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인≠관리사무소장, 헷갈리는 용어 정비부터

공동주택에 적용되는 두 개의 법, 공동주택관리법과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집합건물법)이 충돌하는 경우가 많아 말썽이다. 소송으로 번지는 경우 법원 판결도 제각각이다. 일부 소송 사례를 살펴본다.

◆판례1= 경기 안산시 모 아파트는 의무관리대상 공동주택이어서 공동주택관리법 적용을 받는다.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공용부분을 학습센터로 운영하기로 하고 의결을 거쳐 무상임대차계약을 체결했다. 일부 입주민이 이에 반발해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지난해 ‘계약 무효’라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집합건물법상 공용부분 변경은 구분소유자들의 집회결의 및 서면합의가 있어야 한다는 조항이 판결의 근거였다. 

◆판례2= 경기 남양주시 모 아파트 입주민들은 단지 내에 설치된 가스정압기의 철거를 요구했다. 가스회사가 반대하자 소송을 냈다. 대법원은 2019년 집합건물법상 관리단집회의 결의를 거치지 않고 공동주택관리법상 입대의 의결을 거쳤다는 이유로 입주민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판례3= 서울 강북구 모 아파트는 중앙난방에서 개별난방으로 바꾸기 위해 지자체로부터 공동주택관리법에 따른 행위허가를 얻었다. 법원은 2018년 집합건물법상 의결요건을 갖추지 않았다는 이유로 입찰절차중지 가처분 결정을 내렸다.

◆판례4= 서울 강서구 모 아파트는 의무관리대상이 아닌 공동주택 130가구와 상가 28실을 갖추고 2000년 9월경 준공했다. 한 입주자는 입대의가 이 아파트에 적용되는 집합건물법상 관리단이 아니어서 관리비 지급명령을 청구할 권한이 없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냈다. 마침 입대의가 관리단에 인수인계를 진행하던 중이었다. 입대의 측은 아파트 건축 이후 입대의가 실제 관리권을 행사해왔다고 맞섰다. 

법원은 지난해 “집합건물법에 따른 관리단이 별도로 구성돼 아파트 전체에 대해 관리권을 갖게 됐다면 관리비 청구권은 그때부터 집합건물법에 따른 관리단에 귀속된다”며 입주자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주상복합 형태의 집합건물에서 공동주택이 150가구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공동주택 부분에 관해 구 주택법상(현 공동주택관리법) 입대의를 설립해 관리하는 경우 입대의는 아파트 부분에 대해서는 구 주택법에 따른 관리권이 있다고 볼 수 있다”면서도 관리권이 관리단에 있다고 본 것이다.

‘오피스텔, 아파트형공장, 연립주택, 다세대주택, 도시형생활주택, 주상복합건축물, 아파트 등 공동주택.’ 엇비슷한 여러 명칭이 우리 일상생활에서도, 관공서의 행정 또는 법적 문서에서도 자주 보인다. 이들의 공통점은 ‘집합건물’에 관한 이름이라는 것. 이것이 사람을 헷갈리게 만든다. 

이 가운데 300세대 이상인 공동주택, 150세대이면서 승강기가 설치됐거나 중앙집중‧지역난방방식인 공동주택, 주택이 150세대 이상인 주상복합건축물(의무관리대상 공동주택)은 공동주택관리법 적용을 받는다. 지난해 4월 24일부터는 이 기준에 못 미치더라도 입주민 3분의 2 이상의 서면동의를 받으면 의무관리대상 공동주택으로 전환해 공동주택관리법 적용을 받을 수 있다. 

이들 의무관리대상 공동주택을 제외한 모든 집합건물은 집합건물법을 적용받는다. 주상복합건축물의 경우 집합건물법의 적용을 받지만 아파트가 의무관리대상이라면 아파트 부분은 공동주택관리법에 따라 관리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공동주택관리법상 의무관리대상 공동주택이 집합건물법 적용에서 아예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 

이렇게 복잡하다 보니 현장의 혼란이 어쩌면 당연하다. 한영화 변호사(한영화 법률사무소 대표)는 “집합건물에 관한 법이 이원화돼 있으니 어떤 경우 어떤 법을 적용받는 것인지 판단하는 것부터 쉽지 않고 결국 혼란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집합건물도 공동주택관리법처럼…관리·감독 강화되나

집합건물법 개정안 10개 법안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계류 중

 

현장에서는 집합건물 대표나 관리자들이 법원까지 찾아가야 하는 등 혼란에 빠져 있지만 딱 부러지게 해석해주는 기관이 없다.

‘의무관리대상이 아닌 공동주택은 집합건물법에 따라야 하는지’에 대한 질의에 대한 국토교통부의 유권해석도 혼란을 없애주지는 못한다. 국토부는 “의무관리대상이 아닌 공동주택은 공동주택관리법령의 전체 조문을 적용하는 것은 아니며, 소규모 공동주택 안전관리, 용도변경 등 행위허가, 사업주체 하자보수의무, 장기수선계획 수립, 상기 규정에 대한 지자체 감독 등의 규정을 제한적으로 적용받고, 그 밖의 사항은 법무부의 ‘집합건물법’에 따라야 한다”고 해석한다. 결과적으로 공동주택관리법과 집합건물법 두 법의 적용을 모두 받는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미란 변호사(법무법인 산하 부대표)는 “국토부의 유권해석을 이해는 할 수 있지만 현장에서 그대로 지키며 따라 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한다. 주택관리 업계에서는 “공동주택관리법은 웬만큼 알지만 현실적으로 집합건물법 내용을 잘 알기는 어렵고 소송이 벌어져야 제대로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그러다보니 집합건물법 적용대상이지만 자체적으로 공동주택관리법을 적용하고 있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 집합건물은 관리단집회를 통해 관리인을 선출하고, 관리위원회를 둬야 하는데 공동주택관리법상 입대의를 구성해 관리하는 경우 등이다.

또 집합건물은 구분소유관계가 성립하면 구분소유자 전원을 구성원으로 하는 ‘관리단’이 당연 설립되고 규약으로 정하면 관리위원회도 둘 수 있다. ‘관리단’은 공동주택관리법상 입주자를 대표하는 ‘입주자대표회의’와는 다른 개념이다. 

‘관리인’과 ‘관리사무소장’도 어감 때문에 같은 의미로 오해할 수 있다. 집합건물법상 관리인은 관리단을 대표해 사무를 집행하는 자로 구분소유자일 필요는 없다. 관리인이 건물관리를 맡는 경우도 있으며, 관리인을 대행할 관리사무소장을 두는 집합건물도 있다. 막상 이들 용어를 제대로 구별해서 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주택관리 업계의 현실이다. “용어 정비가 필요하다”고 업계는 지적한다.

그동안 준주택, 주상복합건물에도 공동주택관리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이어져 왔지만 제자리걸음이다. 

집합건물법의 소관부처는 법무부, 공동주택관리법은 국토교통부로 제각각인 점도 제도개선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법무부는 지난 3월 집합건물법의 맹점을 보완하기 위한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아직껏 달라진 것은 없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는 공동주택관리법에 마련된 관리제도를 집합건물법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 10여 건이 올라와 있다. 

홍정민 의원이 발의한 집합건물법 개정안에 대해 진선희 국회 법사위 전문위원은 검토보고를 통해 “이 개정안은 공동주택관리법과 유사하게 일정 규모 이상의 집합건물에 대해 관리비 내용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명시적으로 규정함으로써 집합건물 관리의 투명성과 적정성을 담보하고, 관리비와 관련한 분쟁을 예방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타당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개정안 중 공동주택관리법상 공동주택의 관리에서와 같이 일정 규모 이상인 집합건물의 경우에도 시·도지사에게 조사·감독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고 검토결과를 냈다.

현재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인 주요 집합건물법 개정안은 다음과 같다. 

▲류호정 의원(2021년 5월)= 상가·오피스텔 등 집합건물은 관리기준이 미비해 불투명하게 운영되는 측면이 있다. 집합건물에 관해 관리비 등의 관리를 위한 회계장부의 작성을 의무화하고, 지자체장에게 집합건물의 분쟁조정 사항에 대해 조사 또는 감사를 할 수 있도록 감독권을 부여해야 한다. 

▲법무부(2021년 3월)= 관리인을 의무적으로 선임해야 하는 집합건물의 범위를 구분소유자 10인 이상에서 2인 이상으로 확대해 집합건물 관리의 공백 방지를 도모해야 한다. 전유부분이 50개 이상인 집합건물의 관리인에게 회계장부의 작성·보관 등의 의무를 부과하며, 지자체장이 집합건물의 관리에 대한 감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집합건물 관리가 체계적이고 투명하게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문진석 의원(2021년 2월)= 집합건물 구분소유자 및 점유자의 권익보호를 위해 관련 규정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 일정 규모 이상의 집합건물의 경우 자격을 갖춰 등록한 관리업자에 사무를 위탁하도록 하고, 분쟁 시 지방정부의 지도·감독 권한을 명시하며 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에 의무적으로 응하도록 해 집합건물 관리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장경태 의원(2020년 11월)= 주상복합·상가·오피스텔 등 집합건물은 공적 관리기준이 미비해 불투명하게 운영되고 있다. 집합건물법은 공동주택관리법과 달리 관리비 정보공개 및 지자체의 감독 등 관리업무에 대한 세부사항 규정이 미흡해 집합상가에서 관리비 관련 민원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전유부분이 50개 이상인 건물의 거래행위에 관한 장부를 작성·보관하도록 하며, 집합건물의 갈등 및 분쟁 조정을 위해 지자체장에게 분쟁 조정, 법률 위반 등의 사항에 대해 조사 또는 감사를 할 수 있도록 감독권을 부여해 집합건물 관리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

▲송갑석 의원(2020년 8월)= 오피스텔에 대해서는 공동주택관리법과 같이 관리비 등에 대한 산정방법, 징수·지출·적립내역 등을 공개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어, 관리비 등이 적정한 수준인지에 대해 세입자와 관리사무소의 대립과 반목이 높다는 지적이 있다. 매월 1회 구분소유자 및 점유자에게 관리비 등의 내역을 서면으로 보고하도록 하고, 규약을 소관청에 신고하도록 해야 한다.

▲홍정민 의원(2020년 8월)= 오피스텔 등 집합건물에도 공동주택관리법에 따른 관리비 및 회계운영 규정과 같이 관리비 납부 및 산출내역 공개, 집합건물관리정보시스템의 도입 등의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시·도지사에 집합건물 관리비리 신고센터를 설치·운영하고, 법률 위반, 분쟁 조정 등의 사항에 대해 조사 또는 감사를 할 수 있도록 감독권을 부여해야 한다.

▲김도읍 의원(2020년 7월)= 구분소유권 수가 100인 이상인 건물도 공동주택관리법과 같이 관리비 등의 납부 및 공개, 회계서류의 작성·보관 및 공개, 계약서 공개 등 각종 제도를 마련함으로써 집합건물 관리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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