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청설비 주인 ‘입주민’… CATV가 간섭할 수 없어


 

정보통신부

송유종 전파방송기획단장

요즘 높은 곳에서 도시를 내려다보면 눈에 띄게 달라진 모습 중 하나가 TV안테나를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지붕마다 달려있던 안테나는 아파트 같은 공동주택이 늘고 CATV가 보급됨에 따라 급격히 줄었다. 태풍이라도 한번 휩쓸고 가면 지붕 위로 올라가 안테나 방향을 바로잡는 모습도 옛날이야기가 됐다.
대신 위성방송을 보기 위한 접시 안테나가 많이 늘었다. 이 접시안테나는 단독주택은 물론, 아파트 발코니에도 촘촘히 달려있어 도시미관을 해치고 안전사고의 우려까지 낳고 있다.
오피스텔이나 주상복합아파트처럼 발코니가 없는 건물은 아예 접시안테나를 달 수도 없다. 지상파TV방송이나 위성방송이나 모두 안테나로 전파를 잡아야 하는데 유독 위성방송만 세대별로 안테나를 달아야 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제도가 미비해서다.
 
 
# 지상파와 CATV, 오랫동안 공시청안테나 이용 

아파트에는 지상파TV방송 전파를 잡아서 각 가구별로 전해주는 TV공시청안테나 설비가 오래전부터 의무화 돼 있어, 단지별 또는 동별로 큰 안테나 하나를 공동으로 쓴다. CATV가 나오면서는 CATV 구내선로설비를 별도로 설치하도록 의무화 됐다. 이 두 가지 설비의 설치비용은 아파트 건축비에 고스란히 반영돼 있고 그 설비는 당연히 아파트 입주자의 소유다.
그런데 위성방송을 공동으로 수신하는 설비는 아직 규정이 없어 이용자들은 동그란 접시안테나를 사서 달아야 한다. 정부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위성방송 공동수신설비 정책방안’을 마련했다. 기존 TV공시청안테나 설비를 이용해 여러 가구가 하나의 접시안테나로 위성방송을 볼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렇게 되면 국민들은 지금보다 편리하게 방송매체를 선택할 수 있게 되고 방송사업자간 경쟁이 촉발돼 방송서비스 품질이 훨씬 좋아질 것이다. 하지만 CATV사업자들은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를 들어 정부방침에 극렬 반대하고 있다.
 

# 공시청수신설비는 아파트 입주자 소유

첫째, CATV사업자들은 “위성방송은 접시안테나를 사용해야 하며, 공시청수신설비를 이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시청수신설비는 유선 선로이므로 유선방송인 CATV사업자만이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설비의 주인은 아파트 입주자다. CATV사업자가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이 주장대로라면 지상파TV방송도 유선방송이 아니므로 공시청수신설비를 이용할 수 없게 해야 맞는 이야기다.
따라서 안테나와 TV수상기를 연결하는 구내선로나 장비는 입주자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 규제개혁위원회에서도 개선을 요구한 사항이다. 다만, 이를 이용해 요금을 받는다면 새로운 영역에 해당할 수 있으므로 별도의 제도가 필요할 것이다.
둘째, 위성방송에 대한 특혜라고 주장하는데, 그간 CATV는 기존 건물의 공시청수신설비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신축건물에는 반드시 CATV 구내선로를 설치하도록 의무화하기까지 했다. 이에 비해 늦게 출발한 위성방송은 이제야 공시청수신설비를 이용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위성방송이 오히려 손해를 본 셈이다. 소비자를 위한 정책에는 특혜나 반칙은 고려요소가 아니며 오직 원칙만이 있을 뿐이다.
 
 
# 기존 설비 이용, 사용자 부담 오히려 줄어

셋째, 국민에게 추가부담이 된다고 하나, 세대별로 접시안테나를 달지 않아도 돼 반대로 부담을 덜 수도 있고 입주자들이 원할 경우에만 위성방송사업자와 협의해 공시청수신설비를 위성방송 수신설비로 이용하게 된다. 입주자가 자신의 재산인 공시청수신설비를 방송매체 선택에 이용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로서 시빗거리가 될 수 없다.
이처럼 아파트 공시청안테나로 위성방송을 볼 수 있게 하는 정책은 시청자의 매체 선택권 보장, 난시청 해소, 주거환경 훼손 방지, 그리고 방송산업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 어느 경우에도 가장 중요한 잣대는 소비자의 선택권이다. 이는 방송정책이 반드시 지켜야 할 소중한 가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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