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아파트 관리의 세계 ① 혼합단지]
한 단지에 적용법 셋, 대표는 둘인데 관리는 한곳서

현재 한국의 임대주택은 140여만 호로 전체 주택의 8%를 차지한다. 이젠 적은 비중이 아니다. 같은 아파트라도 임대아파트는 분양아파트와 운영원리가 다를 수밖에 없다. 당연히 아파트 관리의 관점도 달라진다. 임대아파트 관리는 어렵기도 하고 보람이 클 수도 있다. 분양과 임대가 섞여 있는 혼합단지는 양측이 갈등과 분쟁에 휩싸이지 않을까 늘 노심초사한다. 관리사무소는 공동체 사업 추진 등 모든 것이 조심스럽다. 법규가 현실을 따르지 못해 뜻밖의 문제가 터지기도 한다. 정부는 임대아파트 공급만 늘리고 조화롭게 살아가도록 하는 데에는 관심을 쏟지 않았다. ‘임대아파트 관리’라는 독특한 세계에서 어떤 일이 펼쳐지는지, 관리의 어려움과 보람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분양아파트와 임대아파트가 섞인 혼합단지가 늘어나고 있으나 현장에서 벌어지는 마찰이나 분쟁 요소는 개선되지 않고 있다. 국내 임대주택은 정부의 공급 확대 정책에 따라 전체 주택 중 약 8%로 OECD 평균치를 넘어섰다. 그러나 정부는 공급 후의 관리에 관해선 관심이 없는 것 같다.

관리현장의 입장에선 임대아파트 가운데 일반분양과 섞인 혼합단지가 골치 아프다. 한 단지에 두 개의 관리규약으로 아파트를 관리해야 하기 때문.

지난해 10월 준공된 서울의 B아파트는 현재 임대 세대 입주가 진행 중이다. J관리사무소장은 “혼합단지는 관리사무소 한 곳이 2개 단지를 관리하는 셈”이라며 “관리비 부과 등 많은 일이 두 종류여서 업무 부하도 2배가 돼 관리가 어렵다”고 말했다. 

혼합단지에서는 입주자 대표도 둘이 나와야 한다. 이 아파트의 분양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인 H씨는 “임대세대가 전체 세대 중 4분의 1인데 조만간 임차인 협의회가 생길 것 같다”며 “두 기구가 통합해 입주세대 비율로 임원을 구성해 운영하면 좋겠는데 임차인 측의 생각이 어떨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J소장은 혼합단지의 관리는 모든 게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혼합단지의 갈등 사례가 여기서도 생길까 봐 공동체 활성화 업무에도 신경을 많이 쓴다”고 전했다. 

혼합단지 소장들은 혼합단지의 주민 갈등의 주요 원인으로 의사결정구조가 입대의 중심으로 돼 있다는 점을 꼽는다. 또 입대의와 임차인대표회의 간 소통창구가 없고 임차인의 공동주택관리 참여 여부 및 범위에 대해서도 의견의 차이가 있다는 것.

예컨대 관리비 중 잡수익 처리에 대해 양측의 시각이 다르다. 입주자는 주택 자산가치를 높이기 위한 관리행위에 방점을 두는가 하면 임차인은 관리비 절감을 중시한다. 이런 차이 때문에 임대사업자와 입대의가 공동으로 결정할 사항에 합의를 이루지 못한다. 임대아파트의 주인인 LH, SH 등 임대사업자는 인력 부족 등의 이유로 소유자와 임차인의 갈등 조정 현장에 나타나지도 않아 문제가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K-apt에 따르면 의무관리대상 아파트 중 임대와 분양이 섞인 혼합단지는 776개 단지(4.2%) 59만호(5.5%)에 이른다. 순수 임대아파트 1759개 단지(9.5%), 126만호(11.8%)의 절반이 채 안 되는 규모다.

하지만 서울의 재개발, 재건축 때 임대 가구가 일정 비율 강제돼 앞으로 혼합단지가 급증하게 돼 있다. 2018년 입주한 송파 헬리오시티는 9510세대 중 1401세대(15%), 2020년 8월 준공된 강동 P아파트는 650여 세대 중 142세대(22%), 현재 입주 진행 중인 동작 B단지는 950여 세대 중 250여 세대(27%)가 임대다. 혼합단지 증가에 따라 관리 문제도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혼합단지 문제는 적용법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빚어진다고 법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하나의 단지에 △일반 아파트에 적용되는 공동주택관리법 △임대아파트에 관한 공공주택특별법 및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 등 3종의 법이 적용된다. 

공공임대 주택관리 법령 체계를 보면 공공주택특별법 제50조에 ‘공공임대주택의 관리는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 제 51조 및 제 52조를 준용한다’고 돼 있다. 또 공공주택특별법은 공공주택의 건설·공급 및 관리에 관해 ‘이 법에서 정하지 아니한 사항은 주택법, 건축법 및 주택임대차보호법을 적용한다’고 규정한다. 결정적으로 공동주택관리의 모법인 공동주택관리법이 여기에서 제외돼 있어 문제가 커졌다. 

민간임대주택 특별법에 누락된 사항이 공동주택관리법에는 들어가 있다. 공주법 제10조(혼합주택단지의 관리)에선 입대의와 임대사업자가 혼합단지의 관리에 관한 사항을 공동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돼 있다. 임차인대표회의 관련 조항도 있다. 이 조항이 2015년 신설된 이후 현장에서 관리의 난맥상이 심해지는 데도 정부의 법령 정비 노력은 미미했다.

최근 정부와 서울시 방침을 보면 혼합단지의 외양, 규모, 공급량이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한 지붕 세 법률, 두 개의 관리규약 등 불협화음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혼합단지 관리상의 문제가 조만간 폭발할 수도 있다. 

강은택 한국주택관리연구원 연구위원은 “대한주택관리사협회, LH 및 SH가 나서서 현실에 맞는 혼합단지의 통합관리 표준안을 논의하고 정부가 정리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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