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진흥재단 지원 기획]

 

관리비가 900만 원 넘는 홍콩의 고급 아파트 ‘Highcliff(香港晓庐)’
관리비가 900만 원 넘는 홍콩의 고급 아파트 ‘Highcliff(香港晓庐)’

홍콩 공동주택의 건물 하자보수 및 유지 수선은 크게 상시 관리와 계획성 관리로 나뉜다. 상시적인 건물 관리는 하수도 작업, 상수도 파열 복구 작업, 옥상 누수, 깨진 유리 교체 등이다.

홍콩 공동주택위원회에 따르면 매년 공영주택(공공분양 및 공공임대) 보수공사는 20만 건을 넘는다. 그중 상시 보수공사가 98%를 차지한다. 하지만 큰돈이 드는 공사가 아니어서 상시공사의 비용이 전체의 10%에 불과하다. 

공사 항목에 따라 보수공사의 기간도 정해져 있다. 공동주택위원회는 90%의 항목이 18일 내로 보수를 마쳐야 하고, 그중 22%의 항목은 3일, 51%의 항목은 일주일 내로 공사를 마치도록 하고 있다. 

홍콩 공동주택 관리원 종사자 A씨는 “입주민의 민원 대부분이 보수공사에 관한 것”이라며 “보수공사를 빨리 마쳐야 관리원과 입주민의 갈등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서 층간소음, 주차 문제 등 생활 민원이 많은 것과 달리 홍콩 입주민들은 공동주택의 전체적인 단지 내 환경에 대한 요구가 높다. 

관리원들 매일 순찰, 하자 체크

상시 건물 관리는 관리원들이 매일 순찰을 벌여 보수공사가 필요한 부분들을 체크한 후 관리원들이 업무를 배분해 처리한다. 관리원들은 그동안 받았던 기술적인 훈련과 교육을 활용해 상수도 파열 복구, 옥상 누수 등 상시 보수공사를 직접 진행해야 한다. 홍콩 당국이 건물 관리원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계획성 보수공사는 전체 보수공사에 2%밖에 차지하지 않지만 비용은 총 보수공사액의 90%에 육박한다. 그만큼 공사 규모가 크다. 한국의 장기수선충당금과 비슷한 성격이다. 

공영주택의 계획성 보수공사는 매년 4000건 정도가 있는데 외벽 도색, 엘리베이터 교체, 수도관 교체 등이 대표적이다. 계획성 보수공사 주기는 보통 5년이다. 한국의 장기수선계획 검토 주기가 3년인 것에 비하면 길다.

공영주택의 경우 공동주택위원회 공사부서의 기술요원이 대부분의 계획성 보수공사를 맡아 한다. 공동주택위원회는 공영주택만 관리하고 민간 건설업체가 분양하거나 임대하는 민영주택에 대해서는 간섭하지 않는다.

한국에서는 공공임대주택의 경우 모든 보수 비용을 LH가 부담하지만 홍콩은 공용부분과 전유부분으로 구분한다. 단지 내 공용시설이나 시공상의 하자, 건축 자재의 부적격으로 인한 파손 등 공용부분에 해당하면 공동주택위원회가 보수 비용을 부담한다. 세대 내 전유부분은 입주민이 직접 부담한다. 

홍콩 공동주택의 관리비는 어떻게 책정될까. 대부분 공동주택은 경리가 편성한 재무예산안을 토대로 관리비 금액이 책정된다. 관리비에 포함되는 항목은 △관리원의 급여 △공용부분 및 공용시설의 보수 비용과 수선비 △단지 내 청소 비용 △공용 수도·전기 요금 △관리사무소 잡화 비용 △예상외 지출 등이다. 

예산안만이 아니라 아파트의 관리 등급에 따라 관리비가 달라진다. 특히 공공임대주택 이외의 아파트들은 관리업체를 통해 아파트 관리를 위탁하는데, 업체의 등급별로 비용이 달라진다. 위탁관리업체의 관리 서비스는 1단계부터 4단계까지 있다. 4등급 업체의 관리 서비스가 가장 다양하고 관리원들도 전문적이다. 고급 아파트일수록 관리비가 높은 이유다. 

 

 

홍콩 고급아파트는 호텔 뺨쳐

홍콩의 고급 아파트에 거주한 경험이 있는 한국 교민 B씨는 “홍콩의 고급 아파트는 호텔처럼 입구에서 경비원들이 차량 파킹을 대신 해준다”며 “실외에 대형 수영장도 구비돼 호텔에서 지내고 있는 착각이 들 정도”라고 전했다.

실외 대형 수영장까지 있는 홍콩의 고급 아파트
실외 대형 수영장까지 있는 홍콩의 고급 아파트

 

홍콩의 고급 아파트 관리비는 평균 월 50HKD(약 8200원)/㎡이다. 30평(99㎡)의 아파트일 경우, 한 달 관리비가 80만 원이 넘는다. 아파트값이 비싸니 관리비도 비싸다. 

최근 관리비가 월 900만 원이 넘는 고급 아파트가 사상 처음으로 등장해 이슈가 되기도 했다. 3면이 바다 조망인 72층 고층 아파트로 한 층에 2세대, 총 110세대 밖에 없는 프리미엄 주택이다. 이 아파트의 관리비 수준에는 홍콩 네티즌들도 “한 달 월급이 1만 7000HKD(약 280만 원)인데 3개월 치를 모아도 한 달 관리비에 모자란다니, 충격을 받았다”며 놀라워했다. 

홍콩 공동주택 관리종사자라고 밝힌 네티즌 C씨는 “고급 아파트일수록 관리비가 비싸고 그런 아파트의 관리원들은 급여가 세다”며 “위탁관리업체들이 고급 아파트 관리를 위탁받기 위해 서비스를 다양화하고 관리 인력의 전문화를 높이는 등 치열하게 경쟁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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