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민원 건수 30% 증가 “관리사무소의 초기 중재 중요”

코로나19로 인해 평일에 ‘집콕’ 입주민 수가 대폭 늘어나면서 공동주택의 고질병인 층간소음 분쟁도 덩달아 폭증했고 양상도 이전과는 사뭇 달라졌다. 

경기 구리시의 J아파트 최모 관리사무소장은 지난해 가을 이사철에 층간소음 민원으로 혼이 났다. 이 아파트는 준공된 지 20년이 지나 전입세대의 대부분이 입주 전에 인테리어 공사를 했다. 

코로나 이후 달라진 점은 평일 공사에도 민원이 몰린다는 것. 예전에는 공사 계획서에 주말을 빼고 평일만 넣어 같은 라인 세대에 동의를 받고 게시하면 민원이 거의 없었다. 

최 소장은 “초중고 학생을 둔 집에서 온라인 수업 중 공사 소음이 들리면 즉각 민원을 제기해 하루에 서너 번 공사 현장으로 달려간 적도 있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인천 청라지구 1,000여 세대의 C아파트 이모 소장도 “이전에는 없었던 층간소음 분쟁이 매월 한두 건 생기고 있고 경찰서에 간 경우도 최근에만 두세 건이 된다”고 전했다. 이 소장은 “잘못한 쪽을 가려낼 수 있어도 현장에서 한쪽을 편들기가 쉽지 않아 중재가 어렵다”며 “소동을 일단 가라앉혀도 저녁에 다시 소음이 들리면 아랫집에서 천장을 두드리기도 하고 감정이 격해지면 경찰을 부르게 된다”고 말했다.

층간소음 분쟁 전담 콜센터를 운영하는 한국환경공단 서로이웃센터에 따르면 층간소음 신고 건수는 2020년 4만2,250건으로 전년 대비 60%가 증가했다. 2021년 1~9월은 3만4,759건으로 전년 동기보다 30% 증가했는데 이런 추세라면 연간 5만4,000건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아파트 관리 현장에서 체감하기로는 이보다 훨씬 많다. 내부 인테리어 공사 소음은 층간소음 공식 통계에 들어가지도 않는다. 소장들은 “민원이 적게는 20~30%, 많게는 2, 3배 늘었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최근 층간소음 분쟁사례를 보면 횟수나 분쟁 때 빚어지는 폭력의 강도가 끔찍한 수준이다. 몇 달 사이에 서울, 인천, 여수, 울산, 당진 등 전국적으로 층간소음으로 인한 충돌이 계속 터져 나왔다. 

경기 김포 J아파트 이모 소장은 “예전에는 적당히 참기도 했는데 요즘은 입주민들이 확실히 예민해진 것 같다”고 말한다. 그는 “주부들도 외출을 못 해서인지 신경질적이고 심지어 우울증에 빠진 사람도 많다고 한다”고 전한다. 소음이나 흡연은 안된다는 방송에도 “짜증난다”는 항의가 들어오기 일쑤고 눈 치우는 송풍기 소리에도 민원 전화가 잇따른다는 것.

층간소음 피해자들은 “그 고통은 겪어보지 않으면 모른다”고 말한다. 처음에는 소음 피해자의 가벼운 불만 단계지만 점차 그 불꽃이 커지면 가해자, 피해자 구별에 혼란이 오고 누가 피해자인지 모를 정도가 되면 양쪽 다 큰 피해를 보게 된다는 것이다. ‘판검사, 경찰도 층간소음 분쟁에 휘말리면 이사 가는 수밖에 없다’는 말까지 나온다.

최타관 미래주거문화연구소 수석전문위원은 “입주민이 층간소음 분쟁을 감소시키려고 노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며 현장 중재자인 소장의 역할이 막중해졌다”고 말한다. 최 위원은 이어 “민원이 발생하면 관리직원이 초기 전달자 및 중재자의 역할을 담당하는데, 당사자들의 감정이 격해지기 전인 초기 단계에서 불씨를 끄는 것이 가장 좋다”고 강조했다.

겨울철이어선지 층간 흡연 문제는 상대적으로 덜 심각하다는 것이 현장의 반응. 경기 용인의 H아파트 이모 소장은 “요즘은 공동주택 내 금연 분위기가 자리 잡았고 단지 안에 별도의 흡연 구역이 설치돼 있어 흡연 민원이 많이 줄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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