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설계상 과실에 의한 하자 인정
세종시 아파트에 69억 배상 판결

세종시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스프링클러 배관 하자와 관련해 사업주체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상대로 하자소송을 제기해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전면 교체비용으로 약 69억원의 금액을 인정받았다. 
대전고등법원 민사3부(재판장 허용석 부장판사)는 최근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를 제기한 LH의 주장을 기각, 1심 판결을 그대로 인정했다. 
1심 대전지방법원은 지난해 7월경 ‘LH는 A아파트 입대의에 약 69억원을 배상하라’며 입대의 일부 승소 판결을 내린 바 있다. <관련기사 제1131호 2019년 7월 24일자 게재>

스프링클러 누수 배관 녹 덩어리
스프링클러 누수 배관 녹 덩어리

 

지난 2012년 6월경 사용승인을 받아 13개동에 약 1,300세대가 거주하고 있는 A아파트에는  사용승인일 이후부터 2014년 9월경까지 19세대의 스프링클러 배관에 누수가 발생했다가 하자감정 당시인 2016년 11월경을 기준으로 누수 발생 가구가 125세대로 늘었고, 2019년 4월경에는 240세대에 달했다.   
이에 대해 LH는 “이 아파트에 설치된 스프링클러 배관 자재인 동관 M형은 시공당시 시행되던 스프링클러설비의 화재안전기준에 부합한다”며 “동관 M형을 스프링클러 배관으로 사용한 것 자체만으로 하자라고 볼 수 없다”고 항변했다. 
또한 “스프링클러 배관 하자에 LH의 책임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하자보수는 ‘스프링클러 배관 전체 철거 후 강관 재시공’이 아닌 ‘누수가 발생한 125세대에 대한 배관 철거 후 동관 재시공’으로 충분하고, 비누수 세대가 포함된다고 하더라도 보수방법은 ‘에어샌딩 갱생공법(배관 내부를 압축공기와 규사를 이용해 세척하고, 에폭시 수지로 관 내부를 보호하는 피막을 형성하는 공법)’을 기준으로 하자보수비를 책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하자감정 이후에도 누수 세대가 계속 늘고 있다”며 “이 아파트 스프링클러 배관 하자는 LH의 설계상 과실에 의한 하자”라고 분명히 한 바 있다. 
LH의 항소로 진행된 2심도 1심과 판단을 같이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LH가 아파트 시공 당시 시행되던 스프링클러설비의 화재안전기준에 따라 스프링클러 배관재로 동관을 사용했더라도 이 규정은 소방 안전을 위한 최소 기준에 관한 것”이라며 “이를 준수했다고 해 설계상 하자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하자보수방법과 관련해서는 “화재 발생 시 입주민의 안전에 대한 스프링클러 역할의 중요성을 고려해 기존 스프링클러를 철거한 후 적합한 자재로 재시공하는 것이 가장 적절한 보수 방법”이라고 판시했다. LH가 주장하는 에어샌딩 갱생공법의 경우 다시 배관 누수가 발생한 사례가 있는 점을 고려하면 동관 배관의 부식 및 누수에 대한 적정한 보수방법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LH는 스프링클러설비의 화재안전기준에 따라 CPVC(소방용 합성수지) 배관으로 교체하는 방식을 기준으로 보수비를 산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아파트 각 세대 반자 내부에 설치된 9.5㎜ 석고보드는 준불연성인 반면, 단열재 재료 등은 가연성이므로 이 규정의 조건이 충족됐다고 볼 수 없고, 스프링클러 배관으로 사용한 동관에 누수가 발생한 경우에 동관을 CPVC 배관으로 교체한 사례도 존재하지 않아 재료의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다”며 동관을 CPVC 배관으로 교체하는 것은 적절한 보수방법이 아니라고 못 박았다. 
‘스프링클러 배관이 지나가는 하부의 도배지와 석고보드만을 철거하는 비용으로 보수비를 제한해야 한다’는 LH 주장에 대해서도 “스프링클러 배관 전체를 철거해 재설치해야 하고, 스프링클러 배관이 지나가는 면적이 상당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각 세대의 천장 면적 중 대부분의 면적을 철거해야 할 것”이라며 “미관상·안전상 배관이 지나가는 부분 외의 부분에 대해서도 도배지와 준불연재료인 석고보드를 철거해 재시공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재판부는 이로써 “이 아파트 스프링클러 배관 하자는 설계상 과실에 의해 하자담보책임 기간 내에 발생한 하자”라며 “기존 배관 전체 철거 후 강관으로 재시공하는 것을 기준으로 하자보수비를 산정해야 한다”고 결론 냈다. 다만 관리주체 등의 유지·관리상 과실로 하자가 확대됐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며 LH의 책임을 70%로 제한했다. 이 같은 판결은 LH가 상고를 포기함에 따라 지난 21일 그대로 확정됐다.

■ 입대의 측 법률대리인
여 보 람  변호사 / 법무법인 산하
“적절한 보수방법은 강관 재시공” 

 

A아파트 입대의 측 법률대리인 법무법인 산하 여보람 변호사는 “1심 법원에서 스프링클러 배관 하자의 보수방법으로 기존 배관을 전체 철거한 후 강관으로 재시공하는 방법을 인정했는데, LH는 항소심에서 관 갱생공법 보수를 주장하면서도 전체 재시공을 한다면 그 배관 자재는 CPVC로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면서 “이는 관 갱생공법이 전체 배관 재시공에 비해 보수비용이 매우 저렴하고, 강관에 비해 CPVC(소방용 합성수지배관) 배관이 저렴해 결국 그 보수비용이 낮게 산정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관 갱생공법으로 배관을 보수했음에도 다시 누수가 발생한 사례가 존재한다는 점을 들며 관 갱생공법은 동배관의 부식 및 누수에 대한 보수방법으로 적절하지 않음을 다시 명시했다는 점에서 판결의 의의가 크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관련법령에 따라 일정한 요건을 갖추지 못한 아파트에는 CPVC 배관을 설치할 수 없고, 실제 동관을 CPVC 배관으로 교체한 사례도 존재하지 않아 재료의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판단함으로써 스프링클러를 금속배관으로 설치할 것을 전제로 설계된 아파트에 CPVC 배관으로 재시공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대의 주장을 인용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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