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락의 ‘산티아고, 나를 비우는 길’ <31일차>
팔라스 데 레이 → 아르주아 (30km)

이른 아침 팔라스 데 레이 숙소를 나섰다. 팔라스 데 레이시의 상징마크를 입체적으로 만들어 놨다.
이른 아침 팔라스 데 레이 숙소를 나섰다. 팔라스 데 레이시의 상징마크를 입체적으로 만들어 놨다.

오전 5시에 알베르게를 나섰다. 가로등 불빛이 내가 갈 길을 안내했다. 새벽의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걷던 중 순례자 한 명이 나를 앞질러 갔다. 그를 벗 삼아 함께 걸었다. 시골 마을을 굽이굽이 돌듯이 걸었다.

메리데로 가는 길에 통과한 마을에서 본 순례자 상.
메리데로 가는 길에 통과한 마을에서 본 순례자 상.

팔라스 데 레이를 벗어나 얼마 가지 않아 멜리데(Melide)에 도착했다. 멜리데는 뿔뽀라는 요리로 유명하다. 갈리시아 지방의 별미인 문어 요리다. 이틀 전 포르토마린 식당에서 오늘의 순례자 요리로 나와 먹어 본 적이 있다.

뽈뽀는 문어를 살짝 삶아 올리브유, 소금으로 간을 한 뒤 넓게 썬 감자와 함께 먹는 요리다. 문어를 빨간 양념에 버무린 음식이라 맵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먹어보니 괜찮았다. 빨간 양념의 정체는 고춧가루가 아니라 파프리카 가루였다.

함께 식사한 이탈리아인 친구는 자기 고향에선 파프리카 대신 레몬즙을 뿌려 먹는다고 말했다. 고춧가루에 익숙한 우리에게는 별것 아닌데 그 친구는 맵다고 말했다.

울창한 숲길을 오르내렸다.
울창한 숲길을 오르내렸다.

멜리데를 지나 한참 숲길을 오르내렸다. 가다가 철의 십자가에서 만난 프랑스인 부부를 다시 만났다. 어찌나 반갑던지, 한참이나 서로의 안부를 묻고 사진도 찍어 교환했다.

순례길 길목에 본 음수대. 스페인 사람들의 배려를 느낄 수 있다.
순례길 길목에 본 음수대. 스페인 사람들의 배려를 느낄 수 있다.
오랜만에 푸른 하늘을 볼 수 있었다.
오랜만에 푸른 하늘을 볼 수 있었다.

걷고 또 걸어 오후 1시쯤 오늘의 목적지인 아르주아(Arzua)에 도착했다. 오랜만에 하루 30km를 걸었다. 갈리시아 지방에 들어서면서 처음으로 햇살을 보고 걸었다. 오후에는 비가 왔다. 순례자는 대부분 아침 일찍부터 걷기 시작해 정오를 막 지날 즈음 목적지에 도착한다. 모두 오후 비를 피했을 것이다.

한국의 시래깃국과 비슷한 칼도 갈레고.
한국의 시래깃국과 비슷한 칼도 갈레고.

뽈뽀를 맛있게 먹은 후라서 그런지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접한 몇 가지 음식이 떠오른다. 스페인 어디서나 쉽게 먹을 수 있는 스페인의 대표적인 햄인 하몽과 당면 대신 쌀이 들어간 스페인식 순대 모르시아, 시래깃국과 비슷한 칼도 갈레고 등이 있다. 뽈뽀도 명단에 넣어야겠다.

스페인식 볶음밥인 파에야. 파에야의 종류는 해산물, 고기, 야채 등 다양하다.
스페인식 볶음밥인 파에야. 파에야의 종류는 해산물, 고기, 야채 등 다양하다.

스페인을 대표하는 볶음밥인 파에야도 빠질 수 없다. 파에야는 밥이지만 이곳에서는 식전에 먹을 정도로 널리 사랑받는 음식이다. 산티아고 순례길이 아니더라도 스페인 여행 때 이런 음식들을 찾아 드셔볼 것을 추천한다.

이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40km밖에 남지 않았다. 끝이 보이는 만큼 아쉬움이 크게 밀려온다. 이 길을 빨리 끝내고 싶지 않다.

이 여정의 끝이 보인다. 그만큼 아쉬움도 커진다.
이 여정의 끝이 보인다. 그만큼 아쉬움도 커진다.

내일 산티아고에서 약 5km 정도 떨어진 몬테 도 고조(Monte do Gozo)에서 하루 더 머물 생각이다. 그런 다음 이 여정의 마지막 목적지 산티아고로 향하려고 한다. 아쉽고 또 아쉬운 길이다. 부엔 까미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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