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53호 2022년 2월 16일자 게재>

✔ 사건의 경위

가. A는 본건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15년 경력의 주택관리사다. 본건 아파트는 2017년 11월경 장기수선계획의 검토 및 조정을 마쳤으므로 3년 후인 2020년 11월경 차기 장기수선계획검토가 예정돼 있다. 위 장기수선계획에는 CCTV 전면교체 수선 주기는 10년으로 기재돼 있다.

나. 본건 아파트는 2015년 5월 CCTV 22대를 추가 설치하는 증설공사를 시행했고, 이후 잦은 고장으로 보수작업을 거듭했으나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아 민원이 상당했다. 2018년 12월 정기 입주자대표회의에서 CCTV 전면 교체 안건을 심의했는데, A는 장기수선 예정 연도를 2019년으로, 수선 주기도 5년으로 고쳐 기재하고 이를 첨부했다. 2019년 1월 개최된 입대의에서 CCTV를 전면 교체하기로 의결했고, 공사업체 선정 절차를 진행한 결과 2억2900만 원에 낙찰된 업체가 위 공사를 진행했다.

다. A는 근거 없는 체육시설운영비 지출, 하자종결준공 공무원 감독수당 지급, CCTV 전면교체 공사시 위·변조된 장기수선계획서에 의한 필요 없는 공사 시행 등을 이유로 자격정지 6개월 처분을 받았다(이하 ‘본건 처분’). 이에 A는 CCTV를 교체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할 권한은 입대의에 있고 관리사무소장은 이를 집행하는 사람에 불과하다면서  본건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1, 2심 모두 위 처분은 적법하다고 봤다.

  ✔ 법원의 판단

◆ 처분 사유의 존재

공동주택관리법 제29조 제2항, 제3항에 따르면 장기수선계획은 3년마다 검토해 조정하는 것이 원칙이고(정기조정) 전체 입주자 과반수의 서면 동의를 받은 경우에는 3년이 경과하기 전에도 이를 조정할 수 있다(수시조정). 본건 아파트는 2017년 11월경 장기수선계획을 검토 조정했으므로 2020년 11월이 되기 전에 이를 검토, 조정하기 위해서는 전체 입주자 과반수의 서면동의가 있어야 하나 이 같은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A는 이 같은 절차를 거치는 대신 CCTV 전면 교체 예정시기를 2019년으로 장기수선계획서의 기재내용을 임의 변경했고, 이 같은 사실을 모르는 입주자대표회의에 제출했다. 이는 주택관리사 자격정지 사유인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공동주택을 잘못 관리한 것’에 해당한다. 입주자대표회의가 CCTV 교체 결의를 하도록 장기수선계획서 기재 내용을 임의 변경한 것은 A이므로 결정권한이 궁극적으로 누구에게 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이 같은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공동주택을 잘못 관리한 것에 해당된다. 비록 장기수선계획 위조 및 동행사죄에 대해서는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하더라도 이는 장기수선계획 작성권한에 관한 판단일 뿐 장기수선계획 변경 절차를 지키지 않고 임의로 기재 내용을 변경한 위법성이 치유되지는 않는다.

공동주택관리법령상 CCTV 전면 교체 주기가 5년으로 규정돼 있기는 하나 본건 아파트는 나름의 판단하에 전면 교체 주기를 10년으로 정해 관리해 왔으므로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해당 주기보다 일찍 교체했다면 그 자체로 재산상 손해가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특히 2015년 CCTV 증설공사 시행 후 4년 만에 이 역시 전면 교체했으므로 불필요한 공사 비용을 조기에 부담하게 된 재산상 손해가 발생한 것으로 충분히 평가할 수 있다.

◆ 재량권의 일탈, 남용 없음

A가 장기수선계획서의 기재 내용을 임의로 변경한 것은 ‘고의’로 평가할 수 있고, 2억 원이 넘는 전면 교체 공사비용을 감안하면 조기에 불필요하게 지출한 비용이 결코 적다고 보이지 않으며 6개월의 자격정지기간 경과 후 다시 주택관리사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점 등에 비춰 볼 때 본건 처분이 재량권을 일탈하거나 남용해 위법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 평 석

장기수선계획 수시 조정 절차도 제대로 모르고 장기수선예정 연도와 CCTV 전면 교체 주기를 마음대로 고쳐 입주자대표회의의 안건에 올리는 관리사무소장이라니, 그것도 15년 경력이라니 보고도 믿기지 않을 만큼 황당하다. 현장에서 만나는 대다수의 주택관리사는 맡은 본분에 최선을 다한다. 숙지해야 할 관련 법령의 내용, 준수해야 할 각종 절차를 빠삭하게 꿰뚫고 있다. 공동주택 관리를 둘러싼 법리를 제대로 알지 못해 쏟아지는 온갖 무례한 항의나 질의, 각종 민원에도 기민하게 대처하는 그들은 공동주택 관리의 전문가로서 손색이 없다. 그렇기에 주택관리사는 법률전문가, 회계전문가, 시설관리 전문가를 모두 합해 놓은 직역 같은데 처우는 그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는 한탄이 뼈 있는 농담이 되는 것이리라. 그러니 이런 일이 터지면 충실하게 제 할 일을 열심히 하던  소장들은 힘이 빠질 것 같다. 자격정지와 같은 제재적 행정처분은 처분 사유가 없거나 위법할 정도의 재량권 일탈, 남용이 있으면 취소된다. 그러나 A의 행위는 누가 보더라도 변명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형사처벌을 받지 않은 것만도 다행이라 여겨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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