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아파트 관리의 세계⑥ 에필로그 : 나아갈 길
법체계 개선하고 공동체 활성화 통해 현장 보람 키워야

임대아파트 관리사무소는 분양아파트라면 신경도 쓰지 않을 일을 중요한 핵심 업무로 처리하기도 한다.

직원들은 공구함을 들고 각 세대를 방문하는 게 일상이다. 입주민 가정에서 생기는 자잘한 문제와 고장을 직접 손봐준다. 변기, 세면대, 싱크대, 하수관 등이 막히면 뚫어주고 형광등과 안정기, 스위치가 고장 나면 교체해준다. TV가 잘 나오지 않는 집에도 달려가 해결해준다. 자질구레한 일들로 호출당하는 직원들은 귀찮아할 것 같지만 현장에서 만난 기사는 “입주민의 ‘고맙다’는 말 한마디면 충분하다”며 웃어 보였다.

입주민 전입과 퇴거 처리는 임대단지에만 있는 업무다. 이사를 나가는 집은 직원이 방문해 시설물 파손여부를 확인하고, 도배와 장판을 교체하도록 조치한다. 

인천의 한 임대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은 “LH임대아파트의 경우 예전엔 10년이 지나야 도배와 장판을 갈아줬지만 지금은 입주민이 새로 들어올 때마다 새것으로 바꿔준다”고 전했다. 입주민에 대한 배려와 서비스도 개선돼 가고 있다.

2년 계약의 국민임대주택은 계약갱신업무도 관리사무소에서 수행한다. 보통 임대차 관계에서 집주인이 직접 처리해야 하는 세입자 관련 일을 관리사무소가 도맡아 하는 셈이다.

임대아파트의 이런 특성은 법규에 기반한 것이다. 이런 차이가 관리현장의 혼란을 초래하기도 한다.

본지가 입수한 서울주택도시공사(SH)의 ‘공동주택관리 위·수탁계약서’ 제3조 제1항에 관리사무소의 업무가 정리돼 있다. 그 내용은 △보수비용이 수반되지 않는 세대 내 전용부위에 대한 경미한 하자처리와 입주민 복리증진 및 공동이익을 위해 필요한 사항 △관리민원 처리 △입주자 실태조사 및 불법전대업무, 공가세대 관리, 입·퇴거세대 시설물 확인 △하자담보 책임기간 중의 세대 하자처리 등이다.

반면에 공동주택관리법은 관리사무소가 공용부분에 대해서만 유지·보수 및 관리 등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주로 분양아파트의 관리방식을 공부하고 현장에서 익힌 주택관리사들은 임대아파트 관리법규가 이처럼 크게 다르다는 점을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법제를 살펴보면 임대아파트 관리에는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민간임대주택법)’과 ‘공공주택특별법’이 있다. 임대주택의 관리에 관한 규정은 주로 민간임대주택법에 들어 있고, 공공주택특별법은 이를 준용한다.

민간임대주택법 제11조는 ‘주택임대관리업자의 업무 범위’를 규정한다. 여기에 △임대차계약 △임대료 △임차인 관련 업무가 들어 있다. 이 법 시행령 제10조는 구체적 지원 업무를 규정하고 있다. <표 참조>

한 단지에 분양아파트와 임대아파트가 섞여 있는 혼합단지는 분양단지에는 분양쪽 법규를, 임대단지에는 임대쪽 법규를 각각 적용해야 한다. 이런 이중 관리가 관리현장에 큰 부담을 주는 것이 현실이다. 본보가 최근 만나본 혼합단지 관리자들은 한 울타리에서 두 종류의 관리업무를 수행하느라 버거워하는 모습이었다.

서울의 한 혼합단지 소장은 “처음 부임했을 때 분양과 임대의 관리체계가 크게 달라 무척 당황했다”며 “혼합단지를 통해 사회적 화합을 이룬다는 소셜믹스 정책이 안착하려면 확연히 다른 관리제도와 법체계를 일원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의무관리대상 아파트 중 임대아파트 비율은 아직은 낮은 편이다. 현재 한국의 공공임대주택은 140여 만 호로 전체 주택의 8%를 차지한다. K-apt에 등록된 의무관리대상 아파트 중 임대아파트는 1759개 단지로 9.5%, 세대수는 126만호로 11.8%에 이른다. 분양과 임대가 섞인 혼합단지의 임대아파트 세대수를 더해도 13%가 채 되지 않는다.

주택관리공단에서 관리하는 영구임대아파트를 제외하고, 공공임대주택 관리는 대부분 주택임대관리업자에게 맡겨지고 있다. 공동주택관리법의 위탁관리제도와 비슷하다. 관리업체들도 분양과 임대를 구별하지 않고 관리를 맡는 게 보통이다.

공공임대주택 소유자인 LH와 SH 등은 위·수탁 기간을 1년으로 잡고, 매년 입찰공고를 통해 새 계약을 맺는다. LH의 경우 관리품질평가제도를 통해 하위 5% 업체를 매년 교체한다. 

품질평가는 크게 △회계·행정 △시설물관리 △공동체 등 3개 분야로 구성돼 있다. 일상 업무는 변별력이 크지 않고 공동체 분야에서 평가격차가 벌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임대아파트들이 공동체 활동에 적극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일부 임대단지는 외부기관까지 끌어들여 공동체 활성화 프로그램을 개발·운영한다. 인천 남동구 논현주공14단지의 ‘새암봉사회’, 경기 성남시 한솔7단지의 ‘한솔애(愛)잔치’, 충북 청주 동남LH행복주택의 ‘초록마을 꽃묘식재’, 경남 양산 금산휴먼시아의 ‘어르신 노후설계교육’, 충남 부여 LH천년나무1단지의 ‘꿈둥지 작은도서관’, 부산 강서구 지산휴먼시아의 ‘가온누리 공부방’, 울산 북구 매곡휴먼시아의 ‘행복한 밥상’ 등이 그런 사례다. 

이런 활동에 임대아파트 입주민은 만족감을 보인다. 한 입주민은 “부모가 직장에 다녀 아이 걱정이 컸는데, 관리사무소와 지자체가 아이돌봄 서비스를 마련해줘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한 어르신은 “아파트 봉사회가 어버이날엔 선물과 카네이션을 달아주고, 한여름 복날엔 삼계탕도 끓여준다”며 “이런 이웃 덕분에 혼자 살아도 외롭지 않다”고 전했다.

한 임대아파트 소장은 “공동체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입주민과 함께 호흡하다 보면 평가에 대한 스트레스가 어느새 보람으로 바뀌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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