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아파트 관리의 세계 ② 분양아파트와 다른 점]
잡수입 배분 등 분쟁⋯임대는 세대 민원까지 관리해야

분양아파트와 임대아파트가 섞인 혼합단지는 대부분 외관부터 차이가 난다. 분양과 임대를 섞어놓아 서로 조화롭게 살아가게 한다는 ‘소셜믹스(social mix)’를 아무리 외쳐도 현실이 따라가지 못한다.

서울 강서구의 모 아파트 단지에서는 분양동과 임대동을 한 번에 구분할 수 있다. 분양동은 계단식, 임대동은 복도식이기 때문이다. 도로 쪽 가장자리에 기다랗게 20평대 복도식 아파트가 배치된 임대동은 20세대가 하나의 복도로 연결돼 있다. 문을 열어두면 도로 쪽 소음과 긴 복도에서 나는 생활소음이 집안으로 몰려든다. 반면 분양 전용 10개 동은 근린공원 옆에 지어져 도로 쪽 소음은 임대동이 막아준다.

서울 서초구의 모 혼합단지 역시 임대세대가 사는 통로에선 입구부터 흙먼지 얼룩이 가득했다. 분양세대는 통로를 비롯해 창틀과 계단 모두 깨끗했다. 어떤 혼합단지들은 외벽의 색을 다르게 칠해 임대동과 분양동을 구분하기도 했다.

‘믹스’라면서 한눈에 구별되게 해놓은 현실은 언제까지 계속될까.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13일 "타워팰리스 같은 고품질 임대아파트를 짓겠다"고 밝혔다. 그는 분양가구와 임대가구의 구분이 없는 완전한 소셜믹스, 임대주택의 평형 확대, 최첨단 시스템 도입도 내세웠다. 분양주택과 전혀 구분되지 않는 임대주택을 만드는 것이 주 내용이다. 

이런 구상이 실현돼도 또 관리상의 차별이라는 또 하나의 장애물이 기다리고 있다. 아무리 외관을 통일해도 분양세대와 임대세대의 관리 측면의 차이는 엄연히 존재한다. 

임대아파트 관리사무소장들은 임대아파트의 관리 업무가 분양아파트와는 크게 다르다고 지적한다. 

인천 남동구의 임대아파트 A 관리사무소장은 관리 업무 중 분양아파트와 가장 다른 점으로 세대 민원처리 업무를 꼽았다. A소장은 “분양아파트의 경우 관리사무소는 공용부문에 대한 시설 민원만 처리하지만 임대아파트는 세대 내에 발생하는 하자 등 민원까지 관리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정기점검이나 교체보수에 필요한 자재는 LH에서 지원해주지만 세대 민원처리가 많이 들어올 땐 관리사무소 인력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는다”고 말했다.

부산의 한 임대아파트 B 관리사무소장은 “분양아파트에 비해 커뮤니티시설 운영이 어렵다”고 지적한다. 그는 “임대아파트들은 커뮤니티 운영관리비가 제한돼 일부 커뮤니티시설은 운영이 중단됐거나 노후한 상태”라면서 “LH가 커뮤니티의 운영관리 결정권을 갖고 있어 입주민의 의견을 반영한 커뮤니티시설을 설치하는 것부터 어렵다”고 설명했다. 

분양과 임대가 적용법규부터 관리체계까지 모든 게 다른데도 섞어놓기만 급급한 결과 혼합단지에 갈등 민원이 쏟아진다. 일부 관리사무소장은 혼합단지를 기피 대상으로 꼽기도 한다.

2020년 서울혼합주택임차인연합회 등이 서울지역 혼합단지 52곳을 조사한 결과, 이들 단지에서 발생한 갈등 민원은 163건에 달했다. 한 단지에 3건 이상의 분쟁이 발생한 셈이다. 소송으로 이어진 사례도 10건이다. 갈등 소재는 △잡수입 분배 △관리 용역업체 선정 △시설물 유지·관리 등으로 다양했다.

특히 재활용품 판매나 광고료 등으로 생긴 잡수입 배분에 대한 분쟁이 많았다. 잡수입은 단지에 거주하는 전체 구성원의 공동수입이다. 그런데도 사용과 집행 권한은 분양세대만으로 구성된 입주자대표회의에 있다. 현행법상 임차인은 입대의 대표가 될 자격이 없다. 잡수입 배분에 관한 지침이 어디에도 없어 SH도 중재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도색 문제로 갈등을 겪은 혼합단지도 있다. 서울 노원구의 모 아파트는 16개 동 중 13개 동의 외벽은 파란색으로 새 단장을 했으나 나머지 3개 동은 낡은 분홍색의 옛날 모습 그대로다. 이 아파트는 2012년 이후 약 8년만인 2020년 가을, 분양동은 장기수선충당금으로 외벽 도색 작업을 시작했지만 임대동은 관리 주체나 관리비 체계가 분양세대와 다르다는 이유로 도색을 진행하지 못했다. 이런 혼합단지에서 소셜믹스라는 말을 꺼내기도 쉽지 않다.

혼합단지에서 갈등이 빈번히 생기는 이유는 서로 다른 법의 적용과 소통의 부재라고 관리현장 종사자들은 지적한다.

대구의 모 아파트는 입대의가 용역회사를 임차인대표회의와 상의 없이 일방적으로 선정하는 과정에서 갈등을 빚어 지난해 소송을 벌였다. 서울 중랑구의 아파트에서도 비슷한 사례로 공동주택관리 분쟁조정위원회 조정 결정을 받았다.

소통으로 난제를 풀기도 한다. 서울 중랑구의 한 혼합단지는 공동대표회의를 구성해 분양과 임차 세대 간의 소통을 강화하기도 했다. 이 아파트 C 관리사무소장은 “한 달에 한 번 입주자대표와 임차인대표가 한자리에 모여 공동대표회의를 연다”며 “한때는 관리회사 계약을 두고 소송까지 벌였지만 결국 싸워봤자 입주민만 손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공동대표회의를 구성하게 된 계기를 전했다. C소장은 “회의를 따로 하다 보면 합의가 잘 안 돼 오해가 생기는 경우가 있는데 같이 모이면 합의가 수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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