리 조합은 공동체를 만들어 서로를 돌보는 마을공동체다. 5분이면 다 닿을 수 있는 아파트야말로 마을공동체의 최적지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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