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자본주의 국가에서 정부의 주택시장 정책은 크게 두 가지 흐름으로 분류된다. 하나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자유 시장경제 원리에 맡겨두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수요를 조절하면 주택시장이 안정될 것으로 기대한다. 정부가 개입해 주택시장의 수요와 공급을 조절할 수 있을까? 정부 개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먼저 주택수요를 정확히 파악하는 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그런데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우선 주택 수요를 투기 수요와 실수요로 완벽하게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어떻게 이를 식별할 수 있을까?

지난날 주택시장에서의 소비자 행태를 보면 최초에는 실수요자였다 하더라도 나중에 투기꾼이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오랜 경험을 통해 아파트 가격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이나 임금상승률보다 월등히 높다는 것을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은 아파트는 삶의 보금자리라는 인식보다 투자재로서의 가치가 더 큰 것으로 믿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정부의 주택시장 규제 정책, 특히 대출 규제를 예로 들어 살펴보자. 정부는 투기 수요를 막기 위한 것이었지만 실제로는 실수요자에게 피해가 돌아가기도 한다. 투기 수요를 억제하면 시장이 안정화될 것이라는 단순한 논리로 풀기에는 우리나라 도시 주택 시장이 너무 복잡하다.

몇 년 전 서울 주택정책 국제회의에 참석한 미국 부동산 학계의 권위자인 펜실베이니아대 수전 왁터 (Susan Wachter) 교수는 “주택시장에서 정부의 개입은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수요를 억제하는 정책은 단기적인 효과를 거둘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 더 큰 비용을 치러야 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으로 주택공급 물량 확대와 주택금융 활성화 같은 간접 지원책을 제안했다. 

나아가 정부의 정책 목표가 주택 가격을 통제하는 것보다는 주택 거래가 활성화되도록 규제와 조세 등 불필요한 시장개입을 최소화하는 것이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필요하다는 지적도 함께 나왔다. 이 같은 진단은 2021년 국무총리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에 제출된 ‘부동산 시장질서 확립을 위한 중점 대응전략’ 보고서에도 담겨있다.

한편에는 정부의 적극적 개입을 통해 주거복지를 증대시키고 주택을 통한 불로소득을 차단하는 투기근절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정부개입의 정당성은 시장실패(market failure)에서 찾는다. 시장실패란 시장이 자유롭게 기능하도록 맡겨둘 때 시장이 효율적인 자원 배분을 달성하지 못하는 경우를 말한다. 주택시장은 완전경쟁시장이 아니다. 완전경쟁시장이라면 정부개입이 필요 없겠지만 불완전경쟁시장이기 때문에 정부개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자본주의 경제체제는 효율적인 자원배분, 소득과 부의 공평한 분배, 경제의 안정과 성장의 촉진 등의 과제를 시장기구에만 의존해 해결하기 어렵다. 특히 주택은 다른 재화와 달리 위치의 고정성, 공급의 비탄력성 등으로 불완전경쟁시장의 특성을 지니고 있다. 또한 주택시장은 과점기업의 존재, 외부효과, 비대칭적 정보 등 시장 실패의 원인이 상존한다. 그리고 현대 자본주의 국가들은 공공부문 주택의 공급과 관리를 통해 국민주거안정이라는 복지적 정책목표를 달성하고자 한다.

외부효과나 시장지배력과 같은 주택시장실패가 있을 경우 적절한 정부정책을 통해 경제적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효율성과 공정성은 정부가 주택시장에 개입하는 중요한 이론적 근거가 된다.

문재인 정부는 주택시장에 다양한 개입을 시도하고 주택시장안정을 위해 노력해 왔다. 그러나 주택가격은 천정부지로 뛰었고 주거의 양극화가 심화했다. 윤석열 당선인은 후보 시절 주택정책의 기조를 민간주도형에 정부개입 최소화를 천명했다. 지난날의 경험을 바탕으로 보면 결국 정부개입의 원칙과 개입의 정도가 매우 중요하다. 

정부는 정책을 수립하기 전에 이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해야 한다. 정부 주택시장 개입의 원칙과 정도는 국민의 주거안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더는 주택가격폭등과 주거불안정이 지속되지 않도록 주택시장 정부개입의 새로운 접근이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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