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고급 아파트 경비원들이 모니터를 통해 단지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홍콩 고급 아파트 경비원들이 모니터를 통해 단지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아파트 왕국’ 홍콩의 관리종사자는 얼마나 많을까. 홍콩 고용복지부의 2016년 조사에 따르면 주택 관리종사자는 22만 명을 넘는다. 한국의 관리사무소 종사자에 해당하는 관리 인력은 7만3000명이다. 경비·미화 인력은 14만7000여 명에 달한다. 홍콩 정부의 주택 건축계획을 고려하면 현재는 훨씬 많은 수의 관리종사자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K-apt)에 따르면 2021년 말 기준 국내 의무관리 대상 아파트 관리종사자는 약 30만 명에 이른다. 관리사무소장을 포함한 관리 인력은 10만800여 명, 경비·미화 인력은 20만 명이다. 

관리업계의 규모도 상당하다. 홍콩은 총 800여 개의 관리업체가 있다. 그중 대형업체가 300여 개다. 

최근 한국의 관리업체 수는 580여 개로 파악됐다. 홍콩의 인구수가 2021년 기준 740만 명, 한국이 5200만 명인 것을 감안하면 홍콩 주택 관리업계의 규모가 한국보다 훨씬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홍콩의 주택 관리업은 70년이 넘는 역사를 갖고 있다. 홍콩에 주택 관리가 도입된 데는 슬픈 역사가 있다.

2차 세계대전 이전, 농부나 어부가 대부분이었던 홍콩 시민들의 주거지는 주로 산밑이나 배 위였다. 게다가 인구가 많지 않아 주거 문제는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었다. 

하지만 2차 세계대전 이후 중국에서 홍콩으로 많은 인구가 유입됐다. 1945~1949년 4년 동안 홍콩의 인구수가 60만 명에서 200만 명으로 폭증했다. 

당시 산 근처에서 나무로 집을 지어 산 사람이 30여만 명이었다. 1953년 12월 25일 중국 난민 판자촌에서 화재가 발생해 나무집 대부분이 불에 타는 사태가 빚어졌다. 

집을 잃은 5만 명이 넘는 이재민들에게 거처를 마련하기 위해 홍콩 정부는 1954년 초부터 대규모 집단주택을 짓기 시작했다. 공공임대주택의 대량 공급에 나선 것이다.

홍콩은 이재민의 주택을 관리하기 위해 영국에서 주택 관리 전문가를 초빙해 관리업무를 배우고 관련 자문을 받았다. 이것이 홍콩 주택 관리원의 시초다. 

1960년부터 1980년 사이, 홍콩의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주민들의 거주환경이 대폭 개선됐다. 홍콩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와 민간 주택 관리업체 수도 1960년을 기점으로 빠르게 증가했다. 

홍콩 건물 관리업체 H&C가 다양한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홍콩 건물 관리업체 H&C가 다양한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홍콩의 주택 관리업 발전에는 정부의 역할이 컸다. 홍콩의 한 주택 관리업계 전문가는 “홍콩 정부가 주택 관리와 관련된 입법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관련 정부 부서를 설치해 관리업의 발전을 이끌었다”고 설명한다. 그는 또 “정부가 아파트와 관리업체의 자율적인 계약을 통해 자체적인 관리 서비스를 구축해 나가도록 독려해 서비스 체계가 잡혀갔다”고 적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홍콩 정부 부서 중 하나인 주택관리감시국이다. 주택 관리업체나 관리종사자들의 법 위반 여부를 조사·감독하고 처분까지 내린다.

홍콩은 관리업계의 경쟁도 치열하다. 관리업체는 점점 더 다양한 서비스들을 제공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중국 주택관리학회가 작성한 보고서는 홍콩 관리업계의 흥미로운 서비스 경쟁을 이렇게 전한다. 

A관리업체는 차별화를 위해 실내 인테리어 서비스를 발전시켰다. 해당 업체는 주민들이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다는 점을 파악해 서비스를 도입했다. 인테리어를 앞두고 전문가의 조언을 원하는 주민이 있으면 세대를 방문해 직접 견적을 알려주거나 조언을 해주는 방식이다.

B관리업체는 자체적인 어플을 만들어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해 입주민과 소통을 강화했다. 주민은 어플을 통해 관리직원들과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대화한다. 

인구에 비해 많은 주택 관리종사자와 관리업체를 갖고 있음에도 홍콩의 주택 관리업계는 늘 인력 부족에 시달린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이 대거 건설되면서 관리업의 일자리 수요도 증가하고 있는데 그 속도에 맞춰 실력 있는 관리종사자를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것. 업계에서는 특히 주택 관리업의 전문화가 강조되면서 관련 법률과 관리 지식에 통달한 고급 전문 인력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어 인력난이 가중되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홍콩의 주택 관리종사자는 유동성이 높다. 홍콩의 인력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이직 근로자 중 건물 관리 및 요양기구 종사자가 3분의 2를 차지했다.

세계적으로 경쟁력이 높은 홍콩의 주택 관리업계를 떠난 사람은 요즘 어디로 갈까. 한 주택 관리종사자는 “풍부한 관리 경험을 바탕으로 더 높은 연봉을 제시하는 중국 내륙의 다른 도시들로 옮겨가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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