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공동주택관리 지원기구 확대
법개정 통해 설립 근거 마련을
현재 LH 지원센터가 유일
주택관리사 참여 턱없이 부족

 

우리 국민의 약 70%가 공동주택에 거주하고 있다. 도시의 공동주택에 산다는 것은 편리성과 효율성이 커진다는 의미지만 동시에 분쟁과 민원의 증대를 뜻한다.

해마다 공동주택 관련 민원이 증가하면서 전문가 또는 정부 차원의 중재나 해결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타관 미래주거문화연구소 수석전문위원이 최근 공동주택 관리사무소장과 입주자대표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공동주택 갈등·분쟁 조정에 현장을 잘 아는 전문가와 지자체가 나서주기를 바라고 있고 지자체에 콜센터를 개설할 필요가 있다고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현재 공동주택 관리를 위한 기구는 2016년 공동주택관리법 제86조에 따라 국토부장관 고시로 지정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산하 중앙공동주택관리지원센터가 유일하다. 그 이전에는 대한주택관리사협회(협회장 이선미) 본회 및 17개의 각 시·도회에서 관리지원, 상담, 분쟁해결 업무를 수행했다. 

LH 지원센터 출범 이후 현장에서는 “한 군데서 전국의 민원을 소화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우려를 표했다. 주택 건설 및 공급을 위주로 하는 LH에서 공동주택 관리 업무는 소홀할 수 있다는 것.

우려는 현실로 나타났다. 송옥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더불어민주당)이 지난해 정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LH 지원센터는 2015~2020년 6년간 층간소음 민원 전화상담을 2469건 접수하고도 현장조사를 단 한 차례도 실시하지 않았다. 층간소음 분쟁이 급증하고 있고 특히 코로나19 확산 이후에는 살인사건으로 번지기까지 했는데도 유일한 관리지원기구인 LH 지원센터는 이를 외면했다는 것. 국토부와 LH 측은 “층간소음 피해 상담·조정은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공단에 위탁된 사무로 관련 예산이 환경부에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환경공단이 6년간 처리한 민원은 LH 지원센터의 64배인 15만8360건이며 그중 1만 건 이상의 현장조사를 벌인 것과 대조를 보였다. 공단이 지난해 4월 LH 지원센터 측에 LH아파트의 현장상담 및 소음측정을 전담해 달라고 요청하자 LH 지원센터 측은 ‘장비와 인력이 없다’며 거절하고 공단 측의 장비 제공과 현장 인력 교육 제안마저 거부했다. 

임한수 대주관 정책국장은 “공동주택 관리법 시행령 제92조 제2항에 의하면 공동주택관리지원기구의 업무에 ‘층간소음의 방지 등에 대해 필요한 조사 또는 상담 지원’이 포함돼 있다”며 “LH 센터가 실질적으로 그런 업무를 소화하기 어렵다면 민간단체나 지자체가 담당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서금석 대주관 광주시회장은 “LH 지원센터에 주택관리사 10명 정도가 상담원으로 참여하는데 이것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때문에 광주시에 ‘공동주택관리기구를 확대 지정하고 주택관리사 상담원을 상시 배치해달라’고 요구하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민원 처리 과정을 입주민의 시각에서 보면 속이 터지고 만다. 광주 동구의 모 아파트 A소장은 “입주민들은 공동주택에서 분쟁이 생기면 대부분 관할 구청에 첫 문의를 하게 된다”며 “구청의 회신으로 해결이 안 되면 2차로 LH 지원센터에 문의해 답변을 받아 다시 구청에 문의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민원인으로서는 이중 삼중으로 시간과 노력을 낭비하고 만다.

그는 이어 “공무원은 현장 상황이나 실무를 잘 모르다 보니 민원 해결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주택관리사로 구성된 공동주택관리지원기구가 지역별로 확대된다면 번거로운 과정이 대폭 줄어들고 현장의 경험을 살려 더욱 촘촘하게 민원처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 해운대구 모 아파트 B소장은 “공동주택관리 업무가 너무 많다 보니 주변 아파트의 소장들끼리 벤치마킹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지역별 공동주택관리지원기구가 만들어지면 LH 지원센터의 자료를 활용하게 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최근 여러 지자체에서 신도시 조성 등으로 공동주택 단지가 많이 늘어나 공동주택관리지원기구를 만들어 운영할 필요성이 커졌다. 하지만 법적 근거가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지자체가 지원기구를 두려면 법 개정이 필요하다.

8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한 정책제안간담회
8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한 정책제안간담회
16일 국민의힘 의원들과 진행한 정책제안간담회
16일 국민의힘 의원들과 진행한 정책제안간담회

 

대주관은 지난달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의원들과 각각 간담회를 갖고 “지자체에 공동주택관리지원기구를 설립할 수 있는 근거를 공동주택관리법에 마련해 달라”고 건의했다. 구체적으로는 공동주택관리지원기구의 운영을 현재의 LH에서 주택관리사단체로 이전하거나 민간과 LH가 복수로 관리지원 활동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다.

임한수 정책국장은 “각 시도가 지자체별 표준관리규약을 만드는데 중앙의 LH 지원센터가 이것까지 세세하게 파악해 상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주택관리사협회는 17개 시도회를 두고 있어 지역별 특성을 고려해 고객 맞춤형 민원 처리를 할 수 있고 주택관리사가 현장을 방문해 컨설팅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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