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아파트 관리의 세계⑤ 혼합단지 관리현장 목소리
“법 개정 통해 공동대표회의 열고 관리규약 통합 필요”

한 아파트 단지 내에 분양아파트와 임대아파트가 공존하는 혼합단지는 국내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단지를 혼합하는 소셜믹스(Social Mix) 정책은 1980년대 홍콩과 싱가포르에서 빈부격차가 사회계층 간 갈등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도입됐다. 1990년대에 들어서는 영국, 프랑스, 일본 등 세계로 번져나갔다. 

국내에는 2003년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장기전세주택 개념을 내놓으면서 소셜믹스 정책이 처음 등장했다. 현재 서울시는 재개발 및 재건축 때 같은 단지 내 임대아파트 비율을 10~20%로 강제하고 있다. 아파트 단지 설계 단계에서부터 별도의 아파트 동을 짓거나 한 개의 동에 분양과 임대세대를 섞는다.

이처럼 혼합단지는 점점 더 늘어날 전망인데, 관리현장에서는 법과 제도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나온다.

혼합단지에는 두 개의 의결기구가 존재한다. 하나는 공동주택관리법을 따르는 분양세대의 입주자대표회의다. 나머지 하나는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을 따르는 임대세대의 임차인대표회의다. 

문제는 혼합단지를 관리하는 관리사무소장은 한 명이라는 점. 소장은 매달 개최하는 서로 다른 입대의에 각각 참석한다. 업무상으로나 시간적으로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것이 현장의 반응이다.

서울의 한 혼합단지 소장 A씨는 “매달 따로 개최하는 입대의에 참석하다 보니 업무 볼 시간이 부족할 때가 있다”며 “공동대표회의를 개최한다면 시간도 절약하고 다양한 의견을 취합하기 쉬울 것”이라고 말했다.

공동주택관리법 제10조 제1항은 ‘입대의와 임대사업자는 혼합주택 단지의 관리에 관한 사항을 공동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입주자·임차인 공동대표회의를 의무적으로 진행할 법적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다. 

장혁순 변호사(법무법인 은율)는 “혼합단지 관리종사자들은 공동대표회의의 개최를 위한 법률 개정 및 제도개선 등의 필요성을 거론한다”면서 “우선 분양과 임대세대 입주민 사이의 정서적 간극을 좁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오정석 SH공사 도시연구원은 “혼합단지에서 공동대표회의 방식을 도입해 관리하는 것이 효율적이지만 현재는 관련 제도가 없다”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관련 부처와 논의해 단계적으로 개선·추진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혼합단지에는 관리규약도 두 개가 존재한다. 서울시가 관리규약 준칙을 개정할 때마다 혼합단지는 두 개의 관리규약을 동시에 개정해야 한다. 혼합단지 소장들은 관리규약을 개정하느라 바빠진다. 이 둘을 동시에 진행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도 문제다. 

보통 관리규약 개정에 두 달 정도 걸린다. 분양아파트의 관리규약을 개정하기 위해서는 100페이지에 이르는 규약 문구를 손봐야 한다. 현안 업무를 제쳐둬도 꼬박 일주일이 걸린다. 이어 입대의 회의를 마치고 구청과 사전협의와 검토를 거친 뒤 다시 입대의 회의 등을 진행해야 한다. 입주민 동의까지 받으려면 빨라도 석 달이 걸린다. 임대아파트 관리규약 개정에도 분양아파트와 마찬가지로 비슷한 시간이 소요된다. 

결국 두 개의 관리규약 개정에 최소 5~6개월이 소요된다. 소장이 입주민의 민원이나 상담에 신경 쓰다보면 시간은 더 걸린다. 개정된 관리규약은 인쇄해 배포해야 한다. 두 개의 관리규약집 제작비용은 입주민의 관리비 증가 요인이 된다. 최소 비용으로 최대의 관리 효율을 내야 하지만 실상은 거꾸로 간다.

지난 4월 서울시의회가 주관한 ‘현장맞춤형 공동주택관리제도 토론회’에서 하문숙 대한주택관리사협회 서울시회 법제위원장은 혼합단지의 관리규약 2개를 하나로 통합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하 위원장은 “관리업무는 분양아파트나 임대아파트 모두 같은 내용인데, 혼합단지가 관리규약을 따로 만들어 사용하는 것은 입주민 상호 간 차별성을 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소셜믹스 정책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혼합단지에 관한 법률개정 및 제도 개선을 통해 입주민 간 차별을 없애고, 모두를 위한 정책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spark@hapt.co.kr/박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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