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관련 3개 단체 “중앙 정부기구 신설을” 한목소리
적용법만 수십가지…법규 충돌 조정해줄 전문조직 필요

국민 70%가 공동주택에 살고 있는데도 중앙부처에 공동주택관리 전담부서가 없어 현장밀착형 정책이 나오지 못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선미 대한주택관리사협회장은 최근 여야 정당과 가진 정책간담회에서 “공동주택관리법이 2016년 제정됐는데 이 법을 뒷받침하고 정책을 끌고 나갈 전담부서가 중앙부처에 없다면서 전담부서의 신설을 요청했다. 이 회장은 “지자체에서 행정처분 등 사후적 감독권만 행사하고 있어 정책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대주관이 최근 정치권에 제시한 12가지 정책제안 중 첫째가 공동주택관리 전담부서의 신설일 정도로 현장에서는 이를 시급한 사안으로 여긴다.

현재 1070만 세대에 이르는 의무관리 공동주택의 관리는 국토교통부 내 주택건설공급과에서 담당한다. 이름만 봐도 알 수 있듯 주택의 건설과 공급을 중점적으로 다루는 부서이기 때문에 공동주택에 관한 전반적 정책 수립과 감독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현장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아파트는 대다수 국민이 24시간 거주하는 생활의 가장 기본 단위다. 국민 재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한국부동산원의 전국 아파트 거래액 통계를 토대로 하면 의무관리 공동주택의 시가총액은 5000조 원으로 추산된다. 연간 관리비는 24조 원 규모에 이른다. 입주자 등이 아파트에서 겪는 제반 편의와 불편, 매달 지출하는 상당한 규모의 관리비 등과 관련해 이해관계가 얽히게 된다.

공동주택 관리현장에선 입주자와 관리주체 사이에 이견과 분쟁이 무수히 발생하고 있다. 민원도 끊이지 않으며 수시로 민형사상 사건으로 이어진다. 지자체의 공동주택 민원 담당자 자리는 힘든 업무로 인해 기피 대상이 됐다. 쏟아지는 문제를 해결할 경험과 지식을 갖춘 인력이 태부족이다. 서울시  자치구의 전담인력은 평균 1.6명에 재직기간은 평균 11개월에 불과하다. 

공동주택 관리 분야 종사자는 관리사무소 10만 명, 경비 및 미화 20만 명으로 총 30만 명에 이른다. 적용되는 행정 법규는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많다. 과태료 대상이 되는 행정 법규가 수십 가지에 달해 지자체 감사에서 과태료 대상이 숱하게 나오게 된다. 

공동주택에 적용되는 법만 해도 모법인 공동주택관리법을 비롯해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승강기안전관리법, 전기안전관리법, 소방법, 기계설비법, 산업안전보건법, 세법, 경비업법, 대기환경보전법 등 수십 가지다. 행정안전부,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고용노동부 등 여러 부처가 얽혀 있다. 

문제는 이런 각종 법규가 수시로 제정과 개정을 거듭하는 상황에서 공동주택관리법과 부딪히기도 한다는 점. 법 개정 때 현장의 수용성, 관리비 증가에 따른 주거복리 침해 부작용 등을 고려해야 함에도 이를 분석하고 조율할 컨트롤타워가 없다는 것.

지난해 개정돼 올해부터 시행된 ‘전기안전관리자 직무고시’가 단적인 사례다. 경기도의 모 아파트 J소장은 “법규대로 전기안전관리자가 전 세대 점검을 1년에 한 번씩 하는 것은 현재 관리 역량으론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주변 소장들도 업체와 소액계약을 맺어 모양만 갖출 수밖에 없다고 푸념하는 중”이라며 “전기 직무고시는 현장에 눈감고 이론적인 위험 관리에만 치중한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는 게 현장의 평가”라고 토로했다.

임한수 대주관 정책국장은 “공동주택 가가호호를 방문해 세대 내 전유 시설물까지 정기 점검토록 한 전기 직무고시는 관리주체의 업무를 공용부분에 한정한 공동주택관리법과 배치된다”며 “이런 식의 법규 충돌을 조정해줄 전담조직이 중앙부처에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철중 한국주택관리협회 사무총장은 “국토부에 공동주택관리 전담부서 설치를 요구한 지 오래됐다”며 “위탁관리업이 산업으로 자리 잡아 선진적인 관리체계로 나아가려면 개선할 과제가 많고 중앙조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원일 전국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연합회 회장도 “입주자대표회의 구성원의 수준을 높이려면 중임제 제한 폐지 등 정책개선이 필요하다”며 “이번에 정부조직 변경이 예상되는데 아파트 관련 3개 단체가 요구하는 중앙부처 전담 조직 신설도 반영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국토부의 공동주택관리 담당자는 “조직 신설을 정부에서 논의한 적도 있다”면서도 “부서 신설 등 조직개편은 정책 경중, 예산 등 종합적 시각에서 여러 가지 사안이 함께 검토되는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준주택 오피스텔의 의무관리대상 편입, 장기수선충당금 제도의 합리적 운용 등 공동주택 관련 현안들이 제대로 처리되기 위해서도 국토부에 공동주택관리 전담조직이 신설돼야 마땅하다는 게 관련 당사자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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