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자담보책임기간 ‘제척기간’ 아닌 ‘하자발생기간’
사업주체 측 지난 11일 상고

서울고법

아파트 건설사를 상대로 전유부분인 ‘강화마루 소음’에 대한 하자소송을 제기한 경기도 수원시 A아파트 1단지와 2단지 구분소유자들이 약 11억원과 14억원의 손해배상금을 각 지급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고등법원 민사22부(재판장 기우종 부장판사)는 최근 A아파트 1·2단지 각 입주자대표회의가 사업주체와 시공사를 상대로 제기한 하자보수금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양측의 항소를 모두 기각, 1심과 판단을 같이했다. 
2014년 2월경 같은 날 사용승인을 받은 두 아파트 입대의는 약 70%, 약 63%의 각 구분소유자들로부터 하자보수에 갈음한 손해배상 청구권을 양도받아 약 27억원과 약 34억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각 제기했다.       
이 사건에서 가장 쟁점이 된 부분은 바로 ‘제척기간’. 이는 어떤 권리에 대해 법률에서 정한 존속기간으로, 일정한 기간 안에 행사하지 않으면 소멸한다.  
사업주체 측은 “강화마루 하자에 대한 하자담보책임기간은 1년이고 이는 제척기간”이라면서 “입대의 또는 구분소유자들은 이 기간 내에 권리를 행사하지 않아 하자보수에 갈음한 손해배상 청구권은 제척기간이 경과해 소멸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 법원은 2018년 2월 “구 주택법상 하자담보책임기간은 하자의 발생기간을 의미하고, 구 집합건물법상 하자보수에 갈음한 손해배상청구권에는 구 집합건물법 제9조, 민법 제671조 제1항 단서에 따라 인도 시부터 10년의 제척기간이 적용된다”며 사업주체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하자가 담보책임기간 내에 발생했음은 원칙적으로 입대의가 증명해야 하나, 건축에 관한 전문지식이 없는 입대의가 하자 발생 시기에 관해 증명하길 기대하긴 어려워 하자가 담보책임기간 내에 발생했음을 추단할 수 있는 여러 가지 간접사실들을 통해 발생 시기를 추정할 수 있을 정도로 증명하면 된다”고 밝혔다.  
이 아파트의 경우 사용승인일인 2014년 2월 4일로부터 1년이 되기 전인 2015년 2월 3일 구분소유자가 국토교통부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에 강화마루 소음에 관한 하자 여부 판정을 신청한 바 있다. 법원은 그 과정에서 시공사의 답변 내용, 위원회의 하자담보책임기간에 대한 판단, 판정절차 당시 이미 시공사는 일부 세대에 대해 보수를 실시한 이후였던 점, 하자 판정 신청과 비슷한 시기에 상당수의 세대가 하자심사를 신청해 현장실사를 받았던 점 등을 고려하면 강화마루 하자는 담보책임기간인 1년 내에 발생한 것으로 추인된다며 사업주체 주장을 기각했다.     
결국 시공사의 부실시공으로 아파트 전유부분 중 거실과 주방 등에 설치된 강화마루의 장·단변 이음부 이격 현상 및 소음이 나는 하자가 발생했고 그로 인해 아파트에 기능, 미관상 결함이 초래됐다고 판단, 강화마루 철거 후 재시공 비용으로 하자보수비를 산정한 금액을 인정했다. 
다만 아파트 강화마루의 소음 측정에 있어서 외부 소음의 영향이 전혀 없다고 볼 수 없으나 이를 명확히 구분하기 어려운 점, 아파트 사용승인일로부터 실제 하자감정이 실시된 날까지 3년가량 경과함으로써 자연적인 노화현상이 발생할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사업주체와 시공사가 입대의에 지급해야 할 손해액을 40%로 제한했다. 
이 같은 1심 판결에 입대의와 건설사 측 모두 항소를 제기했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항소심에서도 건설사 측은 “강화마루에 대한 하자담보책임기간은 1년이고, 이는 제척기간에 해당한다”면서 “이 사건 소송은 아파트 사용승인일인 2014년 2월 4일부터 1년이 경과한 후인 2016년 7월 26일 제기했으므로 제척기간이 경과했다”고 거듭 주장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이 아파트 신축공사와 같이 구 건설산업기본법의 적용을 받는 건설공사에서 수급인의 하자담보책임기간은 다른 법령이나 도급계약에 별도로 정함이 없는 경우에는 구 건설산업기본법령에 의해 정해질 뿐, 민법 제670조, 제671조가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구 건설산업기본법령에서 규정하고 있는 기간은 특히 대규모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 관하여는 하자발생기간으로 해석해야지, 제척기간으로 해석할 수는 없다”고 분명히 했다. 
구 건설산업기본법 제28조 제1항이 ‘공사의 종류별로 대통령령이 정하는 기간 이내에 발생한 하자에 대해 담보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28조 제3항 및 동법 시행령 제30조가 ‘하자담보책임기간’이라고 규정할 뿐 ‘그 기간 내에 권리를 행사해야 한다’는 등의 규정이 없는 이상, 하자발생기간으로 해석함이 타당하다는 것이다. 
또한 제28조 제3항이 ‘민법 제670조 및 제671조는 제외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이를 이유로 제척기간으로 해석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제척기간으로 해석할 경우의 불합리한 부분도 지적했다. 구 건설산업기본법 적용을 받지 않는 소규모 건설공사의 경우 수급인은 공사의 종류와 관계없이 민법에 의해 10년의 담보책임을 부담하게 되는 반면, 구 건설산업기본법 적용을 받는 아파트 등의 대규모 건설공사 수급인은 공사 종류에 따라 1년에서 10년간 담보책임을 부담하게 되는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한다는 것.
뿐만 아니라 설령 제척기간으로 보더라도 이 아파트에서는 기간을 준수했다고 선을 그었다. 
민법상 수급인의 하자담보책임기간은 제척기간으로서 재판상 또는 재판 외의 권리행사기간이며 재판상 청구를 위한 출소기간(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법정기간)은 아니고, 민법의 특칙으로서 단기의 하자담보책임기간을 정하고 있는 구 건설산업기본법 제28조 제1항의 기간 또한 재판상 또는 재판 외의 권리행사기간인 점, 아파트 구분소유자가 사용승인일인 2014년 2월 4일로부터 1년 이내인 2015년 2월 3일 하자심사위원회에 하자 여부 판정을 신청했고, 당시 구분소유자의 대리인은 관리사무소장이었던 사실, 2014년 9월경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 방송에도 강화마루 하자가 보도된 점 등을 고려한 것이다. 
재판부는 특히 “당심 감정결과에 의하더라도 아파트 입주민이 실내를 걸어 다닐 때 50㏈ 이상의 소음이 국소적·반복적으로 발생한다”며 “소음 정도가 사업주체 측 주장과 같이 ‘조용한 사무실’ 정도에 불과하더라도 가족들이 생활하고 쉬는 아파트에서 하루에도 수십, 수백 차례 ‘찌그덕’ 소리가 나는 것을 두고 강화마루가 거래관념상 통상 갖춰야 할 품질을 충족했다고 보긴 어렵다”고 못 박았다. 
이 아파트 강화마루 소음에 대해서는 하자심사위원회에서도 일반하자로 판단한 바 있다. 재판부는 “하자심사위원회가 하자심사를 신청한 359가구 중 207가구에 대해 현장실사를 한 결과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모든 세대에서 소음이 확인됐다”고 부연하면서 “강화마루의 소음 및 장·단변 이음부 이격 현상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보수방법은 전면 철거 후 새 제품으로 재시공하는 방법 외에 없다는 1심 감정결과는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아파트 입대의 측 법률대리인 법무법인 산하 아파트팀 김장천 변호사는 “이 판결은 강화마루에서 발생하는 소음을 하자로 인정하고 하자보수비로 전체 철거 후 재시공비용을 산정한 1심 판결에 대해 건설사 측이 2심에서 별도의 감정을 신청해 부분적인 보수방법으로도 하자치유가 가능하다고 주장했으나, 건설사의 주장을 배척하고 1심과 같이 전체 철거 후 재시공비용을 인정한 사건”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다만 “이 아파트 강화마루 소음은 입주 초기부터 입주민들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했고 방송에도 보도될 만큼 심각했던 점을 감안할 때, 강화마루 소음 하자가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전체 철거 후 재시공비용을 인정받을 수 있다고 기대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김 변호사는 이와 함께 “건설산업기본법상의 하자담보책임기간에 대해 이를 ‘제척기간’으로 판시한 대법원 판례에 따라 하급심 법원도 이를 제척기간으로 보는 경우가 있었으나, 이 판결은 건설산업기본법상의 하자담보책임기간을 문언의 형식이나 입법취지, 제척기간으로 볼 경우의 불합리한 결과 등을 고려해 ‘하자발생기간’으로 해석했다는 데도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한편 피고 사업주체 측은 이번 판결에 불복해 지난 11일 대법원에 상고를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yellow@hapt.co.kr
마근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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