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의 징수, 계획적인 수선 불가능·타 비용 전용·부담주체 모호 등 악순환의 근원
■ 우리관리(주) 주거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 김정인 박사


 


지난달 17일부터 19일까지 일본 오사카시에서는 일본맨션학회 주최로 공동주택 관련 학술대회가 열렸다.
일본맨션관리사연합회(한국의 대한주택관리사협회에 해당)와 전국맨션관리조합연합회(한국의 입주자대표연합회에 해당), 국토교통성(한국의 국토해양부에 해당) 등의 후원으로 개최된 이번 학술대회에 우리관리(주) 노병용 대표이사와 주거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 김정인 박사는 선진관리문화 벤치마킹과 해외교류 등을 위해 2박3일간의 일정으로 참가했다.
8개 주제의 연구분과회별로 구성된 학술대회에서 노 대표와 김 박사는 제7분과회 ‘한국의 공동주택 관리-일본과의 비교’에 참가해 발표 및 토론의 시간을 가졌다. 이번 학술대회가 한국과 일본의 공동주택 관리에 대한 의식의 차이를 좁히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가운데 ‘한국의 공동주택 장기수선계획 및 적립금 운영실태’에 대해 발표한 김 박사를 만나 이번 학술대회의 의미와 양국의 공동주택 관리 관련 제도 및 교류증진에 대한 의견을 들어본다.
 
 
일본맨션학회 학술대회를 소개한다면?
 
 

일본맨션학회 학술대회는 법률, 건축, 주거환경 관련 학자들이 주로 참여하고 전국맨션관리조합연합회, 맨션관리사협회, 국토교통성 담당자, 맨션관리관련 기업의 구성원 그리고 맨션의 구분소유자도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참가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계층의 관계자들로 하여금 맨션의 실질적인 관리의 개선을 위한 발표와 열띤 토론의 장이 펼쳐질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우리관리(주) 노병용 대표이사, 국토연구원 김재호 연구원 등이 참가해 각각 ‘한국의 공동주택 관리현황과 특징’, ‘한국의 소규모 공동주택의 건물개요와 관리현황’에 대해 발표했고, 일본 시가대학 야마사키 고토코 교수는 우리관리(주) 주거문화연구소의 협조를 받아 ‘맨션의 내용성에 관한 한일비교연구’를 발표했다.
 
 
이번 학술대회서 김 박사는 ‘공동주택 장기수선계획 및 수선적립금 운영실태’를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무엇이었나?
 
 

노 대표는 공동주택 제도의 현황에 대한 개관(입주자대표회의 구성, 공동주택 관리방식 결정, 주택관리사 제도, 관리업자)에 대해 설명을 한 후 한국의 공동주택 관리의 특징에 대해 4가지 ▲제도권 밖의 공동주택 ▲한국식 위탁관리에 의한 관리업자의 전문성 결여 ▲취약한 공동주택 관리담당기구 ▲건전한 소비자의식의 부족)로 요약해 언급했다.
이어진 순서에서 장기수선계획과 장충금의 실태조사(관리사무소장 208명을 대상)를 통해 얻은 자료를 바탕으로 ‘한국의 공동주택 장기수선계획 및 수선적립금 운영실태’에 대해 발표했다.
우리나라의 장기수선계획과 장충금의 규정은 지난 2003년의 주택법 제정 이후에 정착됐다고 할 수 있지만 규정준수 여부를 판단하는 자료 확보가 쉽지 않아 아직 개선할 점이 많다.
우선 공동주택 관리제도 측면에서 장기수선계획 및 장충금과 관련한 법률의 규정을 준수하고 있는지의 여부를 체크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아울러 실태조사에서도 나타났듯이 장충금 징수에 있어 1㎡당 평균 80원으로 일본의 약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문제는 장충금을 설정하는 주체가 입대의에서 임의로 결정하거나 장기수선계획에 의하더라도 필요금액에 현저히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계획적인 수선을 실시하기 위해서 장충금을 적립해야 하는 것이 정석이지만, 대부분 공동주택에서는 명목상으로 적립하고 있는 실정이다. 적절한 비용을 적립하지 않으면 계획적인 수선이 불가능한 것은 물론이고 다른 비용을 전용하거나 필요금액을 일시금으로 징수할 경우 부담주체가 모호한 문제가 발생하는 등의 악순환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
따라서 장충금은 임의로 정하는 것이 아니라 건물의 상태를 정확히 점검해 반영한 장기수선계획에 근거해야 한다. 공동주택의 적절한 유지관리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사항이 실제 관리에 반영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입주자들의 이해와 합의가 선행돼야 하므로 관리주체에 의한 홍보와 인식제고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이번 발표에 대해 일본 참가자들이 가장 관심을 보인 부분은?
 
 

일본 참가자들은 한국의 주택관리사 제도에 대해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흔히 한국의 주택관리사와 일본의 맨션관리사를 비슷한 자격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는 일정규모 이상의 아파트 단지에 주택관리사보 이상의 자격을 갖춘 관리사무소장을 의무적으로 배치하는 법 규정이 있지만 일본의 경우는 ‘맨션관리의 적정화에 관한 법(이하 맨션적정화법)’에 맨션관리사는 ‘전문적인 지식을 갖추고 관리조합의 운영 및 기타 맨션관리에 관해 관리조합 및 구분소유자의 상담, 조언, 지도 등을 행하는 업무의 관리행위를 지원하는자’라고 규정돼 있다.
따라서 맨션관리사는 관리운영 실무를 직접 실시하는 것이 아니라 관리운영을 하는 주체에 대한 전문적인 자문을 행하는 것이다. 맨션관리사 이외에 관리업무주임자라는 자격이 있는데 이 자격증의 취득자가 관리업무에 직접 관여한다. 위탁관리회사에 소속돼 관리조합의 관리 사무를 대행하고 총회 등 관리회사와 체결한 위탁관리업무를 총괄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일본의 맨션관리 제도나 법령 가운데 우리나라에 벤치마킹 할만한 것이 있다면?
일본의 맨션적정화법에는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로 하여금 맨션관리조합의 관리를 지원토록 규정돼 있다. 이 규정에 힘입어 전국의 지방자치단체에는 맨션관리와 관련한 상담에 대응하는 창구가 마련돼 있다. 즉, 시청이나 구청에 맨션관리를 담당하는 전담직원이 1명 이상 배치돼 있다. 우리나라의 공동주택 관리 지원조례와 같이 한정된 공동주택을 지원하기 위해 기간을 정해 신청을 받는 것이 아니라서 활용도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지자체의 맨션관리 관련 전담부서에서는 해당 지자체 내의 분양맨션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통해 지자체 내의 맨션이 당면하고 있는 문제점이나 과제 등을 검토하고, 유지관리, 운영, 법률 관련 상담, 세미나, 관련 가이드북 발행 등을 통해 주로 맨션거주자, 관리조합의 교육, 관리의 홍보 등을 실시하고 있다. 또한 필요에 따라서는 건축사, 맨션관리사, 변호사 등 관련 전문가를 단지에 알선해 구체적인 당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등 다방면으로 맨션관리를 지원하게 된다.
아울러 1980년에 설립한 (재)맨션관리센터와 같은 시스템이 우리나라에 도입된다면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한다. 맨션관리센터는 맨션적정화법에 근거한 맨션관리적정화추진센터로 지정돼 있어 실태조사, 관련제도 등을 더욱 적극적으로 모색하게 됐다.
우리나라에서는 당장은 지자체에 전담 부서를 둬 대응하는 것이 쉽지 않겠지만 우선은 국토해양부에 전담부서를 두고 맨션관리센터와 같은 전국조직을 갖춰 대응하는 것부터 시작하면 공동주택 관리의 중요성에 대해서 많은 인식을 새롭게 하게 되고 사회적으로도 많은 변화가 올 것이라 사료된다.
 

한국의 공동주택 관리에 있어 당면한 가장 큰 문제점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은?
 
 

노 대표의 발표에서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건전한 소비의식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파트 단지의 운영과 적절한 관리를 위해서 과연 무엇이 중요한 것일까를 생각하고 같이 고민하는 소비자가 있음으로써 관리문화도 발전하고 관리업자나 관리사무소장 이하 관리직원들도 투철한 직업정신을 갖고 업무에 임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일선 현장에서 공동주택 관리를 실질적으로 실시하는 관리주체를 지원하는 든든한 행정의 창구가 마련된다면 더욱 바람직한 관리문화가 조성될 것이다.
저작권자 © 한국아파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