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아파트 관리의 세계④ 관리사무소의 하루 (하)
계약 매달 수십~수백건 처리⋯ 도배-장판 교체도 요청

 

인천 남동구 논현주공14단지 관리직원들이 회의를 하고 있다.
인천 남동구 논현주공14단지 관리직원들이 회의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임대아파트는 1962년 설립된 대한주택공사가 1971년에 지은 서울 구로구 개봉동 주공아파트다. 주공은 2009년 10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 이름과 조직을 바꾼다. 2021년 12월 기준 LH 임대주택은 167만 호에 이른다. 

임대주택 관리종사자들은 각종 계약과 전출입, 전유부분 민원 해결 등 분양아파트와 달리 신경 쓸 것이 많다고 말한다. 본보 기자가 종일 LH임대아파트 관리사무소 업무를 따라가 봤다.

인천 남동구에 위치한 논현주공14단지 관리사무소. 오전 11시경, 이사 가기 전 입주민 A씨가 열쇠를 반납하러 왔다. 이은주 경리주임(49)은 “임대아파트 관리사무소는 분양아파트와 달리 입주민이 이사 갈 때 신경 쓸 일이 많다”고 설명했다. 

LH임대아파트 입주민은 이사 가기 전, 처음 들어왔을 때의 상태로 집을 원상복구하고 사용했던 열쇠와 물품 등을 반납해야 한다. 입주민이 퇴실하면 기전주임이 퇴거 세대 내 시설물 파손 여부를 확인한다. 분양아파트 전·월세의 경우 공인중개사가 하는 역할을 대신하는 셈이다.

퇴거 세대에 파손된 시설물이 있는 경우 간단한 파손은 관리사무소에서 보수하고, 고난도의 작업은 LH에 접수해서 처리한다. 새 입주 세대를 위한 도배와 장판 교체도 LH에 요청해야 한다. LH는 전출입 때마다 도배와 장판을 교체해준다.

이 아파트에서 6년째 근무 중인 김득남 관리대리(52)의 자리는 각종 서류로 가득했다. 임대 연장 계약서가 기자의 눈에 띄었다. 김 대리는 “LH임대아파트는 입주일로부터 2년마다 갱신계약이 이뤄진다”며 “각 세대의 입주일이 달라 계약이 매달 적게는 수십 건, 많게는 수백 건이 나온다”고 말했다. 

LH가 재계약 대상 세대에 갱신계약 서류를 보낸다. 재계약을 원하는 입주민은 필요 서류를 준비해 관리사무소에 접수하고, 관리사무소는 이를 취합해서 LH에 전달하는 방식이다. 

자산정보 등 서류심사를 통과한 세대는 LH에 보증금 인상분을 입금한 뒤 관리사무소에 방문해 계약서를 쓰면 갱신계약이 완료된다. 코로나19 이후로는 서류심사 후 보증금만 입금하면 관리사무소를 방문해 계약서를 쓰지 않아도 계약이 자동으로 완료되고 있다. 

LH임대아파트는 선수관리비도 입주민이 아닌 LH가 부담한다. 선수관리비는 입주 초기에 아파트 관리에 필요한 비용으로 입주 전에 미리 낸다. 분양아파트는 입주자가 부담한다. LH임대아파트도 과거에는 입주민이 부담했으나 2019년 11월 이후 입주자 몫은 LH가 납부한다.

선수관리비를 내고 입주한 세대는 퇴거 시 이를 돌려받는다. 김 대리는 “분양아파트와 달리 입주 시기에 따라 리스트를 정리하는 등 신경 쓸 부분이 생긴다”며 “분양아파트는 아파트 자체 업무만 하면 되지만, LH임대아파트는 LH와 관련된 서류 작성 업무가 많다”고 말했다. 

오후 3시경, 서창원 관리사무소장(61)이 오전 내내 매달렸던 자료작성을 마쳤다. 매달 셋째 주 수요일에 열리는 임차인대표회의 자료였다. 이달에는 전기차 충전시설 설치가 주요 안건이다. 

서 소장은 임대아파트와 분양아파트의 차이 중 하나로 의결권을 꼽았다. 분양아파트의 입주자대표회의는 과반수 찬성에 따라 ‘의결한다’고 한다. 반면 임대아파트의 임차인대표회의는 아파트의 소유자가 아니므로 의결권이 없다. 

서 소장은 “과거 임대아파트는 임차인대표회의를 구성하지 않고 관리사무소가 책임지고 모든 일을 집행했다”며 “3년 전부터 임차인대표회의 구성이 의무화되면서 동대표들과 협의하는 과정이 필요해졌다”고 말했다. 

분양아파트 입대의 회의에서 안건이 부결되는 것은 대부분 비용 때문이다. 입대의 회의에서 부결되면 소장은 고집스럽게 안건을 재상정하지 않는 게 보통이다. 서 소장은 “임대아파트는 꼭 필요한 안건이 과반수 찬성을 얻지 못하면 임차인대표 설득작업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만큼 임대아파트 관리사무소는 입주민 접촉을 늘려야 한다. 

임대아파트 소장이 신경 써야 할 부분은 또 있다. LH에서는 1년에 한 번씩 해당 아파트들을 대상으로 관리서비스 품질을 평가한다. 소장은 매년 3~4월경 전년 업무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해 제출해야 한다. 업무 평가의 점수가 떨어지면 소장 계약이 해지되기 때문에 부담을 느끼는 소장도 있다. 

공동체 활성화에 관심이 많은 서 소장은 여러 공동체 사업을 꾸준히 실천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아파트에서 진행하는 공동체 사업은 주로 먹거리 제공이나 커뮤니티를 통한 소통이다. 서 소장은 “최근에는 단순 소통에 그치지 않고, 의료 영역과 공동체 돌봄망을 함께 연계하는 것이 통합 돌봄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논현14단지 입주민의 ‘새암봉사회’는 올해 남동구 마을만들기 지원사업 공모에 선정돼 ‘홀몸어르신 돌봄 지원 및 안전 확인 서비스’를 시행할 예정이다. 8년째 이 아파트에 근무 중인 서 소장은 “임대아파트는 입주민과 교감하는 부분이 특히 많다”며 “어르신들이 인정이 넘치니 일은 많아도 마음만은 행복하다”며 웃었다. 

관리사무소를 지나치던 입주민이 창문을 통해 인사를 한다. 반갑게 화답하는 서 소장의 등 너머로 논현14단지의 하루가 저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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