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에 근무를 시작한 지는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쯤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방에서 결혼생활을 하다 서울로 상경하면서 일자리를 찾아 전전긍긍하며 벼룩시장에 기재돼 있는 알바자리 몇 곳을 찾아 면접을 보러 다녔으나, 나이가 많다고 거절당하고, 경력이 부족하다는 등등의 이유로 매번 취업을 거절당해왔다.
아파트 관리사무소라는 장소에 다양한 직책을 맡은 많은 직원들이 있다는 것도 아파트에 이사를 와서 알게 된 사실이다. 물론 관심이 없어서일 수도 있지만 아파트 생활을 하지 않은 사람들은 아파트 사정을 잘 모르던 시절이었다. 
아파트에 이사한 며칠 후 변경된 차량번호를 등록하려고 관리사무소를 찾게 된 나는 그곳에서 근무하는 주임(경리주임)을 처음 보게 됐고, 그 뒤에도 가끔씩 인사를 나누는 사이가 됐다.
주임이 아파트 경리학원을 수료해서 경리업무를 보게 됐다면서 나한테도 해보라며 적극적으로 권유했다. 
이틀 뒤쯤 나는 신사동 근처에 있는 경리학원을 방문해 두 달 동안 수업을 받게 됐고, 그 학원에서 같이 수료했던 동생들과 요즘도 가끔 아파트에서의 여러 일들을 안주 삼아 가벼운 맥주잔을 기울이기도 한다. 
여고시절 회계를 전공했던 나는 큰 어려움 없이 수료과정을 마칠 수 있었고, 운이 좋게 수료식 마지막 날 넣은 이력서가 나의 제 2막의 취업문을 활짝 열어줬다.
그러나 관리사무소에 관련된 업무를 익히기도 전인 첫날부터 동대표들의 작은 횡포가 시작됐다. 
예를 들면 회장이 부동산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출·퇴근 시간에 부동산에 들러서 보고하라고 하는 등 ‘직원들이 먹을 커피를 구입하는 데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간다, 각자 구입해서 먹으라’는 뉘앙스를 준다든지 그 외 업무 외적인 일로 적잖은 스트레스를 줬다.
통장과 도장도 본인이 관리하고, 인출한 금액만 이야기하면서 알아서 정리하라고 하고, 3개월 이상 근무하면 인계해 주겠다는 등 마치 본인이 경리 겸직을 하는 것처럼 쉽게 통장과 도장을 넘겨주지 않은 채 무조건 기다리라고만 했다.
나는 본인이 할 거라면 왜 경리를 뽑았을까 하는 의문까지 들었다. 내가 무슨 일을 하러 왔는지 어찌할 바를 모른 채 힘든 시간을 보냈고, 2달가량의 근무를 끝으로 사직의 의사를 밝히고 그곳에서 나왔다.
서너 달 뒤 재취업한 아파트에선 일과 시간 내 자리를 비우는 것조차 허용하지 않으면서 퇴근시간 이 다가올 때면 짧게는 10분 길게는 1시간가량 사무실에서 이런 저런 일들을 지시하며 퇴근 시간을 지체했다. 옷차림, 소지품에도 지나친 관심을 보이며, 좀 사는 것 같아서 급여를 인상해주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극히 주관적인 생각을 입주자대표회의에 언급해 급여를 동결하는 데 크게 기여하는 대표도 있었다.
그 대표가 전출을 갈 때는 대표를 했으니 전출 시 승강기 사용 요금은 면제해 줘야 하는 것이 아니냐며, 너무도 당당하게 요구하는 경우도 있었다.
또 다른 대표 중의 한 사람은 경비원이 ‘대표님’이란 호칭 대신 ‘아줌마’라고 했다고 그 경비원을 해고하기도 했으며, 입주민이란 이유만으로 관리직원을 하대하기도 하고, 하루에 수차례 전화를 걸어서 직원들의 동태를 감시하거나 오래 근무했다는 이유만으로 권고사직을 권유하기도 했다.
대표들 말에 조금이라도 반대의 뜻을 내세우는 직원들은 당연히 불이익을 당했으며, 이런 것들이 너무나도 당연한 관행처럼 여겨져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늘어만 가는 아파트 입주민들의 사고방식이 ‘관리사무소 직원들은 함부로 대해도 되는 존재’로 굳어서는 안 된다.
서로가 서로를 배려해주는 그런 세상이 오지 않으면 소중한 삶을 포기한 모 아파트의 관리사무소장처럼 상대로부터 느낀 모멸감을 이기지 못한 채 아까운 목숨을 버리는  일이 흔하게 발생할 것이다. 관리직원들도 누군가에겐 소중한 가족임을 잊지 않아야 한다. 하고 싶은 말 한마디도 다시 생각해 보고 상대방에게 상처가 되지 않도록 조심스러워야 한다.
끝으로 좋은 환경의 아파트에서 살고 싶은 입주민들의 희망을 실현하려면 소중한 직장생활을 하면서 보람을 느끼고 있는 모든 관리직원들의 소소한 일상을 빼앗아가지 않게 입주민 모두가 조금씩 관심을 갖고 타인을 대하는 습관을 길러야 할 것 같다.
앞으로 아파트가 더 많은 사람들의 소중한 일터가 될 수 있길 바라면서, 오늘도 음지에서 힘들다 말하지 못하고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당당하게 말하지 못하며 한 가정의 경제를 책임 져야만 하는 부담감으로 묵묵히 일만 하는 모든 이들에게 작은 위안을 전하고 싶다.
내가 소중하다면 남도 소중한 것을 알고 타인을 배려하는 따뜻한 사람들이 가득한 그런 세상이 꼭 올 것이라는 확신으로, 나는 오늘도 입주민들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는 아파트 지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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