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토연구원 배 순 석 선임연구위원


 

 
2008년 12월 말 현재 전국 주택보급률은 108%를 넘어섰고 전체 재고주택 약 1,360만호 가운데 아파트 등 공동주택이 약 967만호에 달한다.
이러한 가운데 주택관리에 대한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지만 정부의 주택정책은 아직까지도 공급에만 치우쳐 있어 인식변화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국토연구원 주택토지·건설경제연구본부 배순석 선임연구위원은 “주택보급률이 2002년 말 현재 이미 100%를 넘어서 현재에 이르고 있지만 아직도 정부의 주택정책 비중은 주택건설공급에만 두어져 있다”면서 재고주택관리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한다.
국토연구원 배순석 박사는 우리나라 재고주택관리 정책기조의 문제점으로 재고주택관리 정책의 목표가 없다고 꼬집는다. 묵시적인 목표는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관점에서의 목표가 설정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또 지역적 특성과 여건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주택정책 자체가 주택부족난의 해소에만 치중하다 보니 주택부족문제가 가장 큰 서울과 수도권에 맞춰 정책을 수립, 다른 지역에서도 같은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배 박사는 “정책의 일관성 부족과 단기효과에만 집중하는 부분도 문제”라며 “특히 재건축제도의 경우 단기적인 주택시장 상황 또는 민원에 의해 좌우돼 일관성을 잃는 경우가 많았다”고 평가한다. 특히 재고주택관리정책을 수립하고 평가하기 위한 기초적인 자료수집체계의 미비로 인해 주택재고 상태를 파악하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말한다.
 
 

지역특성에 맞는 차별화 정책 제안
 
 
또 인구와 가구의 변화 등을 고려해 지역특성에 따라 정책의 차별화를 꾀하는 등 주택정책의 분산화를 주장한다. 이와 함께 “리모델링, 주택개보수 등의 투자에 대한 거시적인 전략을 수립해 나가야 한다”면서 “주택재고에 대한 샘플 조사라도 해서 재고주택에 대한 상태파악을 우선시해야 하며, 앞으로 재고주택관리를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에 대한 공론화 또한 이뤄져야 한다”고 전한다. 아울러 관련 전문가들로 구성한 연구회 등을 통해 재고주택관리 마스터플랜 안을 마련해 정부에 건의하는 방식을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한다.
 
 
장충금 과소적립 시 처벌규정 마련 등
재고주택관리 위한 적립률 높여야

 
 
재고주택관리 차원에서 재건축과 리모델링 등을 떠올리게 된다. 배 박사는 “일상적 유지관리가 잘 된 주택일수록 재건축보다 리모델링이 더 유리할 것”이라면서 “리모델링이 활성화되기 위한 기본적인 전제조건은 일상적 유지관리의 강화”라고 설명한다. 이에 따라 “리모델링 지원 정책은 개보수 지원 정책과 긴밀히 연계돼야 한다”며 “장기수선충당금 적립률이 높고 유지보수 실적이 좋은 주택일수록 리모델링 시 세제 및 금융지원을 확대해주는 방안 등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현재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서 장충금을 충분히 적립하고 있는 곳은 극히 드물다. 이에 “단지 고유 특성을 반영한 장기수선계획의 수립과 이에 따른 적립요율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유도해 장충금이 너무 낮게 적립되지 않도록 일정 금액 이상 적립하지 않을 경우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을 마련하거나 적립금액의 기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입주민들의 관심을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배 박사는 “각 지자체나 단지별로 안전관리 및 장기수선계획에 관련한 정보를 입주민에게 제공하는 등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 관심도를 높여야 할 것”이라며 “고지의무에 대한 규정을 신설해 관리주체가 장충금의 사용목적, 적립의무 등을 매월 관리비 부과 시에 공지하고 장충금을 사용했을 경우에는 그 내역과 사용용도 등도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덧붙인다.
한편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주택의 다양화가 필요하다는 배 박사는 “요즘 저탄소 녹색성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주택부문에 있어서도 이에 대한 실천을 하고 있으나 새집에 대해서만 접근을 하고 있다”면서 “재고주택에 대해서도 이러한 접근을 함으로써 재고주택의 질을 한층 높여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주택바우처제도 단계적 도입 필요
 
 
이어 서민주거복지 지원 확대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배 박사는 공공임대아파트 공급의 지속과 재정지원의 확대, 정책지원 대상자 선정기준과 방법의 합리화, 최저주거기준 및 소득 대비 주거비 비율 기준으로의 활용 등을 제안하면서 보다 공정한 지원을 위해 대상자들에 대한 소득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제시한다.
특히 “앞으로 공공임대주택 관리비용이 사회적 문제로 부각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공적 주택관리기금 조성에 대한 인식이 있어야 한다고 판단한다. 현재 정부는 주거비 지원의 가장 대표적 수단인 주택바우처제도의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배 박사는 그러나 “주택바우처제도의 도입으로 저소득 계층의 임대료 지불능력이 제고되면 이에 대응한 양질의 임대주택공급이 탄력적으로 증가해야 정책의 효과를 볼 수 있다”면서 “그렇지 못할 경우 오히려 시장임대료 상승만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또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은 양질의 임대주택 재고가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에 단계적 도입이 필요하고, 동시에 주택바우처제도 도입을 위한 임대료 방식의 개선도 필요하다”고 덧붙인다.
 
 
소득계층별 임대료 차등화해야
 
 
배 박사는 대체로 주거복지정책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사실 참여정부에서 서민주거복지 정책들을 크게 확대했고, 현 정부도 그 연장선상에서 서민주거복지에 대한 관심을 갖고 지원을 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서민주거복지 정책을 지속, 확대해 나가야 할 뿐 아니라 각 프로그램들이 효율적으로 운용되고 실제로 수혜자들에게 정부의 지원이 효과적으로 전달되고 주택시장 전체에도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전개돼야 할 것”이라고 전한다.
즉 그동안 형평성 문제에 있어서 수혜대상을 선정하는 기준에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국민임대아파트뿐만 아니라 공공임대아파트도 임대료가 싼 편이 아니어서 정작 생활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들어가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에 대한 방안으로 이미 오래전부터 많은 전문가들이 소득계층별로 임대료를 차등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하지만 아직까지 정책에 반영되지는 않고 있다. 정부 입장에서는 이마저도 못 들어가는 사람들이 많다며 또다른 형평성을 제기한다.
배 박사는 “공공임대아파트 입주대상 기준의 개선과 부담능력을 고려한 임대료 체계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한다. 현재는 공공임대아파트를 유형별, 규모별로 구분하고 임대료를 정해 입주가구의 부담능력에 상관없이 일률적으로 임대료를 징수하고 있는 실정이다. 배 박사는 “다양한 계층이 섞여 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면서 “다만 임대료를 소득계층별로 차등화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거듭 강조한다. 주택바우처제도와 관련해서는 공공임대아파트 공급 대신 주거비보조로, 저소득층의 주거지원체계로 완전히 전환하는 것 보다는 제한된 범위에서 점차 주거비보조 특히 주택바우처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판단한다.
배 박사는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주택바우처제도의 도입을 위해 인프라를 철저하게 구축함으로써 부작용을 최대한 방지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와 동시에 “우리나라는 워낙 공공임대주택 재고가 없었기 때문에 공공임대주택을 지속적으로 공급해야 하며 수요지원을 할 것인지 공급지원을 할 것인지 밸런스를 맞춰 지역에 따라 어떤 지원을 하는 것이 효과적인지에 대한 검토를 통해 전체 틀에서 지자체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회적 배제현상 방지 위한
주거공간 통합방안 마련해야

 
 
한편 배 박사는 분양아파트와 임대아파트의 혼합 배치에 따른 부작용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한다.
그동안 분양아파트 거주자들이 인접해 있는 임대아파트 거주자들에 대한 통행을 제한하는 등 사회적 배제현상이 나타났다. 심지어 ‘임대아파트에 사는 아이들과는 친구를 하면 안 된다’는 말까지 나오는 것을 보면 그 심각성을 가늠할 수 있다. 배 박사는 이러한 사회적 배제현상을 없애기 위해서는 우선 공공임대주택의 도시 내 입지 및 단지혼합방식이 개선돼야 한다고 전한다. 단지 내 임대·분양주택 혼합 방법을 단지 내에서 분양아파트 쪽과 임대아파트 쪽으로 양분해 배치하는 것을 지양하고 단지 내에 분산 배치하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고품질의 공공임대주택 개발을 통해 ‘못 사는 동네’로의 낙인화를 방지하고, 노후 영구임대아파트의 리모델링 및 부분 재건축으로 차상위 소득계층의 진입을 유도해야 한다며 사회통합방안을 제안한다.
끝으로 배 박사는 모든 사람들이 주택을 통해서 행복을 만끽할 수 있도록 주택의 질적 향상을 위한 주거문화를 선도하는데 당 한국아파트신문사가 앞장서 주길 바란다고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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