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제와 더불어 풀뿌리 민주주의를 선언하고 있는 현시점에서 법원은 민주주의의 원칙을 아파트 선거에도 적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법원 판결의 추세는 아파트 내부의 문제에 관해서는 가급적이면 해당 아파트의 자율권에 맡기려 하지만 한편으로는 민주주의를 정착시키기 위한 전제에 해당하는 동대표 선거권과 피선거권에 관해 엄격하게 판단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만약 아파트에서 ‘사전선거운동’과 ‘후보자 등록서류 미비’를 이유로 동대표 후보자 등록사퇴를 시켰다면 이를 아파트의 자율권이라는 측면에서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요? 오늘은 이와 관련한 판례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 사례 요약

① 원고 A와 B는 서울 노원구 C아파트 2XX동의 입주자, 원고 B는 2XX동의 입주자, 피고는 입주자대표회의입니다.

② 원고들은 2013. 2. 19.경 제11기 입대의 동별 대표자 선거(선거일 : 2013. 4. 11. 선거활동기간 2013. 4. 5.부터 2013. 4. 11.까지)에 입후보했습니다.

③ 선거관리위원회는 2013. 4. 4.경 회의를 개최해 원고들 및 2XX동 동별 대표자 선거에 입후보한 H, 2XX동 동별 대표자 선거에 입후보한 I가 사전선거운동을 했다는 이유로 이들의 후보 등록을 무효화하고, 2XX동 동별 대표자 선거에 입후보한 J에 대해서는 학력 미기재를 이유로 등록을 무효화 하기로 각 결의했고, 선관위는 2013. 4. 5.경 선거에 K, D, L(2013. 4. 10. 후보자를 사퇴했다)이 2XX동 각 후보자로, E가 2XX동 단일후보자로, M·F가 207동 각 후보자로, G가 2XX동 단일후보자로 각 등록됐음을 공고했습니다.

④ 선관위는 2013. 4. 11.경 선거를 진행했는데, 같은 날 2XX동의 후보자인 N이 사퇴했습니다. 이후 선관위는 선거를 그대로 진행해 2013. 4. 12.경 E·G·D·O를 각 동의 대표자로 선출했다는 선거 개표결과를 공고했습니다.

⑤ 이에 원고들은 “원고 B와 H, I의 결격사유라고 주장하는 ‘사전선거운동을 한 경우’는 주택법 시행령에서 규정하고 있는 제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고, 피고가 J에게 누락된 입후보등록서류의 미비 문제도 보완을 요구하지도 않은 채 곧바로 등록 무효화 시키는 것은 위법하다”며 피고를 상대로 동대표 선거의 무효확인을 소송상 청구했습니다.

 

재판부는 ‘사전선거운동을 이유로 한 동대표 후보자 등록사퇴’에 관해 “피선거권은 단체의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고유하고 기본적인 권리로서 최대한 보장돼야 하므로 이를 제한하는 규정은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 피고가 원고 B과 H, I의 결격사유라고 주장하는 ‘사전선거운동을 한 경우’는 주택법 시행령 제50조 제4항이 규정하고 있는 동별 대표자 선거의 피선거권 제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선관위 규정 제17조 제1항에 의한 등록무효사유에 해당하지 않음이 분명하다”고 했습니다.

다음으로 ‘등록서류 미비를 이유로 한 동대표 후보자 등록사퇴’에 관해서는 “위 인정사실에서 본 바와 같이 동별 대표자 후보로 등록하려는 자는 선거관리규정 제16조에 따른 학력 등의 기재가 포함된 입후보등록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그러나 앞에서 본 바와 같은 피선거권의 중요성에 비춰 이러한 서류 중 일부가 누락됐다고 해 곧바로 후보자 제외 결의를 할 것이 아니라 누락된 서류의 보완을 요구한 후 그럼에도 후보자가 이를 제출하지 않는 경우에 비로소 후보자 제외 결의를 함이 상당하다”고 판시했습니다.

이를 정리하면 재판부는 ‘아파트 선거와 관련된 선거권이나 피선거권은 당해 아파트 입주민이라면 당연히 인정돼야 할 고유의 권리므로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이상 이를 제한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아파트 관리규약 및 선거관리규정에서 규정한 동별 대표자의 결격사유는 제한적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판시한 것입니다(서울북부지방법원 2014. 1. 22. 선고 2013가합20919 판결). 

이처럼 아파트의 자율권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그 기반인 입주민 대표 선출에 관한 선거권과 피선거권이 우선적으로 보장돼야 하고, 이와 같은 권리가 철저히 보장되지 않는다면 아파트의 자율권은 오히려 아파트 입주민들에게 해가 되는 결과를 초래하는바, 위와 같이 아파트의 자율권을 보다 효과적으로 보장한다는 거시적인 측면에서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나 선거관리위원회는 동대표 피선거권 결격사유를 임의로 창설할 수 없다’고 본 법원의 판단은 지극히 타당하다고 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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