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건의 경위

가. B는 본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의 회장, C는 감사로 재직했다. 세 차례 연봉계약을 체결하며 본건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으로 근무해왔던 D는 이들이 재직하는 동안 해고됐다. 본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D의 업무태만, 인사권 남용, 회의록 조작을 이유로 2019. 12. 31. 계약기간 만료로 근로계약을 종료하기로 결의했기 때문이다(이하 ‘본건 의결’이라 약칭).

나. B는 D에게 2020. 2. 24. ‘해고예고통지서 취소 및 계약만료에 따른 계약해지 정정통보’라는 제목으로 통지했는데 ‘D와 같은 만 55세 이상 고령자는 기간제법 제4조에 의거 계속 근무 2년 초과라 해도 기간 정함 없는 근로계약 체결 근로자로 보지 않는다‘라고 명기돼 있었다.

다. D는 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했고 부당해고가 인정돼 D를 복직시키고 해고기간에 정상 근무했다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 상당액을 지급하라는 판정을 받았다. 기간제 근로자라도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 관계가 형성돼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데 갱신을 거절할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이 판정은 새로운 대표자가 선출된 본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불복하지 않아 그대로 확정됐다. 본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부당해고 등 구제명령을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행강제금 부과 예고를 받자 2020. 7. 10.자로 D를 복직하게 하고 부당해고 기간 동안의 손해배상으로 합의금 2850만 원을 지급했다.

라. 이에 본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해고 당시 회장과 감사를 역임한 B와 C를 상대로 위 합의금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를 제기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 법원의 판단

◆ 관련 법리
단체가 근로자를 부당 해고했다고 해서 곧바로 해고 당시 단체의 대표자가 임무를 게을리한 것으로 봐 대표자 개인이 단체에 대해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는 것은 아니다. 해고 당시 객관적 사정이나 해고 사유의 내용 또는 경중, 해고 경위 등에 비춰 해고할 만한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판단할만한 상당한 근거가 있고, 소정의 법적 절차 등을 거쳤다면 단체에 대한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 또는 충실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대표자의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 또는 충실의무 위반 여부는 통상의 합리적인 대표자를 기준으로 해고 사유 및 절차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해 해고를 결정함에 있어 간과해서는 안될 잘못이 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 기간제 근로자의 근로계약 갱신기대권
기간제 근로자는 기간이 만료됨으로써 근로자로서의 신분관계는 당연 종료되고, 갱신 거절의 의사표시가 없어도 당연퇴직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기간이 만료되더라도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규정이 있거나 근로계약의 내용, 체결 동기 및 경위 등 갱신에 관한 요건이나 절차 설정 여부, 그 실태, 근로자가 수행하는 업무 내용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할 때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에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 관계가 형성돼 근로자에게 근로계약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 때는 사용자가 이를 위반해 부당하게 갱신을 거절하는 것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무효다.

◆ 사안의 경우
 C를 해고하게 된 경위와 해고 사유, 해고 절차 등에 비춰 볼 때 본건 의결 당시 해고 사유가 있다고 생각해 의결한 것으로 보이고 의결 주체 역시 입주자대표회의며 B와 C는 임원으로서 이를 집행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기간제 근로자의 갱신 기대권에 대한 법리는 법률 규정에도 없는 법률이론으로서 법률전문가가 아닌 이들이 이를 몰랐거나 적용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것을 과실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 평 석

기간제 근로자라 하더라도 근로계약 갱신 기대권이 인정된다면 기간 만료만으로 당연 퇴직되지 않는다. 이 경우 부당하게 근로계약 갱신을 거절하는 것은 부당 해고와 다를 바 없다. 기간제법상 일정한 경우 2년을 초과해 기간제 근로자를 사용할 경우에도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간주되지 않는 예외가 있으나 이는 기간제법의 입법 취지를 고려할 때 갱신 기대권에 대한 위 법리까지 배제한다는 뜻은 아니다. 
따라서 기간제법상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간주되지 않는 기간제 근로자라 하더라도 계약 갱신의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된다면 합리적 이유 없이 이를 거절할 수 없다. 문제는 이 같은 법리를 잘 알지 못한 채 결국 관리사무소장을 부당하게 해고했을 때 단체인 입주자대표회의가 대표자인 회장에게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를 게을리 한 탓을 물어 부당해고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다. 이는 그에게 과실이 있는지 여부에 따라 결론을 달리한다. 위 사안에서는 회장이나 감사에게 과실이 있다고 볼 수 없어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없다고 본 것이다. 달리 말하면 과실이 인정될 경우에는 마땅히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된다는 뜻이며 그런 판결도 상당히 많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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